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극단행동과 이념의 덧
다니엘 벨이 『이데올로기의 종언』을 출판한 것은 1960년이다. 지난 반세기의 역사는 벨의 공언을 뒷받침해 보였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공산당출현에서 비롯한 이념논쟁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어떤 사회가 획일적인 가치체계와 신념을 지니는 것은 실현된 적이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그러나 사회적 이슈가 제기 될 때마다 과도하게 반응하는 2분법적 사고는 소모적 편 가르기로 사회의 건전한 에너지를 방전한다.
지난 해 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결정은 흐트러진 실타래 같던 소모전의 한 가닥을 매듭짓는 이정표적 사건이었다. 그러나 헌재결정 후에도 이념이 다른 저편을 향한 공격과 논쟁은 여전하고 이 와중에서 생각의 다양성을 수용하지 못하는 측에서 벌이는 극단적인 행동은 방화, 테러 등 우리 사회의 자해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개인이나 일부의 일탈이나 충동이라기에는 파장이 크다. 가장 염려되는 것은 이념대립이 통일에도 도움 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Ⅱ. 부드러운 이념생태 조성과 건강한 사회를 위한 혁신
한국사회에서 전쟁을 경험한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가 공존해 있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다. 이러한 정황에서 이념대립은 계속될 것이고 이를 무조건 두려워할 일만은 아니다. 그러나 그 사회적 비용과 효용을 생각할 때 줄여가야 한다.
소위 우파와 좌파의 대척공간을 완충지대로 바꾸는게 필요하다. 이는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회색인을 양산하거나 무관심한 계층을 방임하는 것과는 다르다. 보다 유연하게 이념의 편향성을 극복할 확신에 찬 사람들이 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계인을 남한체제가 지향하는 이념의 안전항에 정박시키려면 우리 사회가 실질적 복지를 확대하고 정치도 철저히 민주화하여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경제적으로도 실질적 평등이 실현되는 공정하고 공평하고 공개적인 환경을 조성하여야 한다. 돌이켜보면 결국 먹고 사는 문제가 역사상 가장 과격한 이데올로기의 천적이었던 것이다. 그것이 인간다운 생활의 전부는 아니지만 최소요건이다.
필자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학교운동장에서는 월요일 아침마다 전교생 조회가 열렸다. 그 때 교장선생님의 훈화는 한결같이 반공교육이었다. 지금세대는 전쟁의 공포보다 우리가 누리는 삶의 질에서 자신 있게 자본주의를 확신하게 되었으니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념논쟁은 자유민주주의의 승리로 귀결되었다. 남한체제의 우월성은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의 우월성에 맞닿아 있다. 그러므로 이른바 어설픈 체제이념이 사회를 교란하지 못하도록 더욱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개혁과 쇄신이 이념의 덧에서 극단주의자를 구할 수 있다. 다만 남의 돈으로 재선을 노리는 정치인의 포풀리즘은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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