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중회 PD(언론정보대학원)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학교 가는 길, 차다’는 인도 히말라야 오지 ‘차(cha)’마을에 사는 아이들과 아버지들의 이야기다. 아버지들은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고자 일 년에 단 한 번 잔스카 강이 얼어붙는 시기를 기다려 차다(잔스카 강을 일컫는 말, 얼음담요라는 뜻)를 걷는다. 이 방송은 아버지의 사랑과 해맑은 아이들을 현실감 있게 표현했다는 호평과 함께 작년에도 아시안 TV 어워즈에서 다큐멘터리 부문 최우수상과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 상을 받았다.

 
히말라야는 기존 방송 프로그램들에서 많이 다뤄진 소재다.
하지만 주로 외지인들이 K2나 안나푸르나 등 정상을 정복하는 내용이었다. 구중회PD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해서 기획을 해보고 싶었다”며 히말라야를 새로운 각도로 접근했다.
자료 검색과 현지인들의 도움으로 알게 된 ‘차’마을은 그의 성향에 딱 맞는 소재였다. 현장을 방문한 구PD는 “너무 외진 곳이라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어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유일한 희망인 교육을 통해 아이들에게 좀 더 좋은 미래를 보여주고자 노력하는 아버지의 사랑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부성이 가장 잘 드러난 장면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외손자를 데리고 학교로 향하는 할아버지가 있었다. 딸은 지적장애가 있었고 사위가 누군지 알 수 없었다. 아버지가 없는 손자를 위해 늙은 몸을 이끌고 얼어붙은 강을 건너는 모습이 안타까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시청자 감동 위해 위험도 감수

“학교 가는 길이 위험했다. 얼마 전 한 아이가 강물에 휩쓸려 죽은 일도 있었다.”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내기 위해 구중회PD와 스텝들은 위험을 무릅썼다. 구PD는 한 달 동안 씻지도 못하고 영하 삼십 도에서 침낭에 의지해 잠을 청했다고 한다.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 촬영을 진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위험이 높을수록 보상도 커진다”고 말했다.  현장 가장 가까이에서 리얼리티를 담아낸 것을 수상 이유로 꼽았다.
사실 같은 소재를 BBC에서 한 차례 다룬 적이 있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었다. 구PD는 “본인들 안전을 생각해 거리를 유지하다보니 생동감이 떨어져 시청자들 마음에 와 닿지 않았던 것 같다”며 기존 BBC 다큐멘터리의 아쉬운 점을 말했다.
“개그콘서트나 무한도전 등 예능 프로그램들은 시청률이 높다. 그에 비해 다큐는 6~10% 고정 시청자 층이 있을 뿐이다.”

다큐멘터리는 사회를 움직인다

구중회PD는 시청자 층을 ‘식자층’이라 표현했다. 그는 “다큐멘터리는 주로 사회적으로 의식 있는 사람들이 많이 본다. 시청률은 조금 낮을지 모르지만 영향력은 더 크다”고 강조했다. 또한 구PD는 다큐멘터리란 진실이 아닌 사실을 보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닌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것들을 강조하는 것이 그의 작품 철학이다.
이러한 PD의 생각과 철학을 녹여내야 하는 다큐멘터리는 기획부터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구PD는 어설픈 자료조사를 통해 프로그램 방향을 잡으면 이도저도 아닌 작품이 나온다며 사전준비 작업을 강조했다. 이번 히말라야 기획의 경우 13년 2월부터 기획을 시작해 14년 1월에 촬영을 끝냈다고 한다. 그는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는 정확한 사전조사를 바탕으로 올바른 기획의도를 정해야한다”고 말했다.

따뜻한 마음과 독서가 중요

사회에 다양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PD라는 직업. 그는 어렵게 사는 사람들을 방송에 많이 노출시키는 것이 다큐멘터리PD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구중회PD가 생각하는 프로듀서의 자질은 무엇일까. 구PD는 첫째로 따뜻한 마음을 꼽았다. 항상 낮은 자세로 주변을 돌아보면 내가 이야기 할 수 있는 문제들을 찾을 수 있다고 전했다.
두 번째로 여러 사람들과 허물없이 지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먼저 진심을 보여 상대방 진심을 받아야한다”며 “상대방과 동질감이 있어야 생동감 있는 현장을 촬영할 수 있다”고 전했다.그리고 독서를 꼽았다. 그는 “책속에 모든 길이 있다. 도서관에 있는 책 제목들이 기획 아이템들이다”며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수상 소감을 묻는 질문에 구중회PD는 “비록 시청률은 예능에 비해 낮지만 다큐멘터리 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됐으면 좋겠다”며 “해외에 한국을 모르는 사람이 많은데 이번 상을 통해 세계에서 우리의 영역을 넓히고 싶다”고 답했다. 뉴욕TV 페스티벌은 1957년에 설립된 종합TV 국제상으로 다큐멘터리, 뉴스 보도, 오락 등 다양한 분야의 권위 있는 상이다.
28년차 노련한 PD지만 그는 늘 새로운 도전을 한다. 구중회PD는 올해 우리 대학 언론정보대학원 신문방송학과에 지원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을 이론적으로 정리를 하고 그동안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가졌던 고정관념을 깨고싶다”며 진학 이유를 설명했다. 또 다음 작품을 위해 15일씩 무인도에 체류 하고 있다. 꺼지지 않는 열정은 구PD의 원동력이다. 앞으로 그의 행보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 다큐멘터리 '학교 가는 길, 차다'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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