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에 이사 온 동네에 ‘OO그린웨이’라는 도심 속 생태공원길이 있어 주말마다 산책을 해왔다.
얼마 전에 늘 다니던 산책코스 중간에 새로운 갈림길을 따라 들어갔더니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이 보였다. 도시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키다리 편백나무 숲이 갑자기 나타나 나를 놀라게 했고 작지만 예쁜 생태 연못이 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새로운 구간으로 들어서니 더 새로운 것들이 나를 맞이하며 서 있고 더 새로운 것들이 보이고 더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된다.
치열한 경쟁의 시대에 우리 사회 대부분의 직장에서는 ‘창조’ ‘변화’ ‘혁신’을 이야기한다. 다니고 있는 직장의 올해 경영 화두에는 ‘경계를 뛰어 넘어야 한다’, ‘차별적 성장이 필요하다’, ‘창조적 도전을 해야 한다’는 등의 문구들이 나온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나에게 최근 가장 큰 이슈 중 하나가 바로 ‘핀테크’다. IT 기업들 그리고 유통기업들이 업의 ‘경계’를 뛰어넘어 금융업에 진출하고 있다. 인터넷 은행도 출현하고 있다. 전통적인 금융기관들은 과연 이러한 IT 기업들의 거센 도전에 맞설 준비가 되어 있는가? 현대자동차는 과연 전기차를 만들려고 테슬라의 연구원들을 스카웃해 가고 있는 애플의 도전에 맞설 준비가 되어 있는가? 삼성전자는 중국의 마윈 회장이 이끄는 알리바바의 무서운 시장 침범을 막아낼 준비를 하고 있는가? 그런 면에서 운동화와 바비 인형을 만드는 제조회사라는 이미지의 나이키와 마텔의 변신은 인상적이다. 스포츠 의류 회사가 종합건강관리서비스 회사로 거듭나고 인형 만들던 회사가 디지털과의 창의적 융합에 성공했다. 최근 트렌드 변화에 대한 적극적이고 창조적인 대응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금융기관들 특히, 제1금융권인 상업은행들은 혁신이나 창조성 측면에서 많이 뒤처져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금융기관 경쟁력은 이 글에서 수치로 밝히고 싶지 않을 정도로 부끄러운 수준이다. 글로벌 경쟁력 또한 최하위권 수준이다. 온실 속 화초마냥 정부의 규제와 지원을 받고 성장해 온 국내 은행들의 현주소다. 보수적인 틀을 깨며 성장해온 내가 다니고 있는 은행이 그나마 국내외적으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그 역시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견주기엔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이 시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새로운 길로 들어서는 것일 것이다. 그래야만 새로운 것이 보이고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분야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학습을 통해 전문성을 갖춘 조직은 새로운 길로 과감하게 들어서는데 주저함이 없을 것이다. 일단 그 새로운 길에 들어선 조직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 보다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조직의 능동적인 변화 대응이 바로 기존의 경계를 뛰어넘는 차별적인 창조를 가능하게 만들 것이라 생각된다. 다음 주말 산책길은 이번 주말에 간 곳과는 또 다른 완전히 새로운 구간으로 정해야겠다. 새로운 길을 찾아 걷는 재미를 우리 젊은 세대들도 함께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