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며 ‘명품배우’라고 불리는 김정난(본명 김현아) 동문. 올해부터 ‘매체연기1’ 과목을 강의하게 된 그녀는 “아직 ‘교수’라는 호칭은 어색하다”고 말했지만, 모교 후배들 앞에 서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다고 밝혔다. 연기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아들, 딸 역할로 만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학생들이 편하고, 친근하게 느껴져서라고 한다. 그녀는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그저 자신의 조언 한 두 마디 정도만 가슴에 새기고, 기억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다양한 분야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그녀에게 ‘도전을 즐기는 삶’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배우가 어떻게 작품을 가려서 받느냐”며 확고한 연기 철학을 밝힌 김정난 동문. 작품의 장르를 가리지 않고 대본 내용이 ‘좋다’는 생각이 들면 선택하는 편이라고 한다. 대신 역할은 ‘직전 작품에서 했던 캐릭터와 겹치지 않는’ 것으로 선택한다.
그녀는 “TV라는 것이 이미지를 생산해내는 매체여서, 비슷한 역할을 계속 하면 그 이미지에 갇히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예를 들어 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에서 푼수 역할을 한 후, 다음에 또 같은 역할을 맡으면 사람들은 그녀를 ‘진짜’ 푼수로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TV는 누구나 쉽게 접하는 매체이기 때문에 비슷한 역할을 계속 하면 배우가 그 이미지에 갇힐 위험이 있기 때문에 항상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그녀는 “다양한 캐릭터들을 계속 찾으며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간의 경험들을 공유하고 싶어
이렇게 연기에 대한 열정이 뜨거운 그녀가 브라운관을 넘어 강단에 서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는 “사실 강의를 해달라는 제의는 이전부터 받아왔다”고 이야기했다. “지금도 ‘준비됐다’는 생각에 제의를 받아들인 것은 아니지만, 그 당시에는 강단에 올라 누군가를 가르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무대에 서는 것을 워낙 좋아했기에 강의를 준비하는 것이 연기 생활에 지장을 줄까 걱정되었던 것이다. 그녀는 “작품을 하고 연기에 투자하는 시간을 내주고 싶지 않았다”며 거절의 이유를 솔직히 밝혔다. 여러 가지 일을 한 번에 못하고 하나에 완벽히 몰두해야 한다는 완벽주의자적인 성격도 한 몫 했다.
“하지만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었다”고 웃으며, “‘이제는 한 번 쯤 도전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도, 후배들이 고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그녀를 강단에 세웠다.
그녀는 “20년을 넘게 쌓아온 경험들을 후배들과 공유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녀가 재학할 당시에는 현장에서 바로 적용 할 수 있는 실습 위주의 수업이 거의 없었다. 현업에 종사하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도 적었다. 그녀의 연기자 도전은 정말 ‘맨 땅에 헤딩’하는 상황이었고, 욕도 많이 들으며 일을 배웠다고 했다.
사회로 나가 직접 일을 하면서 많은 시련을 겪겠지만, 적어도 자신보다는 조금 덜 고생했으면 하는 것이 그녀의 바람이다. 훗날 후배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아, 쟤는 좀 다르네”, “굉장히 순발력 있게 잘 대응하네”라며 칭찬받았을 때, “어, 알고 보니 동국대학교 출신이네? 역시~”라는 소리를 들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녀는 또한 “내가 졸업했을 때만 해도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는 사람들이 다 알아줬다”며, 현재 우리대학 연극학부는 경쟁력을 더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강의를 통해 그녀는 학생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동국대학교 연극학부’의 옛날 명성과 경쟁력을 높이기를 바라고 있었다.

아직도 배우고 싶은 것이 많아
그녀에게 대학생활은 “인생을 살면서 다시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는 순간”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후배들에게 “대학생활을 충분히 즐기라”고 강조한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에 가장 큰 열정을 바치라는 뜻이다. 또한 그녀는 연극학부 후배들에게 “좋아하는 일을 즐기면서 행복하게 살라”고 조언했다. 배우가 되고 싶다는 열정을 가지고 대학에 온 만큼, 좋아서 하는 일이니 더 쉽고 열심히 할 수 있지 않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그녀의 재학 시절은 동기들과 함께 밤새 연습하고, 지각해서 크게 혼나기도 하면서 작업했던 순간으로 가득하다. 유준상, 김혜수, 박신양 등 여러 선배, 동기들과 함께 느티나무 밑에서 기타 치며 노래하고, 소극장에서 연습했던 기억들이 매우 특별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한 번은 다 같이 하는 연습에 지각했던 적이 있다”며 아찔했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학과 특성 상 지각에 매우 엄격했는데, 거짓말로 변명한 것이 들켜 연출 담당에게 매우 크게 혼났다고 한다. 그녀는 “나중에는 술을 마시면서 서운했던 감정을 풀기도 했고, 함께하는 생활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큰 압박감을 느꼈지만, 그만큼 열정으로 가득 찼던 순간이라 마치 엊그제처럼 느껴진다”며 학창시절을 회상했다.
그녀는 “하고 싶은 일들, 배워야 할 것들이 아직도 너무 많다”고 말한다. “지금도 시간이 있을 때마다 작은 것 하나라도 배우려고 하는 편”이라며 이번에는 재즈를 배워볼 계획이라 전했다. 뒤돌아봤을 때 후회하지 않을 수 있도록 무엇이든 도전하는 열정, 그녀가 명품 배우로 불리게 된 것은 가슴에 뜨거운 열정을 품고 있어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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