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쇠고기 수입과 관련되어 광우병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다. 광우병은 소의 프리온 질환으로 구분되며, 공통적인 증세는 전염성 해면뇌증을 동반하는 신경계 장애와 높은 치사율이다. 문제는 사람에게서도 이러한 프리온 질병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프리온은 단백질로서 그 3차원 구조에 따라 정상형과 변형된 질병형으로 나뉜다. 정상 PrPc 유전자로부터 만들어지는 정상 프리온은 인체에 중요한 기능을 가진다. 실제로 인간 프리온 질병의 대표격인 크로이츠펠트-야곱 질환(CJD) 중 10-15% 정도는 PrPc 유전자에 이상이 있는 선천적인 질환이다. CJD 질환자 중 약 80% 가량은 sCJD(산발성)로 구분된다. 이 경우 뇌에서 정상 프리온이 변형 프리온으로 바뀌어 발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그 기작은 아직 명확치 않다.

최근 문제가 된 ‘인간광우병’은 vCJD(변종)를 일컫는 것으로, 프리온 질환에 감염된 육류의 섭취 또는 수혈 과정에서 인체로 도입된 변형 프리온이 정상 단백질의 3차 구조를 변형 프리온으로 바꿔놓아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초로 인간 광우병이 발병한 영국의 경우 전체 CJD의 약 5% 정도가 vCJD에 해당하고, 기타 국가에서의 발병율은 매우 낮거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에서 2002년까지 질환자의 평균 사망연령이 sCJD는 68세, vCJD 질환자는 28세였던 사실은 두 유형이 서로 다른 생물학적 경로를 가진다는 것을 암시한다.

실제 최초로 주목받은 인간 프리온 질병은 식인 풍습을 가진 파푸아뉴기니의 원주민에게서 나타났던 쿠루병이다.
미국 국립보건원 가이듀섹 박사는 이 질병이 CJD와 유사하며, 단순한 유전병이 아닌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성 질병이라고 발표했다. 이 공로로 가이듀섹은 1976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지만, 이후 미 캘리포니아대 프루시너 박사에 의해 이러한 유형의 질병원이 바이러스가 아닌 변형 프리온 단백질인 것으로 수정되었다. 프루시너의 발견은 기존에 일반적으로 생각되던 유전체에 의한 감염 원리를 넘어서 단백질에 의한 감염 기작을 제시한 것으로, 그 학술적 가치가 인정되어 1997년 노벨상을 수상한다. 이후 이에 대한 수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으나, 이제까지 규명된 변형 프리온의 성질은 고온, 고압, 단백질 분해효소에 저항성을 가지며, 정상 프리온과 그 아미노산 서열에 차이가 없어 체내의 면역체계도 이를 감지하지 못한다는 정도이다.

영국에서의 초기 광우병 발생이 동물 사체로 만든 사료를 초식동물에게 먹인 것이 원인이었고, 쿠루병이 인육 풍습에서 기인했듯이, 자연을 거스르는 인간 행위에 대한 대가는 작지 않은 듯싶다. 쇠고기 수입 문제로 광우병이 이슈화된 것처럼, 빠른 시일 내에 광우병의 원인과 치료에 대한 과학적 발견이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져 국민적 관심을 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성 정 석
생명과학대 바이오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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