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광장서 조계사까지 거리 시위 … 대학자치 보장 요구도

 
총장선출의 종단외압의혹과 관련해 답답함을 참지 못한 학생들이 거리로 나섰다.

학생들은 기자회견, 대자보, 요구안과 성명서를 제출하는 등의 방법을 동원했지만 총장선출 문제가 5개월이 넘게 해결되지 않자 그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도보행진을 벌였다.

총학생회는 지난 10일 ‘조계종단 개입 사태 해결을 위한 민족동국 4.10 선언대회’를 열었다. 총 200여명이 넘는 학생과 총동창회가 참가한 가운데 학교 만해광장에서 조계사까지 도보행진을 진행했다. 조계사 앞에 도착한 학생들은 “종단개입 물러나라, 대학자치 보장하라”를 외치며 집회시위를 했다.

최광백 총학생회장은 개회사에서 “종단에서 일어나는 계파싸움에 학교가 이용당하고 있다”며 “종단 개입은 물러나야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원용선 총동창회장은 “우리대학의 고귀한 4.19 정신을 이어받아 학교 비리를 파헤쳐야 한다. 조계종 수뇌부는 동국대의 정체성을 무참히 무너뜨리고 있다”고 밝혔다. 또 “연세대학교는 재적 이사 12명 중 2명이 목사인데 우리는 재적이사 13명중 과반수가 스님이다. 연세대는 명문의 길을 걷고 있지만 우리는 후퇴하고 있다”며 스님이사 수 축소를 주장했다.

이어 각 단과대학 학생회장의 발언과 경주캠퍼스 총학생회장의 발언이 있었다. 경주캠퍼스 김준기 총학생회장은 “경주에서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어 직접 올라왔다”며 “문제가 해결되는 그날까지 응원하겠다”고 했다. 한 시간 넘게 진행된 발언 후 총학생회는 명고축출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명고축출은 죄인에게 북을 짊어지게 하거나 죄인의 이름을 써 붙인 북을 울리며 거리를 돌게 하는 형벌이다.

김건중 부총학생회장은 퍼포먼스에서 대학의 자치와 자율성을 훼손한 죄를 지은 자에게 북을 지우고 “학생자치 보장하라”고 외쳤으며 학생들의 목소리를 무시한 죄를 지은 자에게 “요구안에 응답하라”고 주장했다.

참여불교재가연대 허태곤 대표는 “동국대 문제는 동국대만이 아닌 한국불교, 한국사회의 문제이다. 불의와 탐욕에 찌든 승려들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많다”며 집회하는 학생들을 격려했다.

반면 재학생과 졸업생 동문 총 52명으로 구성된 ‘동국대학교 발전을 염원하는 범동국 수호추진연합회’는 지난 9일 “명고축출이 어떤 의미인지나 알고 감히 이 행사를 들먹이는가. 총학생회는 이번 행사에서 퍼포먼스로 친일승려를 향해 행해졌던 명고축출을 재현한다고 하는데, 이런 방식의 폭력성도 폭력성이지만 학교사태와 관련 없는 종단의 전체를 친일과 비교하는가”며 문제 삼았다.

두 시간 넘게 진행된 집회 후 최광백 총학생회장을 포함한 김건중 부총학생회장, 문과대, 사과대, 사범대 학생회장은 조계종 총무국장 명본스님에게 요구안을 전달했다. 최광백 학생회장은 “지난 방문 때도 문건만 받아가더니 아무 답변이 없었다. 이번에는 꼭 답변을 해 달라. 빠른 시일 내에 해 달라”고 했다. 스님은 “검토하겠다. 다음에는 좋은 인연으로 만나자”고 했다.

한편 총학생회는 “다음 주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이사장 가처분 심리 결과를 지켜본 뒤 일정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