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문화예술에 가장 큰 영향력을 남긴 건축가 한 사람만 꼽는다면 단연 스위스, 프랑스 건축가, 도시계획가, 화가, 디자이너이자 작가였던 르 꼬르뷔제, le  Corbusier(1887-1965)를 꼽고 싶다. 그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프랑스의 지구 정반대 편에 위치한 한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그의 이론과 설계방법에 따라 지은 아파트와 아파트단지 속에서 살고 있음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우리대학 캠퍼스에도 그의 영향력을 강하게 느낄 수 있는 건물이 하나 남아 있는데, 처음 완공된 사진 속 모습을 보면 그의 다양한 건축이론이 정직하게 적용되었음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1920년대 이후 정립된 모더니즘의 기계미학이 적용된 단순한 입면, 편평한 바닥구조의 발코니와 기선을 연상시키는 핸드레일, 건물입구의 캐노피구조, 여러 형태의 고정형 차양-brise soleil -, 편평한 지붕 등 가슴에 큰 감흥과 감동을 일으키는 근대건축의 전형적 모습들을 보여주는 건물이 바로 본관 건물이다. 아마도 근대문화유산 문화재로 신청한다면 어렵지 않게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며, 이렇게 교내에 근대문화재를 가지고 있다면 우리대학 구성원들의 또 다른 문화적 자랑거리가 될 것이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우리대학의 긴 역사 때문인데, 경희궁에서 가져온 조선 시대 건물(정각원)과 석조전과 더불어 우리대학을 상징하는 중요 건물의 하나가 될 것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처음 세워질 때의 간결하면서도 단아한 모습을 회복해야 하며, 또 약 10여 년 전에 제거된 차양도 다시 설치하고, 지저분한 설비라인도 실내로 위치시키고, 건물의 품위를 크게 손상시키고 있는 알루미늄 차양도 제거하고 약 10년 전에 증축한 부분과 건물 가운데의 강당도 보관도면을 찾아 원모습을 회복시켜야 할 것이다. 원설계자 송민구 선생의 지인들 도움을 받아 품격 높은 모더니즘 본관 모습을 회복하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지난 주 벌어졌던 술판 대학축제의 품위 없는 모습이 매 학기 반복되는 대학문화, 배기 오염 물질량이 일반승용차의 173배나 된다는 50cc 오토바이가 캠퍼스 여기저기를 질주하는 저급의 대학문화가 유지되는 배경에도 품위를 잃고 서 있는 대학 건축 환경이 있다고 생각된다. 비교적 최근 캠퍼스 곳곳에 온통 유리로 리모델링된 에너지 과소비 건물들과 건물 냉난방에 히트 펌프를 사용하여 최고급 에너지를 저급에너지로 마구 사용하는 데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대학문화도 저급한 건축 환경과 무관하지 않으리라.
동서 쪽 유리면에 들어오는 일사량은 한낮의 수평면에 입사되는 일사량과 거의 같은데, 본관을 비롯하여 교내 많은 건물들이 동서를 향하고 있다. 이로 인하여 아침저녁 실내는 과열되기 마련이고, 맞바람이 막혀있는 교내 거의 모든 건물에서는 에어컨을 최대로 가동시킬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한 에너지 과소비와 공해배출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바로 차양인데 원래 설치되었던 그것조차 제거해버리는 어리석음을 반복해도 아무런 문제와 제재가 없는 대학문화가 우리의 현주소이다. 이런 문화에 대해 구성원들이 함께 자성하고 함께 고쳐나가는 기회가 오길 또한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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