▲ 한만수 교수 / 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 교수
 필자는 교수협의회장을 맡기 전까지는 이사장 스님의 법호조차 알지 못했다. 지금은 이사 스님들의 법호는 물론 조계종단에서 실세라 하는 분들의 법명까지 제법 꿰뚫게 되었다.
우리대학의 이사 수가 13명이라는 것, 그 중에서 무려 2/3에 달하는 9명이 스님이라는 것도 몰랐고 그 분들 중의 대다수가 각종 비리에 연관되어 있었음도 몰랐다. 그 뿐만 아니다. 헌법과 사립학교법이 사립학교의 자주성과 공공성을 보장하고 있고, 따라서 우리가 ‘표절총장’과 절도의혹 이사장에 반대하는 것은 합법적인 활동임도 알지 못했다. 어떤 보복이 올 수 있다는 위기감에 시달리면서도 애써 억눌러왔을 따름이다. 그런데 우리는 알고 보니 헌법정신에 투철한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교수가 된 지 20년이 넘었음에도 대학에 대해서 너무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최근 대법원은 매우 의미 있는 판결을 내렸다. 사학비리의 대명사 격인 상지대 교수회가 대학이사의 자격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 대해서, 교수회나 학생회도 소송 자격이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이사가 아니면 직접 당사자가 아니므로 소송 자격이 없다 했던 판례를 뒤집었으니 실로 파격에 가깝다. 그 핵심은 이렇다.
“헌법 제31조 제4항이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취지는, 대학에 대한 공권력 등 외부 세력의 간섭을 배제하고 대학 구성원 자신이 대학을 자주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대학인으로 하여금 연구와 교육을 자유롭게 하여 진리 탐구와 지도적 인격의 도야라는 대학의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하려는 데 있으므로, 학문의 자유의 주체인 교원들이 그 중심이 되는 것이지만, 공권력 등 외부 세력의 간섭을 배제하고 대학을 자주적으로 운영한다는 측면에서는 교원뿐만 아니라 역시 대학의 구성원인 직원, 학생 등도 원칙적으로 대학 자치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한국은 대학교육의 78%를 사립대에서 맡고 있어(미국은 33%) 세계에서 제일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 사립대학의 상당수가 비리와 불합리에 시달려왔으며 교과부는 이를 묵인하거나 고식적인 대응만을 해왔으니 이번 판결은 매우 획기적이다. 게다가 전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는 대학 재단 및 교과부의 대학정책을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왜 교수와 학생들만 일방적이고 불합리한 평가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 교과부 정책과 대학재단들 중 낙제점을 면할 것이 과연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우리대학의 갈등이 거의 1년째 해결되지 않는 까닭 중 하나는 구성원들이 우리 대학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점에도 있다. 백성들이 임금의 이름을 모르는 것이 태평성대라지만, 우리는 지금 과연 태평성대에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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