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석의 문장 1·2

 
우리는 글을 쓸 때가 있다. 써야만 할 때도 있다. ‘에세이’, ‘리포트’, ‘기획서’, 심지어는 SNS에 올리고 싶은 짤막한 글까지…. 그런데 막상 글을 쓰려 하면 눈앞이 캄캄해진다. 머릿속에서는 정리되지 않은 글이 맴돌고,  손은 따로 논다. 그야말로 막막하고 답답하기만 한 상황이다.
소설가 혹은 시인을 지칭하는 말을 떠나 글을 쓰는 사람을 작가라고 부른다면 우리시대는 모두가 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 혹은 작가가 되어야하는 시대가 아닐까. 글을 쓰는 당신에게 하나의 가이드라인으로 ‘고종석의 문장’이란 책을 소개해주고 싶다.
저자 고종석은 우리 시대의 언론인이자 작가이며 문장가이다. 그는 저널리스트에서 출발해 에세이스트에 이어 언어학자로 진화해 온 인물로, 문장에 사회와 내면 그리고 문자 자체를 담는 문장가로 불린다. 2012년 9월 23일, 그는 한겨레신문에 실린 ‘절필’이라는 칼럼을 통해 글쓰기를 통해 세상을 바꾸기는 어렵다며 절필을 선언했다. 하지만 그의 문장은 저서 ‘기자들’, ‘모국어의 속살’,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 등을 통해 여전히 살아 숨 쉬며 자그마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고종석의 문장’은 저자 고종석이 지난 2013년 9월부터 12월까지 숭실대학교에서 진행했던 열두 차례의 글쓰기 강의 내용을 녹취·정리한 책이다. 총 두 권으로 이루어진 이 책엔 그간의 강의 내용과 수강생 문답이 빼곡히 적혀있다. 이 때문일까, 책에선 실제 저자의 수업을 듣는 것 같은 생생함이 느껴진다. 저자 고종석의 강의와 수강생 문답을 통해 독자의 피부로 와 닿는 실전 밀착형 글쓰기 조언들을, 고종석이라는 문장가의 작법을 한 번 들여다보자.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 강의에서 저자는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바로 ‘꾸준히 쓰기’와 ‘좋은 글 읽기’이다. 저자는 지인 황인숙 시인과 차병직 변호사를 그 예로 들며 ‘문장가’들이 좋은 문장을 쓰는 데에는 꾸준한 독서와 집필이 바탕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역설한다. 읽고 쓰기, 그야말로 기본이 탄탄해야한다는 말이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읽고 싶어지는 글을 쓰는 방법도 제시한다. 프랑스 작가 알베르 까뮈(Albert Camus)의 소설인 ‘이방인’의 첫 문장 을 예로 든다. 저자는 “‘오늘 엄마가 죽었다.’ 저는 이 첫 문장에 반해서 ‘이방인’을 읽었습니다”라고 이야기 한다. 이 문장이 간결하지만 인상 깊고 흥미를 유발하는 문장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읽고 싶어지는 글이란 첫 문장에서부터 흥미가 가는 글임을 거듭 강조한다.

“저는 지금 아주 중요한 말을 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인상적인 문장을 써도, 그 문장을 책 한가운데 갖다놓으면 독자들은 그냥 지나쳐버리기 쉽습니다. 첫 문장이 인상적일 때 사람들은 그 글에, 또는 책에 빨려들어가기 시작합니다. (중략) 요점은, 짧은 글이든 긴 책이든,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쓰기’와 ‘읽기’는 작문의 기본이다. 기본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글의 시작과 끝으로 읽는 사람을 매료할 수 있어야 아름답고 정확한 글의 반석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아름답고 정확한 글쓰기란 무엇일까
첫 권인 ‘고종석의 문장 1’의 모든 장은 크게 ‘서두-글쓰기 이론-글쓰기 실전’의 세 파트로 나뉘어 있다. ‘서두’에서는 글쓰기에 있어 배경지식이 되는 교양을 주제로 이야기를 하며, ‘글쓰기 이론’에서는 실제 글쓰기와 관계된 이론을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글쓰기 실전’에서는 예시와 함께 글쓰기에 있어 ‘무엇이 안 좋은 글이며 좋은 글이란 무엇인가’를 살펴본다.
문법, 단어, 수사 등 글을 쓰면서 우리는 많은 실수를 한다. ‘고종석의 문장’은 무작정 글을 잘 쓰는 기술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며 쉽게 실수할 수 있는 부분을 적절한 예시와 함께 지적해준다. 이것이 바로 ‘고종석의 문장’이 글쓰기 가이드라인으로 적합한 이유다. 

“글을 쓸 때는 항상 사전을 옆에 비치하세요. 조금이라도 불확실한 것은 반드시 확인한다. 확인이 되지 않으면 쓰지 않는다. 이런 원칙을 세우고 지키십시오. 틀린 말을 쓰느니 아예 안 쓰는 게 좋아요.”

특히 2권의 6장 ‘글쓰기를 묻다’와 특별 부록 ‘글쓰기 직문직답’에 적힌 빼곡한 문답들이 글을 쓰면서 접하는 여러 어려움들에 대한 질문을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6장에서 글쓰기 전반에 대한 포괄적인 문답이 오간다면, 특별부록인 ‘글쓰기 직문직답’에서는 글쓰기를 할 때의 보다 구체적인 어려움에 대한 문답이 이루어져 아름답고 정확한 글을 쓰기 위한 ‘글쓰기 참고서’라고 부를 수 있을 법하다.

절필한 문장가에게 글쓰기를 묻다
글을 쓰는, 혹은 써야만 하는 당신을 위해 글쓰기의 ‘참고용 사전’으로 이 ‘고종석의 문장’이라는 책을 건네주고 싶다. 백지를 눈앞에 두고 막막해졌을 때나 글을 쓰는 도중 손이 멈추었을 때, 잠시 손을 떼고 이 ‘고종석의 문장’을 펼쳐 몇 장 넘겨보자. 모르는 문제를 교사에게 질문하듯, 자연스럽게 당신이 찾고 있던 답을 저자의 수업 속에서, 혹은 문답 속에서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장승호 기자 boostme@dg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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