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선발 심층면접ㆍ수험생 캠퍼스 투어 적극 활용 … 벤치마킹 필요

기획연재 - 조벽 석좌교수에게 듣는다 ③ 우수학생·우수교수 유치방안
 

개교102주년을 맞은 우리학교. 현재 많은 갈등과 혼란 속에서 앞으로의 100년을 위해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강의평가, 재정문제, 우수인재 유치를 위한 노력 등에 대해 우리학교 조벽 석좌교수의 제언을 들어보고자 연재 기획을 준비했다.               편집자


대학들마다 우수학생ㆍ우수교수를 유치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강구하고 있다. 이제 대학 경쟁력에서 강의실, 연구실, 학내 편의시설 등 대학들이 가진 인프라는 큰 차이가 없다. 우수한 학생과 교수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대학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우수한 학생과 교수를 유치하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미국대학들의 사례를 통해 우리대학의 현실과 앞으로의 과제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조벽 우리학교 석좌교수와의 대담을 통해 조언을 구했다.

면접시간 30분 vs 1박 2일

조벽 교수는 신임 교수 임용에 대해 “교수를 비싼 장비에 비유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비유임을 먼저 밝혀 둔다. 대학이 수억 원대의 장비를 구입할 때에는 많은 사람들이 장기간 계획을 세우고, 검토하고, 고심할 것이다. 무료 장비를 후원 받을 때도 만약 수억 원대의 유지비가 소요된다면 이 역시 많은 사람들의 의견과 판단을 고려할 것이다. 그러나 유독 수십억 원대의 ‘유지비’가 드는 교수를 임용할 때에는 고작 간단한 서류 심사와 30분의 면접으로 결정한다”고 말하며 현재 국내 대학들의 임용심사가 지나치게 가벼워 보인다는 점을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교수 면접은 기본적으로 하루 종일 진행된다고 한다. 오가는 시간을 고려해서 2박 3일씩 하는 대학도 있지만 대부분 1박2일간의 일정이다. 예외적으로 일주일씩 함께 생활하며 면접을 보는 경우도 있다. 첫날 오후, 학과 교수 서너 명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는 것으로 일정은 시작된다. 그 다음 날 아침 7시에 학과장과 조찬을 함께 한 후에 본격적인 면접에 들어간다. 하루를 매 15분, 30분 단위로 쪼개서 교수, 대학원생, 학부생, 학장, 처장 등 다양한 대학 구성원들을 차례로 만난다. 사람들을 개별적으로 만나기도 하고 그룹으로 만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을 하루 종일 만나고 나면 누구를 만나서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헷갈리기도 한다. 조벽 교수는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질문에 대해 미리 깊게 생각한 바 없이 임기응변식으로 답하다 보면 일구이언이 되기 십상이다. 순간을 잘 넘겨도 나중에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된다. 면접에 참여한 구성원들이 후보자를 평가할 때, 일구이언이 밝혀지면 후보자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탈락되기 때문이다”라며 다양한 면접을 실시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때문에 면접에 임하는 예비 교수는 평소 실력과 평소 생각으로 임할 수밖에 없다. 이 날 하루는 한 사람의 예비 교수를 완전히 알아가는 과정인 것이다.

현재 우리학교에서 신임교수를 선발할 때는 서류평가와 함께 대학본부와의 면접, 해당학과 교수 및 학장과의 면접이 이뤄진다. 여기에 후보자의 논문, 경력, 영어강의 능력 등이 추가로 평가된다. 신임교수 채용 시 면접시간은 후보자의 강의능력 테스트를 포함해 30분 정도다. 이는 국내 다른 대학과는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미국 대학과 비교했을 때는 매우 짧은 시간이다.

신임 교수에게 최대한의 예의·혜택
 
면접을 하는 동안 교수들을 비롯한 학내 구성원들이 후보자를 대하는 태도 또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후보자에게 최대한의 예의를 갖추고 깍듯이 대하기 때문이다. 우수한 후보자는 다른 대학에서도 원할 것이기 때문에 학교입장에서는 일방적으로 고자세로 나올 수 없다. 후배 교수를 뽑는 것이 아니라 장차 학과를 이끌어갈 리더를 선발한다는 마음가짐이다.

