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입체적인 시각 효과와 풍성한 사운드를 즐기기 위해 영화관을 찾는다. 그런데 이런 비주얼과 사운드를 포기하는 영화가 있다. 바로 배리어프리(Barrier Free) 영화다. 말 그대로 ‘장벽으로부터 자유롭다’는 뜻으로 ‘시각’과 ‘청각’이라는 두 장벽을 허문 영화다.
배리어프리 영화는 시각 장애인을 위해 배우 혹은 성우가 화면 해설을 녹음하고, 청각 장애인을 위해 대사와 주변 소리 상황을 알리는 한국어 자막을 더한다. 우리대학에도 이렇게 장벽을 녹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영화영상학과 봉사동아리, ‘나누멜바그’를 만났다.

“선생님, 이거 어떻게 하는 거예요?” 중학생 아이들이 선생님을 애타게 부른다. 저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영상 편집을 배우고 있는 아이들. 여느 중학교 수업시간과 다를 것 없어 보이지만, 이 수업의 선생님은 나누멜바그 팀원들이다.
이들은 한국타이어나눔재단이 주관하는 ‘2015 Dream With 프로젝트’ 대학생 봉사단으로 선정됐다. 지난 5월부터 신당꿈지역아동센터 중학생들과 함께 한 그들의 ‘배리어프리 영화 만들기’는 이 달 중순 열리는 상영회를 마지막으로 마무리된다.

장벽을 허무는 영화
영화는 아이들의 이야기로 구성됐다. 연기, 촬영, 편집까지 모든 과정 또한 아이들의 손을 거친다.
나누멜바그 회장 김유훈(영화영상2) 군은 “전공 지식을 통해 아이들에게 가르침을 주고 싶었다”며 기획 의도를 밝혔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작업하는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길러주고자 했다는 김 군. 팀원들 역시 아이들에게 과정의 중요성을 느끼고 사고의 폭을 넓히는 경험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영화 제작은 A팀과 B팀이 각각 두 편의 영화를 만드는 것으로 진행됐다. A팀은 시험문제가 유출된 사건이 벌어진 학교 이야기를 다뤘다. 알리바이가 없는 아이들이 서로 의심하고 골탕 먹이는 모습을 담았다. B팀은 아이들이 수련회에서 실제 겪었던 이야기를 각색했다. 소재는 잘생긴 남자 교생 선생님을 둘러싼 여학생들의 다툼이다. 영화 후반에 나름의 반전 요소를 넣으며 아이들이 매우 즐거워했다고 한다.
자신의 생각을 영상으로 만드는 것은 아이들에게 새롭고 값진 경험이었다. 모든 제작 활동을 함께 하면서 아이들은 협동의 중요성을 느꼈다. 영화, 영상 관련 직종을 꿈꾸던 아이들에게 각자 좋아하고 잘하는 분야를 찾고 자신의 꿈을 더 가깝게 느껴볼 수 있는 기회였다.
김보경(영화영상4) 양은 “영화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이었다”며 “영화를 배리어프리버전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장애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녀는 “가정형편이나 여러 가지 상처로 마음이 닫혀 있던 아이들에게 이 프로그램은 자기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4개월의 만남은 세상과 아이들 사이에 존재하던 벽, 나누멜바그와 아이들 사이의 벽 또한 허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영화로 얻은 소통의 의미
학교 수업, 학과 활동, 개인 생활 등 각자의 일이 바쁜 와중에도 그들은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에 절대 소홀하지 않았다. 프로그램을 수행하며 어려운 점은 없었냐는 질문에 김 양은 “작품과 아이들 두 가지 모두 동시에 살펴야 해서 힘들었다”고 말했다.
완성된 작품으로 상영회를 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 하지만 모든 과정에 아이들을 참여시키는 것이 중요했기에 작품만을 생각할 수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녀는 최대한 균형을 맞추고자 이를 악물고 버텼다. 김 양은 “힘들지만 이미 예상했던 것이고, 이를 각오하고 시작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고 전했다.
강예나(영화영상3) 양은 아이들에게 촬영과 연출을 지도하며 소통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얘가 더 웃었으면 좋겠어? 더 떠들었으면 좋겠어?”, “OK야 NG야?”라고 여러 번 물으며 ‘연출의 역할은 매순간 선택하는 것’임을 상기시켰다. 아이들은 촬영하면서 ‘내가 보는 영화는 촬영하는 사람이 선택한 순간들이 모인 것이구나’라고 느꼈다.
그녀는 활동 당시를 회상하며 “영화 제작자가 ‘선택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생각하도록 도와준 것이 아이들과 잘 통할 수 있는 계기였다”고 전했다.

특별한 나눔 향한 뜨거운 열정
소통하기 힘들어했던 활동 초반과 달리 아이들은 이제 “선생님, 선생님”하면서 친근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봉사는 내가 가진 것을 나누면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김 양은 봉사의 의미를 ‘나눔’이라고 정의했다. 다른 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작은 것 하나라도 나누고자 하는 마음은 바쁜 생활 속에서도 색다른 경험을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여러 차례 기획서를 쓰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이들의 다음 목표는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지역주민들이 즐길 수 있는 영화를 상영하는 것이다. 2년차에 불과한 신생 동아리지만 꾸준히 자신들의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는 모습은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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