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창화 불교전문출판사 민족사 대표
불교의 핵심적인 가르침에는 고(苦), 무상(無相), 무아(無我), 공(空), 연기(緣起), 중도(中道), 오온(五蘊), 12처(十二處) 등이 있다. 이 중 지극히 간단하면서도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주제가 바로 무아(Anatman)다. 
전통적인 인도 사상(우파니샤드, 힌두교)에서는 상주(常住, 不滅의 존재)하는 유일의 주재자로서 참된 ‘나’인 아트만(atman, 영혼)이 실재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모든 것이 다 사라져도 아트만은 영생불멸한다. 
육체가 죽음과 동시에 사라지는 것과 다르게 아트만은 죽지 않고 다음 생을 거듭거듭 이어가며 인간 개개인을 지배한다는 것이다. 이는 불완전한 인간의 삶을 뛰어넘는 더 나은 세계, 더 완전하고 거룩한 세계가 존재한다는 믿음을 전제한다.   
붓다는 아트만(我)을 부정했다. 인간, 즉 자아를 구성하고 있는 다섯 가지 요소(五蘊ㆍ色受想行識)는 불변하는 게 아니라 연기(緣起)의 법칙 속에서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할 뿐이므로 ‘나(我, 自我)’라고 할 만한 것도 없고(無我), ‘내 것’이라고 할 만한 것도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나’는 “이것이 있음으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일어남으로 저것이 일어난다”는 연기의 법칙 속에서, 다시 말해 무수한 인연의 사슬 속에서 ‘찰나멸’하는 존재일 뿐이므로 집착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오해하지는 말자. 붓다는 영적인 실체로서 영생불멸하는 ‘나’가 없다는 것이지, 이렇게 느끼고, 생각하고, 걷고, 말하는 ‘나’를 부정하는 게 아니다. 불교의 무아론은 독단과 독선, 도그마(dogma), ‘자기(ego)’, 사사로운 마음(私心), 인간중심적 · 자아중심적인 사고방식을 벗어나는 문제와 연관된다. 연기적 세계와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고찰 속에서 나온 불교의 무아론은 우주 차원의 공생(共生)과 공존(共存)을 가능케 하는 인식론이라고 말할 수 있다.    
불교는 전통적 인도 사상처럼 초월적 세계를 신봉하는 대신 고통스럽고 불완전한 인간의 삶 속에서 고통의 원인을 깨닫고 평온한 삶을 증득할 수 있다는 믿음을 그 바탕으로 하고 있다. 고통 속에서 고통을 벗어나는 길을 가라, 나로 살되 나를 벗어나는 길을 가라! 이것이 불교 무아론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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