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 ‘희망’이라는 나무를 심다

 

  산림청은 몽골 지역의 사막화 방지를 위해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간 138억여  원을 투입하여 숲을 조성하는 한·몽 그린벨트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몽골의 룬솜시, 달란자드가드시 등의 지역에 여의도 면적 10배에 해당하는 총 3천㏊규모의 숲이 조성되는 쾌거가 이뤄졌다. 추가적인 학술 지원을 위해 2012년부터는 우리대학과 더불어 서울대, 강원대, 고려대, 서울시립대 등 5개 대학이 공동으로 참여해 사막화방지연구사업단도 꾸렸다. 그리고 이 연구의 중심에는 우리대학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이자 산하 황사·사막화방지연구소의 소장이기도 한 강호덕 교수가 있다. 강 교수는 사막에서 잘 자라는 나무를 개발하는 동시에 농작물 재배기술을 보급하려는 등의 다양한 연구를 이끌고 있다.

황폐한 사막을 푸른 숲으로

우리나라가 1999년 사막화방지협약에 가입하면서 당시 산림청에 근무하던 강 교수도 사막화방지연구에 처음으로 발을 들였다. 국제산림환경 분야를 담당하던 강 교수가 몽골에 본격적으로 나무를 심기 시작한 것은 2007년부터 올해로 9년째. 그는 10여 년 전 처음 연구를 시작할 때 북경에서 주중(中)대사를 만난 기억을 떠올렸다. “나와 뜻을 같이한 여러 교수가 내몽고 지역 황사 발원지에 나무를 심으러 왔다고 하니 대사가 물었어요. 당신들이 하는 일은 따지고 보면 태평양에 돌멩이 하나 던지는 격인데 무엇을 하겠느냐는 거죠. 순간 착잡한 마음이 들었어요.” 하지만 강 교수는 계속 돌을 던지다 보면 언젠가는 태평양의 물도 넘치게 할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유목민족으로 목축업이 주요 생계수단인 몽골 주민들은 당시에는 나무 심기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다”며 “혼 농·임업법의 전략을 택했다”고 전했다. 혼 농·임업법은 농작물과 임업용 나무를 같이 경작하는 방법이다. 나무만 심어주는 게 아니라 감자 등의 채소와 소나 양의 먹이가 될 만한 사유작물을 같이 심을 수 있게 한 것이다. 단지 물고기만 주는 것이 아니라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준 셈이다. 나무 심기에 소극적이었던 몽골 사람들의 인식은 어느새 긍정적으로 변화했다. 
그의 노력으로 몽골의 관광도시인 달란자드가드시 공항 근처에는 푸른 숲이 만들어졌다. 다른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도 사막이 숲으로 변한 데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또한 주민들은 한층 더 건강한 생활을 영위하게 됐다. 육류 위주의 식습관 탓에 비타민이 부족했던 주민들이 채소를 섭취하며 영양 상태가 호전된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강 교수를 뿌듯하게 했다.
하지만 이렇게 성공적으로 숲을 조성하기까지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어느 날 동네의 양떼들이 묘목에 붙은 잎을 다 뜯어먹었더라고요. 허탈했죠.”

‘사막 맞춤형 나무’ 탄생

이뿐만이 아니었다. 열악한 마을환경은 그에게 큰 고충이었다. 관개시설이 작동하지 않아 나무의 생장에 필요한 지하수를 끌어오는 데 애를 먹었다. 흔한 못 하나가 없어서 차로 10시간이 넘는 거리인 울란바토르까지 다녀온 적도 있다. 몽골의 지리적인 특성도 만만치 않았다. 기후편차가 커 겨울에는 나무가 모조리 얼어 죽었고, 강수량도 250mm미만으로 턱없이 모자라 나무가 생육하기 힘든 환경으로 이어졌다. 이에 강 교수는 몽골 환경에 맞는 나무를 개발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했다. 그는 열악한 사막에서도 증식이 잘 되는 나무를 찾아 나섰다. 포플러나무는 다른 나무들에 비해 성장이 용이했다. 가지만 떼어내 땅에 꽂으면 새로운 개체가 되기 때문이다. 그 후 강 교수는 적은 물로도 살 수 있게 포플러 품종을 개량했다. ‘사막 맞춤형 나무’가 탄생한 것이다.

 

국제사회 빈곤 퇴치 기대

▲ 몽고인들과 나무를 심고 있는 강호덕 교수.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도 연구를 놓지 않은 강 교수. 그가 이루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는 “이 사업이 단지 나무를 심는 것을 넘어 한·몽 양국 간의 우호를 상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강 교수는 사막화방지가 궁극적으로는 국제사회의 빈곤퇴치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사막화가 심각한 국가들은 대부분 빈곤국들입니다. 아프리카의 여러 국가들을 보아도 알 수 있죠. 사막화방지를 통해 빈곤국들이 가난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어 강 교수는 우리나라의 역량을 저개발국에 확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연구단은 몽골에서의 조림사업을 바탕으로 미얀마, 튀니지, 에티오피아 지역을 대상으로 그 연구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강 교수의 사막화방지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그는 지난 8월 26일 몽골에서 개최된 한·몽 사막화방지 국제학술심포지엄에 사막화방지연구사업단의 단장으로 참석했다. 심포지엄에서도 그는 ‘2016년에 종료되는 조림사업이 중단되지 않도록 예산을 확보하는 것’과 ‘토양관리법을 전수해 지속적으로 감독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후속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끝으로 강 교수는 학생들에게 “만약 해외봉사를 가게 된다면 가까운 사막화지역 나라의 나무심기에 동참해보기를 바란다”며 사막화 방지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이어 “마음이 통해야 큰일을 해낼 수 있으며 그 마음은 열정으로부터 비롯된다”고 전했다. 인터뷰 내내 반짝이는 그의 눈에서 식지 않은 ‘나무 심기’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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