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대하는 자세, 여덟 단어

 
바늘구멍 같던 취업문은 어느새 보이지도 않는다. 대학 졸업은 공포로 다가오기 시작했고, 그렇다고 남아있자니 남들과 ‘다름’에 겁이 난다. 이미 기준점은 ‘내’가 아닌 ‘엄마 친구의 아들 또는 딸’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본인이 아무리 능력과 재능을 철저하게 갖췄다하더라도 시대의 흐름과 운이 따르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 특히나 우리의 시대는 더더욱 호락호락하지 않다. 우리 모두가 인생의 정답이 없음을 안다. 그러나 이를 외면한 채 인생의 정답을 찾아 헤맨다.
시인 고은의 시집, <순간의 꽃>에 다음의 시가 실려 있다. “급한 물에 떠내려가다/ 닿은 곳에서/ 싹 틔우는 땅버들 씨앗/ 이렇게 시작해 보거라” 땅버들씨앗은 닿은 자리가 어떻든 싹을 틔우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바람이 강하고 엉켜있는 나뭇가지 사이라도 땅버들씨앗은 그 자리에 뿌리를 내린다. 우리 인생도 이와 다르지 않다. 땅버들 씨앗이 물살이 안전하다고 그 물살을 타고 양지바른 곳에 안착할 수 없듯이 우리 마음대로 주무를 수 없는 게 인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땅버들씨앗처럼 시작할 필요는 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 본인만의 인생의 정답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당신이라면, 박웅현의 책 ‘여덟단어’를 추천한다.
박웅현은 TBWA KOREA의 크리에이티브 대표(CCO)로, ‘사람을 향합니다’, ‘생각이 에너지다’, ‘진심이 짓는다’ 등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캠페인들을 제작한 광고인이다. 또한 ‘책은 도끼다’,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등의 인문서적을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린 저자다. 박웅현은 그의 저서 ‘여덟단어’에서도 인문학적인 삶의 태도를 고스란히 녹여냈다. 그가 우리에게 던진 여덟 가지 화두를 함께 고민해보자.

‘자존’에서 ‘소통’까지
“묵묵히 자기를 존중하면서, 클래식을 궁금해 하면서, 본질을 추구하고 권위에 도전하고, 현재를 가치 있게 여기고, 깊이 봐가면서, 지혜롭게 소통하면서 각자의 전인미답(全人未踏)의 길을 가자”이것이 박웅현이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인생을 대하는 자세’의 모든 것이다. 자존, 본질, 고전, 견, 현재, 권위, 소통 그리고 인생까지. 저자는 여덟 가지 단어들에 자신의 이야기를 곁들여 풀어낸다. 몇 개의 키워드로 쪼개놓았지만 모든 단어들은 연결된다. 가령, ‘자존’과 ‘본질’이다. 저자는 ‘자존’을 ‘어떤 위치에 있건, 어떤 운명이건 스스로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것’이라 말한다. 남과 다르면 불안감에 휩싸일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이러한 자존감을 가지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스스로 부단히 애써야 한다. ‘본질’을 발견하려는 노력, ‘본질’이 아니라고 생각되면 포기할 줄 아는 용기, 그리고 자기를 믿는 고집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면 비로소 ‘나’라는 자아가 바로 서게 되는데, 그것이 곧 ‘자존’인 것이다. 그렇게 서로 맞닿은 단어들은 하나의 방향으로 나아간다. 바로 ‘인생’이다.

일곱 가지 재료를 담는 그릇, ‘인생’
박웅현은 ‘인생’을 자존에서 소통, 일곱 단어를 담는 그릇이라 표현한다. 그리고 이 싱싱한 재료들을 어떻게 잘 담아둘지에 대해 조언한다. 그는 책의 후반부에서 영화평론가 이동진의 책 ‘밤은 책이다’의 문장을 인용하면서 인생을 대하는 자세를 한마디로 표현한다.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살고 싶고, 인생 전체는 되는 대로 살고 싶다” 이는 책 서두의 ‘자존’에서 박웅현이 강조했던 ‘아모르파티(amor fati)’와 같은 맥락이다. ‘네 운명을 사랑하라’라는 뜻의 ‘아모르파티’지만 저자는 이를 ‘될 대로 대라’의 ‘케세라세라’로 해석하지는 않는다. 타고난 시대가 호락하지 않다고 해서 그저 놀고먹다 감당이 안 될 때쯤 ‘네 운명이니 사랑하라’가 아니다. 당신에게 주어진 조건을 받아들이되 그 속에서 최선을 다하라는 것이다. 성실하게 채워 보낸 하루하루의 합이 곧 당신의 인생이니 말이다.

언제든지 이기고, 또 질 수 있다
 20대의 우리는 오롯이 전력질주만 한다. 눈앞의 문턱만 넘어서면 모든 것이 끝나기라도 하는 듯이 좀처럼 멈추지 못한다. 앞만 보고 달리다보니 시야는 좁아지다 못해 자기 자신도 살피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 호흡도 제대로 가다듬지 못하는 마당에 또 어느 틈에 곁눈질로 주위를 확인한다. 그러다 남들보다 세 번 정도 앞지르면 “나는 질 줄 모르는 사람이구나”라며 오만에 도취된다. 또 다시 몇 번을 뒤쳐지면 “나는 이길 줄을 모르는 사람이구나”하며 열패감에 휩싸인다. 하지만 졌다고 해서 세상이 끝난 것 마냥 슬퍼할 필요는 없다. 선택에는 정답과 오답이 공존하고, 자신의 선택을 정답으로 만들어나가는 것은 오로지 본인의 몫이다. 그러니 인생이라는 마라톤을 달릴 때, 우리는 박웅현의 한 마디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언제든지 이길 수 있고 언제든지 질 수 있다” 한 순간의 결과로 너무 흔들리지 말라는 것이다.
그는 인생의 정답이 없다고 단언한다. “봄에는 꽃이 피고, 여름은 눈부시고, 가을은 낙엽이 떨어지고, 겨울이면 눈이 오는 사계절을 매년 겪지만 그 어느 하루도 같은 날씨인 적은 없었습니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우리 앞에 마땅히 주어진 전인미답(全人未踏)의 길을 즐겨야합니다” 당신의 인생을 먼저 걸어본 사람이 누가 있을까, 가본 적이 없으니 딴 길로 새어도 보고 길도 잃어보는 것이다. 다만 인생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되 그 실수들에 휘둘리지 말고 당신만의 인생을 걸어 나가자는 것이다. 비록 인생의 정답은 없다지만, 박웅현이 던진 여덟 가지 단어를 알고 간다면 당신의 인생이 조금이나마 더 수월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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