조 교수는 “명문대에서는 후보자를 줄 세워 점수를 매기지 않으며 무조건 최고의 능력과 경험을 지닌 자를 선발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 대신 신임교수가 어떤 ‘역할’을 해주길 원하는가를 미리 정하고 적임자를 찾는다”고 말했다.
미국대학에서는 신임교수가 임용되면 학과에서 줄 수 있는 최대한의 혜택을 신임교수가 우선적으로 받는다고 한다. 강의책임시수를 줄여주고, 강좌도 제일 먼저 선택하게끔 해줘서 자신 있거나 수업할 수 있는 준비가 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다. 뿐만 아니라 임용된 신임교수에게는 연구실도 우선으로 배정해주고 학회 참가 비용 지원, 과학재단 및 기업체 방문 시 출장비 지급, 학과나 대학 차원의 대형 프로젝트 참여 기회도 우선적으로 보장해 준다. 조벽 교수는 “교수의 강의 습관은 첫 2년 만에 굳어버린다고 한다. 따라서 신임교수가 처음부터 강의 준비를 소홀히 하지 않고 좋은 습관을 지닐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우리학교의 모 학과 교수는 “신임교수 시절은 어느 때 보다 바쁘고 힘든 시간이었다. 학생 수가 많은 강의나 선배교수들이 수업하기 꺼려하는 시간의 강의는 신임교수 차지다. 강의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스스로 자신 있는 수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다른 교수들의 배려가 필요한 것 같다”며 신임교수 시절의 경험을 말했다.

배려 후에는 가시적인 성과 요구

미국의 명문대학들이 하는 것처럼 충분한 배려와 혜택으로 연구와 교육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해준다면, 신임교수들이 느끼는 성공의 부담 또한 커진다. 실패할 경우 핑계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신임교수는 매해 평가를 받는다. 첫 해는 적응 기간으로 주고 2년이 지나면 성공의 가능성을 보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첫 4년 안에는 반드시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야 한다. 연구비를 따오지 못하거나 강의 평가가 나쁘면 재계약은 이뤄지지 않는다. 6년이 끝날 무렵에는 테뉴어(정년보장) 심사를 받게 된다.

“신임교수의 싸움은 외롭고 길다. 실적이 점수로 정량화되지 않으며 승진 기준도 구체적으로 명시된 것이 없다. 신임교수는 첫 7년 내내 새벽부터 자정이 넘도록 일에 매달린다. 교수와 대학이 이렇게 서로 공을 들이기 때문에 교수가 심사에 탈락할 경우 교수 개인의 실패인 동시에 대학 리더십의 실패라고 생각한다. 대학이 우수한 인재를 유치해 놓고도 유지하지 못한 책임을 ‘평가’라는 시스템을 통해 고스란히 교수의 능력에 돌리는 것은 일종의 책임회피다”라고 조벽 교수는 말한다. 명문대일수록 평가 잣대가 높지만 그만큼 교수계발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수험생 가족단위 투어 ‘큰 효과’

대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우수교수 만큼이나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미국에서는 우수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우리나라 보다 더 일찍 시작된다. ETS(Educational Testing Service, 미국교육평가원)로부터 고1학생들의 성적자료를 사서 대학이 원하는 학생들에게 각종 홍보자료를 제공하고 캠퍼스투어를 제안한다.

미국에서는 1년 내내 캠퍼스 투어가 이뤄진다. 캠퍼스 투어는 반나절 코스와 하루 코스로 나눠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루 코스의 경우 15명~20명 정도의 인원을 대상으로 학교에 대한 설명, 대형 강의 참관, 기숙사 방문, 일대일 질의응답 등으로 일정이 짜여 있다. 특히 질의응답시간에는 소수의 인원이기 때문에 궁금한 내용에 대한 충분한 답변을 들을 수 있다.

미국 대학들이 운영하는 캠퍼스 투어프로그램의 또 다른 특징은 가족단위로 초청한다는 것이다. 대학을 선택할 때는 학생 혼자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님과 함께 상의한 뒤 결정하기 때문이다. 가족단위 투어를 통해 학생의 부모도 학교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학생과 함께 이야기 한다. 우수한 학생일수록 가족단위 초청은 필수적이다. 고3이 되기 전 방학기간이 캠퍼스 투어의 피크다. 이 기간에 미국 학부모들은 며칠씩 휴가를 내 여러 대학들을 투어하기도 한다. 우수학생을 기르는 부모들의 또 다른 교육열인 것이다.

