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경으로 복무하던 우리 학우가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지난달 25일 故 박세원(철학12, 당시 계급 상경) 군은 자신의 근무지인 서울 은평경찰서 소속 구파발 군경합동검문소에서 총기 사고를 당했다. 경찰은 “검문소 감독관으로 근무하던 박모 경위(54세)가 자신의 38구경 권총을 박 군에게 겨누며 장난을 치던 중 실탄을 발사했다”고 사고 경위를 설명했다. 박군은 ‘좌측 흉부 총상(심장 및 폐 관통)’에 의해 긴급 후송 도중 숨지고 말았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벌어진 것에 대해 27일 우리대학 총학생회가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강신명 경찰청장이 박 군의 빈소를 찾아와 조문했다. 또한 피의자 박 경위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돼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처럼 군부대 내 총기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입대를 앞둔 대학생들과 자식의 입대를 지켜봐야 하는 부모들의 불안이 더욱 커지고 있다. 작년에는 ‘임병장 사건’으로 알려진 강원도 고성 군부대 총기난사 사건이 있었으며, 지난 5월에는 내곡동 예비군 훈련장에서 예비군이 총기를 난사한 사건이 있었다. 일련의 사건에도 불구하고 총기 사건이 또 한 번 일어났다는 것은 군ㆍ경의 안전 의식이 여전히 안일하다는 반증이다.
총기란 본디 엄격하게 관리된다. 특히 경찰은 일반 시민들과 직접 마주하는 일이 많은 만큼 총기 관리에 있어 더욱 철저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박 경위는 과거에도 함께 근무하는 의경들에게 2~3차례 장난으로 권총을 겨눴다고 한다. 박 경위를 ‘업무상 과실치사’가 아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수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비상식적인 행동 때문이다. 근무한지 30년이 되어가는 베테랑 경찰이 총기 안전 규정을 그토록 가벼이 여겼다면, 경찰의 기강 자체가 해이해졌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작년 세월호 사고 이후 ‘하인리히 법칙’이 다시 주목받았다. 1번의 큰 사고가 있기 이전 300번의 신호, 29번의 경고가 될 만한 사건들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방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총기 안전 교육 실시’와 같은 공문을 내리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평소 박 경위가 벌인 장난’과 같은 가벼운 일까지 신경 써야 한다. 이번과 같은 억울한 죽음이 다시 없도록 제대로 된 방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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