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ing Normal’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정상을 구하라’라는 이 말은 현대의 많은 질병이 사실은 인간의 정상적인 반응 범위임에도 치료가 필요한 질병 즉 비정상(abnormal)이라고 진단되는 현실에 대해 비판하는 말이다.
의료산업의 수익구조라는 것이 소위 말해 ‘환자 만들기’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의사는 질병을 고치는 사람이라기보다 병명을 부여하는 사람으로 비춰질 때가 많다. 그 배경에는 제약회사와 의사 사이의 긴밀한 관계가 자리하고 있으며, 병원이라는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정신적·신체적 나약함이라는 약점을 안고 있는 환자는 진단 기기가 말해주는 수치와 아주 잠깐 동안의 의사와의 만남을 통해 얻은 몇 마디 말에 기반 하여 자신의 몸의 상태를 추측하고 상상할 수밖에 없게 된다.
여기에 “당신은 정상입니다.”라는 말보다 “당신은 특별합니다.”라는 말을 듣고자 하는 환자의 심리적 기재가 더해져, 시간이 갈수록 의학은 발달하지만 환자는 늘어가는 특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신경정신과 질환의 경우 DSM(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이라는 통계편람에 의거해서 진단이 내려지는데,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를 비롯한 일부 질환은 기준이 업그레이드 될 때 마다 환자의 수가 급증하는 이상한 현상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과연 질병은 매우 특별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일까? 환자가 자신의 질병에 대한 인식이 강하면 강할수록 의사에 대한 순응도(compliance)는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의사의 입장에서 사소한 증상이라 할지라도 환자에게 “당신의 병은 특별합니다. 그러니 제 말을 잘 듣고 따라오세요”라고 말하는 편이 치료를 이끌어 가기에 훨씬 편리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자신에게 찾아온 건강의 문제는 근본적인 원인을 따지고 보면 자신의 건강을 돌보지 못한 삶의 방식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그 속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기 보다는 질병이라는 병 명 뒤에 숨어 책임을 전가하고 약물이나 수술로 손 쉽게 해결하려는 안이한 태도가 의료 산업의 생리와 만나 수많은 비정상들을 탄생시키는데 일조하였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좋은 의사의 역할이란 ‘특별함’이라는 덫으로 환자를 규정하여 손쉽게 통제하거나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삶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스스로 문제를 직면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다. 의사는 비정상의 영역에 놓인 자들을 정상의 영역으로 이끌기 위해 정확한 진단과 합리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 그러나 환자 역시 특별함을 기대하기 보다는 평범함을 받아들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요즘처럼 수많은 병명과 증후군이 난무하는 시대에 질병은 그저 정상인 듯 정상 아닌 정상 같은 삶이라는 것을 깨우치는, 평범함을 아끼는 지혜가 필요한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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