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나를 소개할 때 “제 직업은 문화재감정위원입니다.”라고 하자, 상대방이 “아! 진품명품이요.”라고 한 적이 있다. 누구나 한번쯤 그 TV프로그램을 본적이 있을 것이다. 의뢰인들이 집에 있는 골동품을 가지고 나와 전문가들이 어떤 물건인지 살펴보고 전광판에 가격을 제시하면 사람들의 희비가 교차하여 재미를 주는 방송이다. 그리고 김래원이 주연을 맡은 영화 ‘인사동스캔들’에서는 문화재 감정과 복원을 재미있게 그리기도 하였다. 이처럼 사람들에게 문화재감정에 대한 인식은 TV나 인터넷 같은 매스미디어를 통한 호기심 충족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문화재감정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이것은 그림, 도자기, 조각, 서예 등 예술품의 진작과 위작을 판별하고, 미적·역사적 가치 및 보존상태, 희소성 등을 종합하여 이루어진다. 그러나 문화재의 종류는 너무 다양하고 제작시기도 광범위하며, 일부러 물감을 덧칠하거나 부식시켜 작품을 훼손할 경우 바로 진위를 판단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감정관의 축척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예술품에 대한 안목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문화재감정은 문화재청에서 미술사 및 역사, 고고학, 건축, 민속 등 각 분야별 문화재위원들을 위촉하여 자문과 평가를 맡기거나 각 공항과 항만에 문화재감정관실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한국고미술협회와 한국미술품감정협회, 한국화랑협회 등 사설단체에서 자체적으로 개인이 소장한 문화재감정을 실시하고 있다. 이중 문화재감정관실은 인천국제공항을 비롯하여 김포공항, 부산항 등 현재 약 19곳의 국제공항과 항만에 설치·운영되고 있다. 여기의 감정위원은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이 가진 물건과 수출입화물, 국제우편물 등이 문화재인지 아닌지를 평가하여 50년 이내에 제작된 ‘비문화재’만 외국으로 내보내고 있다. 또한 문화재 밀반출 방지, 위작 유통방지, 금지제도 홍보와 교육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문화재감정은 문화재의 예술적, 역사적 가치와 진위여부를 평가하는 일이다. 그러나 실제로 대중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그 작품의 문화적 가치보다 외적 아름다움과 가격 같은 지극히 상업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경매에서 ‘1작품이 수백억원에 낙찰됐다.’는 얘기나, ‘1호당 얼마’라는 기사를 접하면 나도 모르게 환호성을 지르는 것 만 봐도 알 수 있다. 지금 우리는 문화재에 대한 지나친 자부심으로 가치를 너무 높이 평가하고, 주변에 산재해 있는 민속품까지 당연히 보존해야 할 것으로 여기고 있어, 시민이나 미술품애호가, 고미술품상인 등 여러 사람들과 마찰을 빚고 괴리감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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