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준영 청년유니온 정책국장
 유감스럽게도 ‘임금피크제’라는 창의적인 발상은 청년일자리 대책이 아니다. 이 사실 하나만은 ‘단언’할 수 있는 진실이다. 임금피크제는 2016년 ‘정년연장법’(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의 시행에 따라 발생하는 기업 측의 비용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대처법이다.
고령화 시대의 초입에서 대규모로 은퇴를 앞두고 있는 베이비부머 세대 일자리, 즉 장년일자리 문제가 커지고 있다. 해법의 하나가 그들이 노동시장에 좀 더 머무르도록 하는 것이고, 그것이 법으로 합의된 것이다. 이때 고용연장에 따른 임금조정 방안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임금피크제다. 그것이 갑자기 청년고용문제의 해결방안으로 둔갑해버렸다. 위기에 처한 청년을 명분으로 활용하는 것이 정책선전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청년 일자리 13만개가 만들어진다며 무려 20억 원의 세금을 쓰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감동적인 TV광고도 제작했다.
그러나 정년이 연장되는 이상 임금을 조정한들 기업입장의 총 노동비용은 증가한다. 정부가 아무리 일시적인 고용보조금을 투입하더라도 이해타산에 빠른 사용자의 계산에서는 ‘셈’이 맞지 않는다. 장기적 손해를 감수하고 생산의 증감과 무관하게 고용을 늘릴 착한 기업이 있겠는가. 설령 고용이 발생해도 그것은 기업의 철저한 이해타산에 의한 것이지, 임금피크제 도입의 효과가 아니다. 그것은 어차피 뽑았을 인원이다. 결국 세금으로 기업의 인건비를 대신 내주는 꼴이 된다. ‘사중손실’이라고 부르는 혈세 낭비가 발생한다.
최근 임금피크제가 이미 도입되고 있는 공공기관의 경우 3곳 중 1곳이 신입사원 채용계획 자체가 없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채용하겠다는 곳들을 다 긁어모아도 정부가 내세운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 공공부문의 상황이 이러한데 민간 기업들이야 오죽할까. 정부 눈치를 보며 적당히 고용을 늘려도 얼마나 지속될지 장담할 수 없다. 지금 대기업들이 ‘일자리 창출’ 계획이랍시고 내놓는 방안들도 인턴으로 채워지고 있다. 애초에 정부가 제시한 13만개 일자리도 실제에 비해 16배나 뻥튀기된 값이라는 의혹도 있다.
물론 임금피크제는 정년연장법 시행에 따라 논의를 피해가기 어려운 사안이다. 그러나 그것도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것처럼 연령에 따른 기계적이고 폭력적인 임금삭감 정책이 아니라, 점진적인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은퇴를 잘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이 되어야 한다. 그것은 사실 임금피크제가 아니라 ‘노동시간피크제’라 불러야 할 것이다.
노동시장 구조개혁 강행에 급급한 정부는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다. 정년까지 일하는 노동자는 전체의 10%도 되지 않는다. 임금피크제가 도입될 수 있는 규모와 기업 측의 손익, 중장기적 고용유인을 모두 따져보더라도, 임금피크제와 청년고용은 크게 상관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청년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진짜 대책은? 그것은 정부에게 다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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