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 교수들, "학생들 앞에 부끄럽지 않고 싶다"

▲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20일 교내 불상 앞에서 천막을 치고 단식을 시작했다.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단식을 시작했다. 한만수 교수협의회 회장은 “표절 총장 선출을 반대하기 위해 교수협의회 비대위를 중심으로 릴레이 단식농성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단식농성을 릴레이로 진행하게 된 까닭은 “학생들의 수업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다”라고 덧붙였다.

박순성 교수(북한학과)는 비대위의 선언문을 낭독했다. 박 교수는 “‘표절총장에게서 졸업장을 받지 못하겠노라’는 학생들의 외침에 뭐라 답변할 수 없었다”고 단식 이유를 밝혔다. 이어 “일주일에 하루 만이라도, 또는 한 끼만이라도 굶기로 했다. 제자들의 신음소리를 우리도 듣고 있음을, 우리도 아프다는 것을 전하고 싶다. 그렇게라도 동국대학교라는 교육공동체를 지켜내고 싶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굶주림’도 함께하면 좀 나아지지 않겠는가. 생활형편도 자존감도 궁핍한 학생들과 ‘함께’ 굶어, ‘함께’ 배불러보았으면 한다”고 했다. 또한 “우리는 교수된 자의 양심에 비추어 도저히 표절하신 분을 총장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이사들은 동국대 구성원들의 ‘신음소리’를 잘 살피고, 109년을 이어온 불교 종립대학의 진정한 안정과 발전을 위해 현명하게 판단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광백 총학생회장은 “학생으로서 중간고사를 공부해야 하는 시점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교수님들의 뜻에 함께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교수와 학생의 요구에 응답이 없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저희는 여전히 총장선거 원천적인 재실시를 요구하며, 표절총장을 반대하고, 교수와 학생들의 뜻이 관철되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교수협의회의 릴레이 단식 농성을 지지하며, 앞으로 총학생회도 함께 뜻을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장훈 대학원 총학생회장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교수님들께서 곡기를 끊고 싸우시는 모습에 죄송함과 감사함을 느낀다. 학생들도 사태를 방관하지 않고 더 많은 고민과 계획을 갖고 싸우겠다”고 말했다.

릴레이 단식은 비대위원을 중심으로 하루 혹은 한 끼씩 참여하는 방식이다. 이는 주간(오전 9시~ 오후 6시)에는 불상 옆 천막에서, 야간(오후 6시 이후)에는 교수협의회 사무실에서 진행된다.

다음은 박 교수가 낭독한 선언문 전문이다.

 학생들 앞에 부끄럽지 않고 싶습니다

 '표절총장 반대' 교수 릴레이 단식에 들어가며

아무리 급해도 바늘 허리에 매어 쓸 수는 없다고 합니다. 더구나 그 바늘이 부러진 바늘이면 더욱 그러합니다. 외압 파문에 표절까지 겹친 총장 선임 문제가 그러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의 안정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일리 있습니다. 하지만 “표절총장에게서 졸업장을 받지 못하겠노라”는 학생들의 외침에 뭐라 답변해야 할까요. 이 상태에서 총장만 뽑으면 안정될까요. 땅에 떨어진 대학의 명예와 구성원의 자긍심이 회복되며, 소통과 화합으로 새 비전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까요.  

지금 우리 학생들은 참으로 힘들게 살아내고 있습니다. 한 학기 등록금 약 350만원을 아르바이트로 벌려면 최저임금 5,580원을 기준으로 627시간을 일해야 합니다. 하루 4시간씩 잡더라도 꼬박 156일, 즉 한 학기 내내 일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아시다시피 그 등록금에서 교직원의 월급이 나옵니다). 빚을 지면서 대학에 다녀야 하고, 취업의 문마저 비좁기 짝이 없습니다. 그런 제자들이 “표절총장으로 동국대 학생임을 부끄럽게 여기게 하지 말아달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학교의 명예가 추락할 경우 취업조차 불리해질 것이라며 불안해합니다.

그래서 굶기로 했습니다. 일주일에 하루 만이라도, 또는 한 끼만이라도 굶기로 했습니다. 제자들의 신음소리를 우리도 듣고 있음을, 우리도 아프다는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렇게라도 동국대학교라는 교육공동체를 지켜내고 싶습니다. 또한 그렇게 굶어 얼마간 돈이 모인다면, 형편이 어려운 제자들을 위해 쓰고자 합니다.

“일곱 집을 들러도 발우(鉢盂)에 음식이 채워지지 않으면 더 이상 탁발하지 말고 중생들과 함께 굶으라”고 부처님은 가르치셨습니다. ‘굶주림’도 함께하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요. 생활형편도 자존감도 궁핍한 학생들과 ‘함께’ 굶어, ‘함께’ 배불러보았으면 합니다.

이번 주 토요일(4.25) 10시 강남 메리어트호텔에서 이사회를 개최한다고 합니다. ‘호텔 이사회’란 바로 우리 대학의 위기상황을 말해주는 게 아닐까요. 물론 총장 선임권은 이사회에 있음은 명백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교수된 자의 양심에 비추어 도저히 표절하신 분을 총장으로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교육의 근간을 허무는 일이고, 제자들의 신음소리를 외면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보광스님께서 혹시 법적 총장이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코 우리의 총장이 될 수는 없습니다.

‘자비’라는 단어의 어원은 ‘중생의 신음소리’라 들었습니다. 보광스님께서는 부디 지금이라도 ‘방하착(放下着)’해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여러 이사님들께서는 동국대 구성원들의 ‘신음소리’를 잘 살피시고, 109년 이어온 불교 종립대학의 진정한 안정과 발전을 위해 현명하게 판단해주시기를 고대합니다. 우리는 모든 구성원의 축하와 환영 속에 총장 취임식을 치르고 싶습니다. 

2015. 4. 20
동국대학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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