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유토피아를 현실로 만든 곳, 남원의 광한루원

▲ ▲광한루에는 1461년 인공연못이 조성되었으며, 이 연못은 당시 남원 율장의 성장을 부추겼다.
남원의 독특한 특성은 요천변에 조성된 광한루원(廣寒樓苑)이다. 광한루원은 당시 사회가 상상하던 유토피아를 현실에 조성했던 물리적 공간으로 그 모티브와 그 결과물의 가치가 흥미롭다. 

광한루원과 율장
광한루원의 개축은 1580년대부터 진행되었으며, 이는 당시 명나라 상하이에 조성된 예원ㆍ유유엔(豫園ㆍ豫园, Yu Yuan Garden, 1559-1577년)과 유사하다. 실제로 광한루원은 유유엔의 조성직후인 1582년부터 본격적으로 연못을 조성하면서 정원으로의 모습과 기능을 갖추었다. 또한 조성된 연못을 중심으로 건물들과 도교적 유토피아를 형상화한 방식이 유유엔의 그것과 매우 흡사하다.
또 하나는 유유엔의 진입부에 입지한 상하이의 고성내 시장과의 관계다. 이 시장과 유유엔은 매우 독특한 공간적 인접성과 기능적 상관관계를 갖고 있으며, 이는 광한루원과 율장과의 관계를 연상시킨다. 율장(栗場)은 남원읍성의 남쪽 천거동의 광한루원 주차장과 정문 일대에 조성된 남원장으로 조선시대 이전에 형성되어 작동해왔다.
광한루원은 먼저 고려시대 황감평(黃鑑平)이라는 학자가 광한루 부지에 ‘일재(逸齋)’라는 서실(書室)을 조성하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1418년 황감평의 후손인 황희가 남원으로 유배되어온 후 다시 서실 부지에 광통루(廣通樓)를 조성했다.
본격적인 광한루원이 조성된 것은 1444년(세종 26) 전라관찰사인 정철이 단일 건물인 광통루(廣通樓, 1419년)를 확장하고 이와 연계된 정원을 조성하면서부터다. 광통루는 이후 주변 경관이 당나라 현종 월궁(月宮)의 광한청허부(廣寒淸虛府)와 유사하다며 광한루(廣寒樓)로 개명되었다.
요천으로부터 수로로 연결된 연못에는 방장도, 영주도, 봉래도 등의 섬들이 조성됐고, 녹죽과 백일홍이 심겼으며, 연꽃을 심어 도교사상에 영향을 받은 유토피아의 상징적 모습이 조성됐다. 1582년부터 1584년 사이에는 광한루가 개수되면서 오작교도 조성됐다. 이후 광한루는 1597년 정유재란 때 전소되었다가 1638년(인조 16) 개축했으며, 정조 때 1855년(철종 6) 그 부속건물이 조성되었다. 현재 광한루원은 1900년대에 다시 개축된 결과이다.

읍성 해체와 도로 조성
남원은 일제강점기와 해방 후 일련의 도시변화가 진행되었다.
특히 주변지역과 연결되는 광역교통인프라인 전주-순천 신작로, 전라철도선이 조성되었고, 도시확장을 유도한 본정통(광한북로)이 조성되었다.
하지만 도시확장을 위한 대규모 도시개발과 교통인프라의 투자는 진행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남원은 기존의 도로체계와 블록형태가 크게 변하지 않았으며, 주요 공공기능의 이전과 변화를 제외하면 읍성 내의 큰 변화는 없었다.
남원은 일제강점기에 한국의 도시들이 보여주는 유사한 도시변화를 겪었다. 먼저 남원읍성이 1910년을 전후로 순차적으로 해체되었다. 이와 함께 현재 국도17로 재조성된 전주-순천의 신작로(1911년)와 전라선철도(1935년), 요천 둑방의 조성 등의 토목사업들이 진행되었다.
일제강점기에 관찰되는 남원의 물리적인 도시변화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북문 부지에 조성된 남원철도역사와 남쪽의 광한루원을 직접 연결하는 본정통의 조성이다.
당시 남원의 본정통은 현재의 광한북로이며, 북쪽의 남원철도역과 인접해 조성된 보건소병원(동충동 현대아파트 부지)과 함께 도시중심부를 구축해 상권과 시장의 거점이 되었다.

남원의 확장과 관광도시화
남원은 1995년 지자체의 행정조직 변화와 함께 지리산의 도시로서 관련 관광레저시설들을 요천의 남쪽과 교룡산의 북서쪽에 개발하기 시작했다.
2004년에는 남원철도역과 전라선철로를 기존 동충동에서 신성동 입지로 약 2km 이동했다.
당시 남원역 이전의 명분은 철도가 남원을 동서로 가로막아 남원의 발전에 큰 장애가 된다는 것이었다. 남원역이 역사적으로 남원성 전투 때 남원성민이 순절한 남원성의 북문에 입지한다는 것도 큰 이유였다. 이는 도시를 확장할 기회를 제공하였다.
남원은 시청로(1983년)와 요천의 남원대교(1993년)를 새롭게 조성하여 지리산과 연결된 동쪽 으로 확장을 시도했다. 이에 따라 지리산 진입부를 중심으로 일련의 대형 레저관광 콤플렉스들의 개발이 진행되어 왔다. 이러한 개발은 지리산 관장지들을 이용해 관광활동을 유치할 목적으로 진행되었다.
1999년에는 김대중 정부가 추진한 춘향 테마파크(2004년)가 요천의 남쪽에 처음으로 조성되었으나 아쉽게 이와 연계된 도시개발은 진행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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