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되자 나는 다시 느슨해졌다. 그렇게 나를 채찍질하던 손목시계도 소용없었다. 그저 어색한 빈 손목을 가리는 용도에 불과했다. 늘어진 만큼 무엇을 시작하려는 의지조차 없었다.
그 결과 대학생으로서 1년은 백지처럼 깨끗했고 학점은 엉망이었다. 다른 것에 몰두하느라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 핑계거리조차 찾을 수 없었다. 새로운 채찍이 필요했고 그렇게 신문사로 발을 들였다.
신문사 생활은 내 예상과 꽤나 다르게 흘렀다. 생각지 못한 사건들은 연이어 일어났고 정해져있던 일정은 매순간 바뀌었다. 학업과 기자활동을 같이하다보니 여유를 줄여야 했다. 시간 관리에 능숙하지 못했던 나는 두 마리 토끼는 커녕 한 마리만 간신히 쫓고 있었다. 그러나 그 속에서 내가 바라던 변화는 시작됐다. 하나둘씩 마무리 되는 일들은 성취감을 가져왔고 이는 곧 모든 일을 해내려는 욕심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 욕심은 내가 기자로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만들었다. 변화의 정도는 나의 바람을 넘어섰다. 낯을 가린다는 말을 달고 살던 내가 생판 알지 못하는 누군가에게 원고를 부탁해야 했고 취재를 할 때면 무리하게 찾아가기도 했다. 나를 다그치고자 선택한 신문사 생활은 기자의 싹을 틔우기 위한 거름으로 충분했다.
탈수습기를 쓰기에 아직 내가 다 자라지 못했음을 안다. 이제야 겨우 땅 위로 파란 싹을 내보였을 뿐, 어떤 열매를 맺을지 여전히 알지 못한다. 그러나 이러한 불안감이 비참하지는 않다. 예측할 수 없는 결말은 기대감을 품게 했고 오늘도 내가 기자를 향한 한걸음을 내딛게 만들었다.
고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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