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의의 장’을 마련한 시도에 의미는 있지만 … 구체적인 대응방안은 여전히 오리무중

 
지난 20일 서울대에서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협의회(이하 민교협)와 전국교수노동조합의 주최로 대학의 자율성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벼랑 끝의 대학’ 토론회는 서울대 지리교육학과 박배균 교수가 사회를 맡았고 우리대학, 중앙대 등 7개 대학의 교수와 학생들이 토론에 참여했다. 무엇이 이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갔을까.

신자유주의에 물든 대학가

중앙대는 최근 박용성 전 이사장이 교수들에게 “가장 고통스럽게 목을 칠 것”이란 발언을 해 문제가 됐다. 인기가 낮은 전공의 정원을 축소하길 원했던 박 전 이사장과 이에 반대하는 학내구성원의 갈등이 표출된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중앙대 독어독문학과 김누리 교수는 인기를 지표로 학과를 축소하는 대학을 ‘시장의 포로’라고 표현하며 박 전이사장의 발언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국립서울대학교는 2011년 ‘서울대 법인화법’에 따라 서울대 국립대학법인이 됐다. 국립대학교는 정부조직의 부속기관이지만 법인화가 되면 자율적으로 대학을 운영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긴다. 서울대는 법인화 이후 재정 자립도를 키워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이에 대해 서울대 서양사학과 최갑수 교수는 “법인화가 궁극적으로는 대학의 자본에 대한 성찰을 상실케 했다”고 지적했다.

공신력 있는 총장 선출이 힘든 대학

경북대의 경우 총장 선출과정에서 교육부와 마찰이 있었다.
경북대는 지난 2012년 교육부의 요구에 따라 총장 선출 방식을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바꿨다. 간선제는 ‘총장임용후보자 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가 교육부에 총장 후보자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경북대 총추위는 교육부에 총장 후보자를 추천했지만 명확한 이유 없이 거부당했다. 이후 갈등이 이어져 아직 총장직이 공석인 상태다. 한국 방송통신대의 경우도 교육부의 근거 없는 총장 임용제청 거부로 인해 갈등 중에 있다.
상지대는 김문기 총장을 총장직에서 해임하라는 교육부의 권고를 상지대 재단(이하 상지학원)이 거부해 문제가 되고 있다. 김 총장은 지난 1993년 상지대 재단 운영 과정에서 세금을 포탈하고 공금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됐었다. 문제는 1993년 상지학원에 대한 교육부의 감사가 수차례 있었지만 교육부가 비리를 크게 축소했단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우리대학은 이번 총장 선출 과정에서 외압 논란이 있었다. 김희옥 전 총장의 갑작스러운 총장 후보 사퇴와 조의연 교수가 “종단의 개입을 중단하고, 원점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라는 발언을 해 외부의 압력이 존재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현재 한태식 교수(보광스님)가 제290회 이사회에서 총장에 선출된 상태지만 아직 종단개입과 총장선출 문제에 대한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근본적인 원인과 해결책은

최근 대학가에 여러 가지 잡음이 이는 것은 대학의 존재 이유에 대한 비틀어진 시각 때문이다.
시장논리에 휩싸인 대학은 취업률을 중심으로 학과를 개편하고 기업식 경영을 이어간다. 법인화된 국립대학은 정부의 목표인 재정자율화에 따라 더욱 시장의 늪에 빠지고 있다. 사립대학에 대한 사학재단의 의식제고도 필요하다. 상지대 경제학과 박정원 교수는 “사학은 개인기업이 아니라 국가의 고등교육 의무를 대행하는 곳”이라며 책임을 강조했다.
현재 대학들이 직면한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토론회에 참석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연대’를 꼽았다. 한신대 일본학과 송주명 교수는 “교수는 연구에 압박을 받고 학생은 취업의 압박을 받아 주위에 신경을 못쓰는 것 같다”며 비판적인 시각으로 발언할 사람들이 적은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출했다. 또한 민교협, 교수노조 등 다양한 교수 공동체가 서로 연대해야 실질적인 힘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토론회는 현 대학사회의 문제와 해결에 대해 논의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여전히 구체적 해결방안은 아직 없는 상태다. 연대의 필요성만을 강조하기보다 실제로 모든 구성원들이 연대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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