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광스님의 총장 선임은 우리대학의 역사에 유례없는 추문이 될 것”

법적으로 이사장 지위를 인정받은 일면스님이 제18대 총장선출 강행의지를 보인 가운데 우리대학 교수 73인은 ‘동국대학교 서울캠퍼스 정교수 모임’을 구성해 ‘표절총장 선출을 강행하지 말라’ 제하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교수들은 “많은 학생들이 학교를 염려하는 충정에서 학업에 전념하지 못하고 시위와 농성의 대열에서 귀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학생들을 가르치고 보호할 책임이 있는 사람들로서 부끄럽기 그지없다”며 운을 띄었다.

이어 “조계종 총무원 일부 인사들이 특정 총장 후보에게 사퇴 압력을 가한 행위는 총장 선출의 법적 절차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었고, 대학의 자치권에 대한 침해였다”며 “대학은 진리를 탐구하는 곳이라는 원칙이 그것이다. 어떤 정책, 어떤 주장도 그것이 진리 탐구와 정의 추구의 사명에 역행하는 것이라면 결코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또 “보광스님(한태식 후보)의 논문 일부는 표절임이 명백하게 입증되었다”며 “따라서 우리는 보광스님이 대학을 통솔할 자격을 상실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5일 우리대학 교수연구윤리위원회는 보광스님의 표절의혹 논문 30편 중 18편이 표절이라고 판정했다.

끝으로 교수들은 “이사회는 보광스님을 총장으로 선출하려는 모든 시도를 중단하라. 보광스님은 동국대학교의 미래를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 총장 후보에서 사퇴하라. 이사회는 총장 선출의 합리적, 민주적 절차를 정비하여 총장 선출을 재실시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사장 행보를 시작한 일면스님은 25일 서울 강남JW메리어트 호텔에서 제290회 이사회를 개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호텔의 일방적인 행사 취소로 이사회는 5월 2일로 미뤄졌다. 아직 시간과 장소는 정해지지 않았다.

 

‘표절총장’ 선출을 강행하지 말라
-동국대학교 서울캠퍼스 정교수들의 요구-


우리 동국대학교 서울캠퍼스 정교수들은 총장 선출 유예 이후 참으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대학의 운명을 좌우할 총장 선출이 조계종 총무원의 개입으로 왜곡된 사태 앞에서 우리는 무력함을 절감하며 참담한 심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만해광장에서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는 대학원생을 비롯해서 많은 학생들이 학교를 염려하는 충정에서 학업에 전념하지 못하고 시위와 농성의 대열에서 귀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학생들을 가르치고 보호할 책임이 있는 사람들로서 부끄럽기 그지없다. 과연 우리가 교수로서의 도리를 다하고 있는가, 무거운 마음으로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조계종 총무원 일부 인사들이 특정 총장 후보에게 사퇴 압력을 가한 행위는 총장 선출의 법적 절차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었고, 대학의 자치권에 대한 침해였다. 이후 학내 교수, 직원, 학생들이 제기한, 좁게는 민주적인 총장 선출에 대한 요구, 넓게는 자율적인 대학 공동체에 대한 요구는 극히 정당한 것이다. 그러나 학교법인 이사회는 그러한 요구에 전혀 응답하지 않았고, 구성원들의 정당한 요구는 특정 정파의 당파적 주장인 것처럼 호도되어 왔다. 우리는 작금의 혼란을 지켜보며 대학이란 무엇인가 하는 원론적인 물음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학교법인이 대학 운영 주체임은 의심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대학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내리는 경우 누구나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원칙이 있다. 대학은 진리를 탐구하는 곳이자 정의를 추구하는 곳이라는 원칙이 그것이다. 어떤 정책, 어떤 주장도 그것이 진리 탐구와 정의 추구의 사명에 역행하는 것이라면 결코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 학교법인과 행정 당국은 대학 간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명분 하에 그동안 대학의 사명을 저버린 경우가 없지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 지금은 특히 그 거룩한 사명으로부터 지혜를 얻어 대학을 타락과 분열의 위기로부터 구제할 때이다.

보광스님(한태식 후보)의 논문 일부는 표절임이 명백하게 입증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보광스님이 대학을 통솔할 자격을 상실했다고 판단한다. 논문 표절의 오명에도 불구하고 보광스님이 총장에 선임된다면 그것은 우리 대학이 진리와 정의의 장소이기를 포기했음을 뜻하는 것이다. 표절 총장 밑에서 교수들은 과연 얼마나 권위를 가질 수 있겠으며, 학생들은 과연 얼마나 긍지를 가질 수 있겠는가. 들려오는 이야기대로, 이사회에서 보광스님의 총장 선임을 강행할 경우, 우리 대학의 위신이 얼마나 크게 손상될 것인가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보광스님의 총장 선임은 우리 대학의 역사에 유례없는 추문이 될 것이고, 교수, 직원, 학생, 동문 모두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다. 그동안 대학 안팎의 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희생으로 힘들게 쌓아 온 위상이 일시에 추락할지 모를 상황을 우리 대학은 눈앞에 두고 있다. 대학 운영에 책임이 있는 사람 모두는 사심 없는 마음으로 돌아가 대학을 진정한 진리와 정의의 공동체로 소생시킬 방도를 강구해야 한다.
이에 우리 정교수들은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이사회는 보광스님을 총장으로 선출하려는 모든 시도를 중단하라.
하나, 보광스님은 동국대학교의 미래를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 총장 후보에서 사퇴하라.
하나, 이사회는 총장 선출의 합리적, 민주적 절차를 정비하여 총장 선출을 재실시하라.

2015년 4월 23일
동국대학교 서울캠퍼스 정교수 모임

(가나다순) 권승구 김낙년 김방옥 김상일 김애주 김 준 김홍일 김황록 남근우 노대환 박병식 박순성 서태룡 석원경 송병호 송일호 오충현 윤재웅 이경철 이상영 이상일 이영면 이종대 이호규 장시기 조훈영 차승재 최인숙 한만수 한철호 홍윤기 황종연

이상 32인과 그 밖의 정교수 15인
뜻을 같이하는 부교수 26인
총 73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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