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적인 사회를 꿈꾸다

 
 사불여의[事不如意].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인간의 역사 역시 마찬가지다. 다양한 문명들이 독특한 문화들을 꽃피워왔지만 여태껏 완벽한 사회는 존재하지 않았다. 따라서 인간은 예로부터 누구나 저마다의 이상향을 동경해왔다. 이는 동서양을 가리지 않았다. 플라톤은 환상의 대륙 아틀란티스를 꿈꿨고, 도연명은 <도화원기>를 통해 복숭아꽃이 만발하는 신선들의 낙원인 무릉도원이라는 이상향을 형상화 했다.
 저자 토마스 모어는 ‘유토피아’를 통한 새로운 이상 국가를 제시한다. 가상의 인물 ‘라파엘’을 통해 유토피아를 당시 유럽 사회와 대비시켜 매서운 비판을 가한다. 유토피아는 그리스어로 ‘어디에도 없는 곳’이라는 뜻으로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지향한다. 이는 공동체의 질서와 평화를 위한 평등한 분배가 이루어지는 이상사회를 말한다. 여기서 특히 주목해야할 점은 모어가 과도한 사회적 불평등의 원인을 사유재산제에서 찾았다는 것이다. 모어는 ‘재화가 공정하게 분배되는 공동 소유제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진정한 정의의 실현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완전한 공동 소유의 평등사회라는 발상은 500년 전 부가 극단적으로 편중되던 당시 부조리한 사회 속 희생되는 민중들에 대한 모어의 연민과 애정을 느낄 수 있다. 
 물론 현대적 시각에서 바라봤을 때 ‘유토피아’는 많은 모순점을 지닌다. 겉으로는 평등과 평화를 외치지만 실상은 식민지 건설을 합리화 시키며, 노예제를 옹호한다. 이처럼 유토피아는 상상속의 이상향이라는 점에서 현실의 괴리감을 극복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인다. 얼핏 보면 완벽한 사회처럼 보이지만, 작은 모순파편들이 전체 사회를 깨트릴 수 있는 불완전한 사회인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주목해야할 점은 완벽하지 못한 헛된 이상성이 아닌 비판과 풍자 그리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진보의 지향에 있다. 실제로 모어는 유토피아라는 ‘완벽한 사회’를 그대로 추구하지 않았다. 이를 당시 유럽 사회와 비교해가면서 어떻게 하면 더 나은 국가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활발히 토론해보기를 원했다.
 수많은 찬사와 비난을 한 몸에 받았던 이 책은 혼란스러운 현실 속에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유토피아 문학의 효시로서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신자유주의의 확산으로 인한 경제적 불평등 심화, 메마른 물질만능주의가 되어가며 인류는 점차 인간성을 상실해가고 있다. 이러한 암담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재와 과거를 정확히 인식하고 성찰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추구해야할 미래를 위한 새로운 현대판 유토피아를 상정해야 할 것이다. 인류는 늘 유토피아를 상상해왔고, 이를 단지 이상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대안으로서 조금씩 실현시키면서 발전해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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