조벽 교수가 말하는 가장 인상 깊은 캠퍼스 투어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다. “최상위권의 대학들은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비행기 표를 무료로 제공하면서 까지 학생을 적극적으로 학교에 초대한다. 2박 3일간 학교 기숙사에서 머무르게 하며 학교생활을 미리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예체능계에서 최고의 학생을 스카우트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대학은 우수한 학생을 위해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하고 학교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우리학교도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캠퍼스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학교 캠퍼스 투어는 2시간 정도 진행되며 학교 홍보대사 ‘동감’ 학생들이 투어를 담당한다. 20분~30분 정도 학교 홍보동영상을 감상하며 학교 소개를 하고, 중앙도서관을 중심으로 학내 곳곳을 함께 돌아본다. 또 몇 명씩 조를 나눠 학생들이 관심학과에 대한 질문을 하면 동감 학생들이 대답해주는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다. 4월과 5월에 특히 캠퍼스 투어를 원하는 고등학생들이 많은데 투어를 담당하는 도우미학생들의 시험일정과 겹칠 때가 많아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투어 도우미 학생들=학교이미지

캠퍼스 투어를 할 때는 투어를 담당하는 학생도우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캠퍼스 투어에 참여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생도우미의 태도를 보고 학교의 수준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도우미가 보여주는 친절함, 학교에 대한 자긍심 등이 예비 대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미시간 공과대학의 경우, 캠퍼스 투어 도우미 학생들은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고 ‘Story line’을 공유한다고 한다. 효과적인 설명방법과 학생들의 흥미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이야기 거리를 함께 공유하기 위한 자리다. 이런 자리를 통해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끊임없는 피드백으로 더욱 알찬 투어 프로그램을 고민한다.

충분한 입학홍보물 자료를 제공한 다음, 캠퍼스 투어를 통해 우수한 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중요하다. 직접 학교의 분위기를 느끼며 평소 궁금했던 내용에 대한 충분한 설명으로 우리학교에 입학하도록 설득시키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성적에 맞는 여러 대학을 두고 고민하기 마련이다. 이 경우 캠퍼스 투어는 대학선택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우수한 학생들은 선택의 폭이 넓기 때문에 학교의 분위기를 몸소 체험하고 대학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미국의 대학들은 캠퍼스 투어 프로그램에 많은 공을 들인다”고 조벽 교수는 설명한다. 미국의 언론들이 캠퍼스 투어를 두고 ‘결정타’라고 표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장학금도 우수학생 유치위한 방안

우수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대학이 선택하는 방법에는 ‘장학금 혜택’과 ‘학비 보조’도 있다. 미국 명문대학들은 최근 경쟁적으로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학비면제 혜택을 주고 있다. 미국 대학들의 잇따른 학비감면 조치는 우수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버드대는 올해부터 장학금 제도를 확대해 우수학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올해부터 가구수입이 18만 달러 이하인 중산층의 자녀에게도 학비를 보조해 주기로 했다. 예일대도 이에 맞서 올 학자금 지원액을 8천 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37% 늘리기로 했다.

우리학교의 경우 2008학년도 부터 우수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만해핵심인재 장학을 신설했다. 정시 합격자 중 언어, 수리, 외국어(영어) 영역의 수능성적이 모두 1등급이고 탐구영역에서 3과목 모두 2등급 이내인 자에게 4년간 전액장학금과 매월 소정의 학업장려금이 지원된다.

조벽 교수는 이 같은 방안에 대해 “학생들에게 장학금이나 학비감면은 대학을 결정하는 데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중산층 이하의 학생들 중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는 데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간과할 수는 없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10년 후, 20년 후 대학의 미래는 학생들과 교수에게 달려 있다. 때문에 우수학생과 우수교수를 유치하기 위한 방안은 앞으로 우리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과제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야 할 것은 ‘우수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이다. 대학들마다 ‘우수한’의 의미부터 명확히 하고 대학의 비전에 부합하는 우수한 학생과 교수를 유치하기 위한 방안들이 모색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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