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 문예창작학과 13졸, 시인
한컴 클릭한다는 것이 인터넷 클릭하고 자빠졌다. 근래의 화두다. 이사했다. 제기동에서 4년 살고 화곡동으로 이사 왔다. 4년, 많은 시간이다. 이 표현은 어딘 지 이상한데 그처럼 적절한 표현도 없다는 생각이다. 화곡동은 일 한지 얼마 안 된 직장이 있는 곳이다. 그동안 출퇴근하느라 너무 힘들었다. 어쨌든 된 거다.
이 동네는 사람이 많다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 개를 끌고 산책을 하는 사람이 많다, 하며 쓰고 있는 것인데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맨날 교정본답시고 주차장에 나와 담배나 피우고 있으니까 보게 되는 것이 그런 바가 전부일 것이다. 제기동에선 나와서 담배를 피우지 않았고. 방에서 고양이나 괴롭히고 책을 보고 글을 쓰고 또 그랬고. 줄곧 생각했던 바를 옮긴다. 문학 같다. 한가하게 개나 끌고 다니고 직업은 없는지 하루를 통틀어 개나 끌고 다니고 개새끼는 버르장머리 없이 주인을 끌고 다니고 담배도 마치 하나의 쇼처럼 어제 개나 끌고 갔던 사람이 오늘 또 개나 끌고 와서 라이터를 빌렸다. 꼭 그럴 거야 하는 장면처럼 꼭 그렇게 완성을 향하여 걸어가듯이 그렇게 사라졌다. 문학 같다고 생각했다. 수상하지, 느슨하거나 혹은 팽팽한 목줄에 개는 집개답고 주인은 딱 개나 끌고 다니는 복장을 하고 그 광경이 이상하게도 문학이다. 그 위대한 문학에 담배나 피우며 보라는 교정은 제대로 못 보고 시나 생각하고 있는 내가 속해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방은 아름다울 수 있을 것이다. 정리하고 배치하고 쓸고 발광을 한 것은 적지 말자. 회사가 가깝고 집 앞에 평범한 분식집이 있는데 아줌마가 꼭 전형적인 일본 아줌마 같아서 마음에 든다. 그런 거 있지 않나, 소세키였나. 준이치로였나? 주인공이 멀리 여행을 떠났는데 그곳에는 꼭 그곳과 같은 여주인이 있고 그와 같은 딸이 있다. 주인공은 딸을 보며 적막만이 모든 것인 이곳이 너의 영원한 터겠구나, 소녀에게 우수를 본다는 둥. 그 아줌마가 꼭 거기서 나온 사람 같다. 너무 고요하게 생겨서 김치 더 달라고도 못하겠더라. 각설. 어제는 케이블을 달았다. 모레는 도시가스 기사가 온다. 설 전에 책장이 온다고 하니 다행이고 불행이다. 오늘은 드럼세탁기를 돌렸다. 처음 써본다. 설명서를 읽다가 화가 나서 세탁소를 구원처럼 떠올렸으나 우선은 돌려 보았다. 잘되었다. 이만한 표현도 없다. 밥이 잘된 거보다 빨래가 잘된 것, 멋지다. 드럼세탁기는 신기했다. 내부가 보여 자꾸 보게 만들었다. 반짝이는 것이 실감났다. 그러다 병신처럼 담뱃재를 흘리기도 했다. 근데 나는 지금 술이 먹고 싶다. 오늘은 참아야하느니라, 쓰곤 이 문장대로 가리라 다짐했지만 잘될지는 모르겠다. 아. 그러고 보니까 어떤 문장을 쓰곤 그 문장대로 살았고 또 어떤 문장을 쓰곤 이렇게 살자 생각했던 때가 그리 오래된 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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