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 간 불평등 향한 날카로운 시선

▲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왜 우리 흑인들은 백인들처럼 그런 화물을 만들지 못한 겁니까?’. 세계적인 문화인류학자이자 문명연구가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저서 ‘총, 균, 쇠’ 프롤로그 시작 구절이다. 1972년 7월 제레드 다이아몬드가 뉴기니를 방문했을 때 현지 원주민에게 받은 질문이기도 하다. 작가는 지구상의 각 지역마다 민족의 발전과 역사의 진행이 크게 달랐다는 것을 언급하며 긴 서사를 시작한다.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책 전반에 걸쳐 ‘문명 간 불평등은 왜 일어났는가’를 묻는다. 그의 해답은 ‘환경적 차이’이다. 인간 사회가 경제적, 정치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식량 생산이 기반되어야 한다. 식량 생산은 가축화, 작물화시킬 수 있는 야생 동식물의 종류와 수효에 큰 영향을 받는데 이는 각 대륙마다 차이가 있다. 조건이 좋은 지역에서는 식량 생산이 더 풍부하게 이루어지게 된다. 대륙의 면적과 인구 차이도 환경적 요인으로 꼽힌다. 면적이 넓거나 인구가 많으면 잠재력도 높아지고 이는 경쟁과 혁신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남북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원주민, 유라시아 민족들이 선사 시대 때부터 거주 지역이 바뀌었더라면 오늘날 사정은 정반대가 되었을 것이라고 단정 짓는다.


인류의 발전을 바라보는 작가의 흥미로운 관점은 현대 사회를 연구하는 데에도 중요하다. 왜 중국은 세계를 지배하지 못했는가, 왜 미국은 부유한데 말리 같은 나라는 가난한가 등 문명 간 불평등을 향한 논쟁은 오늘날까지 끊이지 않는다.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논쟁의 답도 환경적 차이에서 찾았다. 그는 경제적 불균등은 부분적으로 인간 제도의 차이에서 온다고 말한다. 좋은 제도는 좋은 지리적 환경에서 출발해 긴 역사 동안 발전해 왔다는 것이다.


풍부한 식량 생산을 기반으로 오랫동안 중심지였던 나라들은 오늘날까지도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저자는 현대 개발도상국을 돕기 위해서는 고대 세계를 이끈 원동력인 농업과 현대 경제 발전 사이의 인과관계를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총, 균, 쇠’에서 지적하는 여러 문제점들이 현대 세계 경제학 문제로 연결되는 셈이다. 제레드 다이아몬드가 책 전반에 걸쳐 주장하는 환경결정론은 인종차별주의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설명해준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공식석상에서 인종차별주의적 발언을 한 유명인사를 비난하는 등 인종차별주의를 공식적으로 배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인종차별주의를 받아들인다. 우리 역시 인종차별주의 관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 우리에게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인간의 기술적 차이에 병행하는 지능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며 반론을 던진다.


그는 아직도 뿌리 뽑히지 못한 우리의 고정관념에 큰 파동을 일으킨다. 1998년 퓰리처 상 논픽션 부문 수상에 빛나는 ‘총, 균, 쇠’는 여전히 널리 읽히고 있는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스테디셀러다. 그가 인류 역사에 대해 제시한 흥미로운 시선이 몇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사람들의 손길을 이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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