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사성 불교평론 주간
‘법화경’ 약왕보살본사품에 나오는 얘기. 일체중생희견보살(一切衆生喜見菩薩)이라는 수행자가 있었다. ‘모든 사람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소원인 수행자였다. 그는 매일 자기 몸에 향유를 부었다. 온몸이 향유에 절어지면 그 몸을 불태워 세상을 향기롭게 하기 위해서였다. 때가 되지 그는 자기 몸에 불을 붙였다. 향기는 삼천대천세계에 널리 퍼져나갔다. 모든 사람은 그 향기로 기뻐하는 얼굴이 되었다. 그는 이 공덕으로 마침내 성불하게 되었다.

좀 극단적이긴 하지만 이 이야기는 대승보살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상징적 비유를 통해 보여준다. 종교적 삶이란 남을 기뻐하게 하고 세상을 향기롭게 하는 일을 실천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남이 기뻐하도록 도와주려면 자기의 편안함이나 이익을 포기해야 한다. 말은 쉽지만 이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는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경험하는 바다. 그래서 우리는 이웃을 위해 헌신적인 삶을 사는 사람을 보면 더욱 감동하는지도 모른다.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평생 우리나라 소록도에서 봉사한 마리안느와 마가렛이라는 두 수녀의 이야기도 그 중 하나다.

이들이 소록도를 찾아온 것은 그곳에 사는 한센인들이 주위의 몰이해와 냉대로 고통받는다는 신문기사를 읽고 나서였다. 두 사람은 오로지 이들을 도와주기 위해 낯설고 버려진 땅 소록도를 찾아왔다. 청춘의 두 수녀는 일흔이 넘은 할머니가 될 때까지 한센인들을 도우며 함께 살았다. 43년을 그렇게 산 두 수녀는 2005년 어느 날 작별인사도 없이 소록도를 떠났다. 배에 오른 그녀들의 짐은 올 때 들고 왔던 낡은 가방 하나와 옷가지, 사진 몇 장이 전부였다. 하루 뒤에 발견된 편지에는 인사하고 어쩌고 하다보면 번거로워질 것 같아 그냥 떠난다는 것과, 몸은 떠나도 마음은 늘 당신들 곁에 있겠노라는 사연이 적혀 있었다.

지난 8월 말 강원도 설악산 백담사에서 열린 여름 안거 해제법회. 조실 무산스님은 오래전 신문에 실렸던 두 수녀의 감동적인 스토리를 만행을 떠나는 수행자들에게 들려주었다. 스님은 ‘깨달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깨달음의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인생에서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이웃을 기쁘게 하는 봉사의 삶을 살 때 더욱 빛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문을 듣고 돌아오는 길에 그동안 나는 주변 사람들을 얼마나 기쁘게 해주며 살아왔던가를 생각해보았다. 부끄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홍사성 (불교평론 주간)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