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대화를 위한 교양지식 여행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모두가 지식욕에 근거해서 활동한다”라는 말을 남겼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에 따라가듯, 현대 사회에서는 문화인으로서 알아야 할 보편적 지식인 ‘교양지식’에 대한 중요성이 조금씩 부각되고 있다. 대학교육, 기업공채, 심지어는 대화에서도 ‘교양지식’이 기본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그런데 ‘교양지식’이라는 것을 본격적으로 공부해보자니 눈앞이 까마득해진다. 모든 길엔 시작이 있는 법인데, ‘교양’ 공부의 길은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안 그래도 바쁜데 수많은 교양서적을 읽기엔 시간도 부족하다. 흔히들 말하는 교양인, 혹은 문화인이 되는 길은 멀고도 험하기만 한 것 같다. 그러나 어느 SF영화에서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라는 명대사를 남겼던가. 이런 은밀한 지식욕에 고민하는 우리 현대인을 위한 교양지식 가이드북이 등장했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은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궁금해하지만 아무도 정확히 알려주지 않은 ‘얕은 지식’에 대해 정리한 책이다. 등장부터 오랜 기간 베스트 셀러 상위권을 굳게 지키고 있는 이 책은 어려운 교양지식을 간단·명료하게 정리해주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책의 저자 채사장은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라는 책과 동명의 팟캐스트 운영자로 다양한 자리에서 ‘얕은 지식’을 알리는 강연을 진행하고 있는 인물이다. 저자는 책의 서두에서 본인을 ‘새롭게 오픈한 지식 가게의 사장’이라고 칭한다. 하지만 교양지식의 여행서 같은 이 책을 읽고 보면 그에겐 사장보다는 가이드라는 별칭이 더 어울려 보인다. 지적 대화를 위한 교양지식을 간략히 정리한 친절한 가이드북, ‘지대넓얕’을 따라 심오한 대화 놀이의 첫걸음을 디뎌보자.

역사에서 윤리까지, 현실을 정리하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권에서는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 5가지의 현실적인 주제를 정리한다. 저자는 복잡하고 난해하게 보이는 이 다섯 주제를 연결해 독자가 이해하기 쉬운 방법으로 서술한다. 바로 주제를 연결하고 세계를 ‘이분화’하여 보여주는 것이다.
“중요한 건 세계를 이해하는 이 다섯 가지의 틀이 독립되어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이 영역들은 연결되어 있으며, 핵심 논지에 있어 같은 진실을 공통분모로 가진다. 그리고 그 진실이란 구체적으로 ‘이분화된 세계’다.”
저자는 역사를 원시부터 현대까지 직선적 시간관을 통해 설명한다. 이 역사 속에서는 지배자와 피지배자 간의 대립이 일어난다. 이로 인해 역사는 경제와 맞물린다.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공산주의 등의 용어가 등장하며 경제는 또 정치와 맞물린다. 이렇게 정치는 사회와, 사회는 윤리와 계속해서 맞물린다. 이 연결고리들을 통해 지금껏 복잡하게만 생각했던 용어·정의·이념 등의 단어들은 단순하게 구조화되어 우리에게 직관적으로 다가온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저자는 단순히 ‘맞물림’ 만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저자가 위에서 이야기 했듯이 이 연결된 다섯 가지 틀은 ‘이분화된 세계’를 공통분모로 가진다. 역사는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역사로, 경제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로, 정치는 민주주의와 사회주의로…. 복잡하게만 보였던 주제들은 연결되고, 대립하는 두 진영들로 깔끔하게 정리된다. 현실의 복잡성은 넓고 얕은 지식으로 단순하게 설명된다.

철학에서 신비까지, 현실 너머를 보다
책의 2권에서는 철학으로부터 시작해 과학, 예술, 종교, 신비 다섯 가지의 현실 너머의 주제들을 정리한다. 저자는 우선 현실 너머로 사고를 확장시키기 위해 ‘진리’라는 주제를 0순위로 다룬다. 위의 다섯 가지 주제들을 관통하는 것이 바로 ‘진리’이기 때문이다.
“진리가 무엇인지는 규정하기 어렵다. 다만 인간은 왜인지는 몰라도 항상 ‘진리’를 찾아왔고, 손에 잡히지 않는 진리 탐구의 여정에서 철학, 과학, 종교, 예술이 주요한 역할을 수행한 것만은 틀림없다. (중략) 인류는 역사 전체를 통틀어서 진리를 기다려왔다.”
저자는 다섯 가지 주제들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정리하며 발전과정, 혹은 발생과정을 다룬다. 앞서 ‘진리’가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보았듯, 저자는 현실 너머의 주제들을 ‘진리’의 탐구방식에 따라 분류한다. 예를 들어 철학은 진리탐구 방식에 따라 절대주의, 상대주의, 회의주의로 나뉘며 종교는 절대적 유일신교와 상대적 다신교로 나뉜다. 이처럼 현실 너머를 다루는 주제에 ‘진리탐구방식’이라는 확실한 분류표를 붙이자 직관적으로 다가온다. 현실 너머의 심오한 주제들을 다루지만 직관적이기에 얕고, 얕기에 쉽게 이해된다.

‘얕음’으로 말할 수 있는 것들
책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 다른 인문서적과 구분되는 점은 ‘얕다’는 것을 숨기지 않는 것이다. 저자도 책의 머릿말에서 ‘지대넓얕’이 다루는 교양지식들은 넓고 얕음을 인정한다. 바로 ‘얕음’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로 이 책의 의의기 때문이다.
저자의 이야기를 빌리면 이 ‘얕음’은 독자에게 ‘세계에 대한 대략적인 줄거리’를 알려줌으로서 다른 사람과 눈을 맞출 수 있는 최소한의 지적 발판을 마련해준다. 따라서 책 ‘지대넓얕’은 ‘얕음’ 이상의 심층적인 탐구를 온전히 독자의 재량에 맡긴다.
‘지대넓얕’은 긴 교양여행을 시작하는 입구다. 혹은 교양지식이라는 두꺼운 책의 목차 역할을 한다고 볼 수도 있다. 얕다는 것은 곧 접근성이 높다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교양’이라는 거대한 테마에 대해 막막하게만 느끼고 있거나, 다양한 분야에 관심은 있지만 현실적 여유가 없거나, 타인과의 지적 대화에 목말라 있다면 ‘지대넓얕’을 통해 목적지를 향한 첫 걸음을 디뎌보는 것은 어떨까. 이 넓고 얕은 교양지식의 여행서가 그동안 당신이 가지고 있던 은밀한 지식욕에 간단한 여로를 던져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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