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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7.1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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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 ‘경악’ 없으면 기사 제목 만들 수 없나
   
▲2015년에 보도된 ‘충격’으로 점철된 인터넷 언론기사 제목들.

난 2월, 댄 길로이 감독의 영화 ‘나이트 크롤러’가 개봉되었다. 먼 이웃나라인 미국을 무대로 한 이 영화는 충격적인 영상을 광적으로 갈구하는 황색 언론의 모습을 현실감 있게 그려낸다. 그런데 어쩐지 그들의 모습에서 한국 인터넷 언론의 면모가 보인다.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기사제목을 좇는 한국 인터넷 언론. 무엇이 대한민국 인터넷 언론이 영화 ‘나이트크롤러’ 속 황색 언론과 닮게 했는지에 주목해보았다.

도로 한복판에 피가 낭자하고 비행기가 ‘불붙은 빗자루’처럼 불타 추락하는 영상이 누군가에게 돈이 된다. 미국에서 이러한 사건 사고 영상을 찍고 파는 사람들을 ‘나이트 크롤러’라고 칭한다. 영화 ‘나이트 크롤러’의 주인공 루이스는 자극적인 사건 사고 영상이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집요한 ‘나이트 크롤러’의 세계에 발을 담근다.

기자, 보도국, 시청자의 합작
주인공 루이스는 좀 더 극적인 구도를 위해 사건 현장을 조작하고 폴리스 라인을 넘어 몰래 피해자 집에 들어가 집 내부를 촬영하기도 한다. 지역 방송국 보도 국장인 니나는 루이스의 영상이 보도 윤리적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다른 스텝의 지적에도 그의 영상을 보도한다. 니나가 자극적인 영상에 집착하는 이유는 재정과 직결되는 시청률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 루이스는 “우리 생활을 결정짓는 복지정책 등은 22초 단신으로 다루어지나, 범죄 사건은 5분 40초짜리 꼭지로 다루어진다”고 말하며 시청자들이 자극적인 보도 영상에 열광하고 있음을 설명한다. 자극적인 영상이 보도되는 것은 조작도 마다하지 않는 기자 혹은 나이트 크롤러와 시청률에 목메는 보도국, 그리고 선정적인 영상에만 리모컨을 멈추는 시청자들이 함께 만들어낸 합작품인 셈이다.


언제나 ‘충격’적인 기사
영화 ‘나이트크롤러’에서 시청률을 위해 시청자들의 눈을 자극하는 황색 언론처럼 우리나라 인터넷 언론도 그들과 유사한 이유로 누리꾼들에게 클릭을 유도하고 있다. 누리꾼들의 클릭을 유혹하는 제목을 만드는 것은 간단하다. 제목에 ‘충격’, ‘급기야’, ‘알고 보니’, ‘아찔’만 넣으면 된다. 누리꾼들은 기사 제목만 보고 ‘뭐지?’하는 생각에 클릭한다.
2012년 ‘한겨레 21’에서도 낚시 기사에 낚인 기자의 짜증이 담긴 글이 보도되었다. 그는 ‘경악’이 붙은 제목을 보고 기사를 클릭했으나 제목의 내용이 기사 안에 들어있지 않아 분노했다. 3년이 지난 2015년 현재도 소위 ‘낚시’라고 불리는 이용자 유인용 제목이 인터넷 기사에 빈번하게 사용된다.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포털사이트에 ‘충격’ 혹은 ‘경악’만 검색해도 각종 언론사의 기사들이 초단위로 등장한다. 이용자 유인용 제목이 붙은 인터넷 기사는 제목의 내용이 전면적 혹은 부분적으로 담겨있지 않는다.
이러한 이용자 유인용 제목 기사를 비판하며 ‘충격 고로케’라는 낚시 기사 고발 사이트가 있었다. 사이트 개설자 이준행 씨는 ‘충격 고로케’로 우리나라 인터넷상 기사에서 낚시성 기사가 얼마나 유통되고 있는지 통계로 보여줬다. 그는 인터넷 언론사의 이러한 행태를 비판하는 취지로 사이트를 만들었다.
‘충격 고로케’에 집계된 ‘충격적인 기사’를 쓰는 언론사는 메인 일간지부터 인터넷 언론사까지 폭넓은 층을 이루고 있었다. 기사가 다루는 주제도 다양했다. 드라마, 사회, 범죄, 경제 등 장르를 불문하고 ‘충격’이라는 문구를 선택했다. 그런데 지난 2014년 5월 그는 이 사이트를 더 이상 운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세월호 사건에서 출현한 많은 낚시성 기사를 보고 인터넷 언론사가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반성의 시간이 필요해
문화일보 최중홍 편집부국장은 우리대학 신문방송학과 석사논문 ‘낚시성 제목에 대한 언론인들의 인식’이라는 논문에서 낚시성 인터넷 기사의 제목이 올라오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온라인 신문 이용자들이 이러한 제목만 클릭하기 때문이다. 신문사 윗사람들이 실시간으로 페이지뷰를 확인하며 클릭수를 닦달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최 부국장은 현장편집기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신문사 윗사람들이 클릭 수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를 ‘이용자들의 클릭이 곧 뉴스 제공 언론사의 수익과 직결되는 시스템을 설계한 뉴스 유통구조’에서 찾았다.
클릭 수에 따라 광고 단가가 달라지고 포털사이트로 부터 지급받는 뉴스 제공료가 달라져 매체의 존망이 좌우되는 상황에서 언론사 스스로 낚시성 제목을 포기하기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국 낚시성 제목의 기사는 영화 ‘나이트 크롤러’ 속 황색 저널처럼 기자, 언론사, 누리꾼의 합작품인 것이다.
한국인터넷신문방송협회의 전병길 회장은 “영세 언론사와 거대 언론사 모두 낚시성 제목 기사를 남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하며 제재하기 어려운 현 상황에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아직도 끊임없이 생산되는 낚시성 기사에 대해 기자와 언론사, 누리꾼들의 진심어린 성찰이 필요하다,  

국윤나 기자  kookyn12@dongguk.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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