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결정’ 될 수 없다

 
뇌섹남, 뇌섹녀라는 신조어가 있다.  이는 뇌가 섹시한 남자나 여자를 줄여 이르는 말로 한 TV 프로그램에서 나온 단어이다. 이제 우리는 신체의 매력을 넘어서 IQ(지능지수)등 ‘두뇌’의 힘 까지 매력으로 인정하는 시대에 이르렀다.
비교적 최근까지 IQ는 선천적인 자질으로 인식되어왔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두개골의 형상으로 인간의 성격 및 특성 등을 추정하는 ‘골상학’이라는 것도 존재했었다. 과거,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던 이런 편견들에 대해 전면적으로 반기를 들었던 것은 바로 작가 스티븐 제이 굴드였다.
굴드는 어렸을 때 공룡의 화석을 보고 고생물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1963년 미국 안티오크대학에서 지질학 학사 학위를 수여받았으며, 1967년에는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서 고생물학 박사 학위를 수여받았다. 그는 진화론과 고생물학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었으며, 이 두 학문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하였다. 찰스 다윈 이후 가장 잘 알려진 생물학자로 손꼽히는 스티븐 제이 굴드가 쓴 그의 책 ‘인간에 대한 오해’는 미국에서 높게 평가받아 1982년도에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했다.
책 ‘인간에 대한 오해’에서 굴드는 과거에 존재했던 인종적 편견에 대해 살펴본다. 굴드의 이야기에 따르면 18세기 사회적 지도자와 지식인들에 의해 타당성을 의심하지 않는 문화적 환경이 존재하였고, 이것은 흑인노예제도와 두개골의 형상으로 인간의 성격과 심리적 특성 및 운명 등을 추정하는 골상학의 토대가 되었다. 시간이 흘러도 인종의 서열화는 멈추지 않았다. IQ검사를 최초로 발명한 비네는 IQ를 선천적인 지능으로 인정해 인간을 서열화하는 일반적인 장치로 사용하는 것을 거부했다. 그러나 훗날 비네의 충고는 미국의 유전적 결정론자들에 의해 모두 무시되었다. 지금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IQ의 유전적 결정론은 미국의 독자적인 발명품’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선천적인 자질에 대한 오해로 인해 잠재력이 무시 당하는 것은 크나큰 비극이다. 사회적 맥락에서 비롯된 사고만으로 자신의 한계에 부딪치는 것이다. 굴드가 말한 그 당시 ‘인간에 대한 오해’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책이 아니라, 이러한 주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진지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지만, 21세기에 보편적으로 퍼진 우리의 생물학적 사고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책 ‘인간에 대한 오해’에서 굴드는 지금까지 존재해왔던 인간에 대한 편견들, 즉 생물학적 결정론을 강렬히 비판한다. 사회의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이 본질적으로 뒤떨어진 소재로 만들어져 있다는 사상에 반기를 든 것이다. 굴드에 노력과 시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생물학적 결정론 같은 ‘편견’들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저변에 만연해 있다. 한때 화제가 되었던 ‘범죄 유전자’, 아직도 존재하는 ‘인종 차별’…. 
우리는 그 무엇도 결정할 수 없고, 결정 되어서도 안된다. 굴드의 외침을 통해 ‘인간에 대한 오해’를 풀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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