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국민성금까지 보상금으로 둔갑시키며 여론 호도하는 정부에 맞서 거리로

▲도보행렬에 참여한 상복을 입은 유가족들이 안산 단원고 앞을 지나고 있다.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 화랑유원지 내에 위치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양소(이하 합동분양소)’ 앞은 4월 4일 아침부터 기자와 시민들로 북적였다. 유가족들이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과 ‘배·보상안’ 전면 철회를 주장하며 광화문 광장에서 거행한 삭발식에 이은 2차 삭발식과 도보행진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현재 유가족 측은 지난 3월 27일 정부가 발표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에서 특위(특별조사위원회) 인원이 120명에서 90명으로 축소 된 점, 많은 권한을 가진 사무처의 ‘기획조정실장’ 보직에 파견 공무원을 보해야한다는 점 등을 들어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4월 2일 발표된 ‘배 보상안’에 대해서도 “정부가 돈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보상보다 진상규명을 우선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중이다.


故 박성호군 어머니 정혜숙씨를 비롯한 유가족 17명의 삭발식이 끝나자, 유가족 250여명은 희생자들의 영정을 품에 앉고 도보행진을 시작했다.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안 폐기와 온전한 세월호 선체 인양을 촉구하며 합동분향소에서 광화문 광장까지, 총 이틀에 걸쳐 진행된 도보행진 행렬의 시작이었다.

 

진상규명·선체인양, 정부의 대답은 ‘돈’

 

한편 같은 날 오전 10시 30분엔 ‘416기억저장소’가 매주 토요일 주최하는 ‘416기억순례’행사도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416기억저장소’에서 세월호 관련 전시를 보는 것으로 출발한 순례 참가자들이 단원고등학교에 도착한 것은 유가족들의 도보행렬이 단원고등학교를 지나간 직후였다. 참가자들은 생존학생 아버지 박순석 씨와 함께 2014년 4월 당시 그대로 보존된 단원고 2학년 10개 반을 둘러본 후 합동분양소로 이동했다.’


합동분양소에서 ‘416기억순례’ 참가자들을 맞이한 사람은 故신호성군의 어머니 강부자씨였다. 힘없는 목소리로 입을 연 강씨는 “아무리 소리를 지르고 울부짖어도 가슴에 응어리가, 불덩어리가 얹혀 있는 것 같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어 강씨는 눈물을 보이며 “돈이 아니라 진상규명을 위한 성역 없는 수사와 진심어린 사과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야기 중간 중간 울음을 터트리는 강씨를 보며 참가자들도 하나 둘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지난 4월 2일 주요 언론들은 정부가 발표한 세월호 희생자 및 피해자에 대한 배·보상 지급 기준에 대해 앞다투어 보도했다. 이는 유가족들에게 또 하나의 상처로 다가왔다. 심지어 배·보상금이 거액으로 부풀려 알려지기도 했다. 정부가 배·보상금에 국민 성금과 보험금까지 덧붙여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1인당 최고 4억 2천만원의 배·보상금은 8억 2천만원으로 둔갑해 여론을 떠돌았다. 강씨는 “과연 돈 몇 푼 쥐어준다는 것이 올바른 대답이냐”며 정부의 대응에 대해 한탄했다. 참가자들은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故신호성군의 어머니 강부자씨와의 만남이 있었던 합동분향소를 뒤로하고 ‘416기억순례’ 참가자들은 앞서 출발한 도보행렬에 참가하기 위해 버스에 탑승했다. 다들 쉽사리 입을 열지 못하고 있는 와중, 조금씩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치유는 불구하고 진척조차 없어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아직도 유가족들은 “명백한 진상규명과 선체인양이 우선되어야 한다”며 힘겨운 싸움을 이어나가는 중이다. 현재 유가족이 요구하는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철회’와 ‘배·보상안 반대’ 등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라 있다. 특히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은 특위의 권한을 축소·왜곡한다는 논란으로 인해 여론의 중심에 서 있기도 하다. 지난 1일 인권변호사 출신인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시행령안의 문제를 자세히 다루며 “파견 공무원의 역량에 따라 특위 운영이 사실상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는 우려를 내보이기도 했다.


영정사진을 품에 앉고 광화문 광장을 향해 걷는 유가족들의 발걸음은 무거워 보였다. 정부가 유가족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적극적인 치유의 의지를 내비칠지는 미지수다. 1주기가 다가오는 지금, 세월호 사건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는 중이다. “가만히 있으라”는 한 마디가, 아직도 유령처럼 우리 사회를 떠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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