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중 높아진 자소서 채용 트렌드…특별한 자신만의 ‘스토리’가 절실하다

 
바야흐로 자기소개서의 시즌이다. 마음이 급한 취업준비생들은 입맛에 맞는 곳을 골라 원서 넣기에 바쁘다. 채용 공고를 클릭하는 취업준비생들은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앞선다. 하늘은 높고 말은 비대해져가는 계절이건만, 합격 소식을 기다리는 이들에겐 높은 것은 취업의 벽이고 커지는 건 애타는 마음뿐인 계절이다.
 기업의 채용담당관들이 원서당 심사하는 평균 시간은 5분 남짓에 불과하기에, 취업준비생들은 어떻게든 튀는 자기소개서에 집착한다. 각종 미사여구로 자신을 수식하는 것은 물론, 약간의 거짓말도 서슴지 않지만, 이마저도 한계가 있다. 결국 ‘무엇을’ 쓸 것이냐가 당락을 가르는 주요 잣대가 된다.

특별해야만 하는 자소서?

아예 ‘취업용’ 취미를 만들어 자기소개서에 활용하는 학생들도 있다. 한국무용을 배우고 있는 경영학과 4학년 A양은 이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취업을 위해서라고 밝혔다. A양은 “상반기 지원 때 서류심사에서 줄줄이 탈락했다. 나를 돋보이게 할 자기소개서가 절실하다고 느껴서 한국무용을 배워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한국무용을 통해 팀워크와 튼튼한 체력이라는 나만의 키워드도 만들 수 있었다”라며 하반기 공채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A양은 백화점이나 면세점 등의 유통관련업에 종사하길 희망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나는 더욱 더 남달라져야하고 특별해져야 한다.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상에 맞춰 원서를 쓸 때마다 내가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되는 것 같다”는 A양의 말에서 학생들의 고충이 드러났다. 덧붙여 “수많은 자기소개서 상의 ‘자기’와 실제의 ‘자기’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낀다”고도 말했다.

자소서, 어떤 얘길 써야 할까

 올해 채용 트렌드에선 특히 자기소개서의 비중이 강화됐다. 많은 기업들이 기존의 뻔한 스펙 대신, 실제 업무에 적합한 맞춤 인재를 선발하는 추세다. 이 같이 열린 채용에선 자기소개서에서 요구하는 글의 종류가 세분화되는 동시에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트렌드 변화는 기업이 스펙이라는 ‘겉모습’에 치중한 채 직무관련성이 약한 지원자를 걸러내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취업준비생들은 기껏 쌓아놓은 스펙이 소용없게 됐다는 한숨 소리와 함께 도대체 자기소개서엔 어떤 것을 써야할 지에 대한 고민도 토로한다. 단시간 내에 기업이 요구하는 바에 맞춰 자신을 정교히 포장할 능력을 갖추기는 쉽지 않기에, 자기소개서를 첨삭 받거나 심지어는 암암리에 ‘자소서대필’ 사이트를 찾기도 한다.
 우리대학 취업센터 이소정 계장은 “무작정 튀는 자기소개서보단 지원하는 직종에 대한 직무연관성이 잘 드러나고 생각이 뚜렷한 자기소개서가 좋다”고 말한다. 결국엔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에 적합한 글이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다. 자기소개서만으로 자신의 역량이 드러나는 데에 한계가 있겠지만, 자기소개서 없이 수많은 취업준비생들을 평가할 별다른 대안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내 ‘스토리’는 오로지 취업용

 경영학과 4학년 B씨는 고소공포증이 있다. 그는 유럽여행 도중에 4000미터 상공 경비행기에서 스카이다이빙을 체험했다. 아찔한 낙하였다. 그럼에도 그가 스카이다이빙을 감행했던 이유는 ‘특별한 경험’을 위해서였다. 훗날 기업에 지원할 자신의 자기소개서가 특별해보일 것이란 막연한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학기에 그는 총 7군데의 금융권 기업에 지원했다. 자신의 전공인 경영학을 최대한 발휘하고 싶었던 까닭이다. 하지만 서류 통과가 먼저였고, 그의 자기소개서는 ‘특별할’ 필요가 있었다. 그는 자신의 스카이다이빙 경험을 십분 활용하여, 자기소개서의 막막한 빈 줄을 메워나갔다. 그는 “스카이다이빙을 통해 한계를 극복했다는 이미지를 어필할 수 있을 것 같았다”라며 당시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았다.
 B씨의 스카이다이빙은 결국 자신을 차별화시키기 위한 고민에서 비롯됐다. 아파트 밖을 내다보기도 아찔한 고소공포증이 있는 그는 결국 스카이다이빙으로 자신만의 스토리를 완성해냈다.
 여전히 고소공포증을 두려워하는 B씨와 자기소개서 상의 도전하는 B씨 중 어떤 모습이 진짜 B씨일까. 스펙을 뛰어넘어 자신을 ‘스토리텔링’하는 ‘자소설가’가 돼야 하는 요즘이다. 사람들은 값진 청춘을 낭비하지 말고 도전하고 부딪쳐보라고들 한다. 자신의 스토리를 강제하는 것이다. 이에 수많은 청춘이 세계를 일주하고, 백두대간을 넘나들고, 새로운 앱을 개발하고 창업을 한다. 물론 이 도전들은 개개인에게 귀중한 경험이 될 테지만, 취업준비생의 입장에서는 무의식적으로 이 경험들이 앞으로 취업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를 가늠할 수밖에 없다.
취업을 위해 꿈과 열정을 도구로 삼는, 어딘가 순서가 뒤바뀐 듯한 이러한 상황이 청춘들에겐 떨떠름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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