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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5.13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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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의 행복을 찾아 떠난 세계여행 <17> 칠레전혀 다른 색을 만나 새로움을 얻다

   
▲ 예술혼이 느껴지는 벽화. 강렬한 색채를 내뿜으며 주변 경관과 독특한 조화를 이뤘다.
 우리나라 여행지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은 통영이다. 푸른 바다와 수많은 섬들 그리고 마을 곳곳에 담겨있는 이순신 장군님의 숨결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우리나라 최고의 명소이다. 이런 통영에 관광객들이 가면 꼭 들리는 곳이 있는데 바로 동피랑 마을이다. 다양한 색채의 그림들과 트릭아트로 채워져 있는 이 마을은 통영을 가면 꼭 들려야 하는 최고 관광지 중 하나이다. 그리고 이런 해변 도시를 찾아갔을 때 빠질 수 없는 먹거리가 바로 회다. 고추냉이를 넣은 간장에 싱싱한 회 한 점 찍어 먹고 소주 한 잔 들이켜 주면, 옥황상제 부럽지 않은 만찬에 여행의 행복은 극에 달하게 된다.

세상을 가로막는 벽, 안데스

드넓은 남미 대륙을 달리고 달려 세계에서 가장 긴 나라, 칠레로 향하는 중이다. 길고 긴 국토의 절반이 바다와 접해있어 맛있는 물고기를 저렴한 가격에 먹을 생각에 벌써 배가 허기진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에서 칠레로 넘어가기 위해선 높디높은 안데스 산맥을 넘어야 한다. 그렇게 눈앞에 안데스 산맥이 펼쳐진다.
사실 처음엔 달리고 있는 버스의 지평선 끝에 흰색 벽이 가로막고 있다고 생각했다. 마치 지구가 네모나서 저 지평선 끝엔 낭떠러지니까 접근하지 말도록 높은 벽을 쌓아놓은 것 같은, 분명 누군가는 이 표현이 말도 안 되는 과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진심으로 눈 앞에 펼쳐진 안데스 산맥은 커다란 흰색 벽이 대지를 가로막고 있는 듯한 착각을 느끼게 해준다.
이 높고 긴 벽은 어느새 바로 눈앞으로 다가왔고 거대한 설산들의 집합으로 변해 우리를 압도했다.
하지만 인간이 정복하지 못하는 것은 없다. 이 높고 거대한 벽에 지그재그로 길을 내어 버스는 오르고 오른다. 창문 너머로 펼쳐진 순백의 산에 눈이 부셨고 버스는 달리고 달려 이 거대한 벽을 넘어섰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긴 나라, 칠레에 도착했다.

색채의 도시 ‘발파라이소’

칠레는 남미의 여느 나라들과 달리 사람들에게 여유가 넘쳤다. 아시아인에 대한 호감도도 높은 편이고 사람들이 밤에도 관광지를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치안이 높은 곳이다. 이렇듯 밤에 마음 놓고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은 남미에서 큰 축복이다.
마침 동행을 맺게 된 형들 둘과 야밤의 산티아고를 구경하며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역사를 가지고 있어 다른 남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스페인풍의 건물들이 많았고 언어 역시 스페인어를 쓴다. 하지만 이런 특별하지 않음은 역시나 여행자에겐 아쉬움으로 남는다. 딱히 볼 게 없다고 느낀 우리들은 이틀 만에 바로 다른 도시로 떠났고 그렇게 가게 된 곳이 색채의 도시 ‘발파라이소’이다.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우릴 반겨준 것은 바다표범들이었다. 우리나라에선 흔히 볼 수 없는 동물이기에 동네 바닷가에 떼로 지어있는 이들의 모습이 신기했다. 그들과 우리를 나누는 울타리도 없고 그냥 방파제 너머에서 유유히 헤엄치고 있다.
이렇듯 사람과 바다표범 사이에 특별한 경계가 없는 것에 신기해하며 바닷길을 따라 마을을 걷다 보니 어느새 강렬한 색채로 우릴 맞이하는 벽화 마을에 들어오게 되었다. 지대가 높아 한쪽으로는 파란색의 바다가 칠해져 있고 또 한쪽으로는 형형색색의 집들이 칠해져 있어 마치 색동마을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네 동피랑 마을의 집들은 벽에만 벽화가 그려져 있다면 이곳은 집을 둘러싼 벽뿐만 아니라 집 자체에도 색깔을 넣어, 흰색을 띠는 것은 길바닥과 하늘의 구름밖에 없을 정도로 각종 다양한 색이 마을을 구성하고 있었다.
둘러보는 길에 가게 대문을 모두 그림으로 채워놓은 기념품 가게가 있었는데, 보통 쇼핑을 잘 하지 않는 나지만 이 아름다운 그림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결국 기념품을 사서 나왔다. 쇼핑에 인색한 내가 매혹된 걸 보면 그 가게는 분명 대박 가게임이 분명하다.

이질적인 음식, ‘세비체’

벽화 마을을 다 돌았을 때쯤 역시나 배꼽시계가 신호를 주었고, 우린 칠레 해변도시의 명소인 어시장을 찾아갔다. 어시장 하면 물고기, 물고기 하면 회, 회 하면 소주이지만 안타깝게도 칠레에는 회를 먹는 문화도 없고 소주는 더더욱 구할 수가 없다. 회를 뜨는 기술만 있으면 싱싱한 물고기를 잡아다가 직접 떠먹으면 좋으련만 우리에게 그런 고급 기술이 있을 리가 만무했고 이를 대체할 만한 음식거리를 찾아야 했다.
그러던 중 우리 눈에 들어온 것은 ‘세비체’라는 전통 해물 음식, 회를 뜬 생선살에 양파, 고추 등 각종 야채와 레몬즙을 뿌려서 만든, ‘회 레몬 야채무침’이라고 하면 설명이 될 것 같다. 싱싱한 회를 무쳐 만든 ‘세비체’와 소주 대신 우리의 알코홀릭을 채워줄 와인을 함께 곁들여 먹은 저녁 만찬은 정말이지 그냥 그랬다. 역시 회와 소주 콤비를 이길 수 있는 해산물 식품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나 보다.
‘세비체’의 새콤한 맛이 내 입맛과는 딱히 맞지 않았던 것 같다. 이후에도 페루에서 ‘세비체’를 한 번 더 도전해 보았지만 역시나 내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사실 이 ‘세비체’처럼 남미의 문화에는 쉽게 젖어들기 힘든 점들이 많다. 언어도 스페인어를 써서 그런지 쉽게 이야기가 통하기 힘들고 이들의 음식 문화 또한 투박하고 거친 것들이 많아 섬세하고 다양하게 만드는 우리의 음식들과는 차이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질적인 문화에서 오는 끌림은 우릴 강하게 매료시킨다. 마치 벽화 마을의 각기 다른 색들이 모여 완전히 새로운 조화를 이루는 것처럼, 나와는 다른 것에서 매력을 느낄 수 있고 또 그것과 만나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변할 수 있다.
이렇듯 이질적인 것과의 조화는 우리를 새롭게 그리고 설레게 만들어준다.
 

김현석  생명과학전공 15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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