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고려 후기(충렬왕 7년, 1281년), 무신정권의 종료에 이은 원나라의 침입 때문에 고려는 국내외적으로 환난에 빠졌다. 이런 위기 속에서 일연스님(1206 ~ 1289)은 역사적 사실과 설화들을 모아 9편으로 구성, 5권의 책으로 내놓는다. 이 책이 바로 우리가 익히 아는 ‘삼국유사’이다.
삼국유사는 비슷한 시기(인종 23년·1145년)에 발간된 삼국사기와 자주 비교된다. 두 고서 모두 오늘날 고대사 연구에 가장 중요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다만 삼국사기가 여러 사관에 의해 집필된 정사인 반면 삼국유사는 일연스님 개인이 기록한 야사의 성격이 강하다.
그럼에도 삼국유사는 삼국사기에는 없는 고대사료들이 존재해 가치를 지니고 있다. 특히 고조선을 비롯한 고대국가시대의 전승이 기록돼 있어 가치있는 연구대상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신화로 자리잡은 ‘단군 신화’ 역시 삼국유사에 기록된 것이며 고조선 역사를 이해하는 자료가 된다. 예를 들어 오늘날 역사가들은 ‘쑥과 마늘을 먹으며 100일을 버틴 곰이 이에 실패한 호랑이보다 먼저 인간으로 환생했다’는 이야기를 ‘곰’을 토템으로 삼았던 부족이 ‘호랑이’를 섬긴 부족과의 경쟁에서 승리해 국가 건립의 정통성을 얻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편 삼국유사는 현재 전해지지 않는 ‘가락국기(가야의 역사서)’를 인용해 가야 왕실의 체계적인 조직도를 설명하고 있어 가야 연구에도 중요한 사료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삼국사기가 유교적 관점에서 집필된 반면, 삼국유사는 불교 전래 과정과 고승들의 활동, 사기와 탑·불상 등에 얽힌 이야기도 서술하고 있다. 때문에 불교학 연구에도 귀중한 자료로 다뤄지고 있다.
또, 삼국유사는 수많은 신화들이 원 형태로 존재해 설화 문학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함께 실린 향가 14수 역시 고전문학 연구에 빠질 수 없는 자료다. 특히 우리대학의 故 양주동 박사가 최초로 삼국유사의 향가를 해석하며 향가 연구의 기틀을 잡기도 했다.
삼국유사의 가치는 이뿐만이 아니다. 다른 역사서와 달리 일연스님은 ‘민중의 삶’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특히 제9편은 신라 백성들의 효행 사례가 기록돼 있다. 물론 승려로서 불교적 시각으로 접근했지만, 당대 백성들의 삶의 모습과 가치관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료가 되는 것이다.
어린 아이들도 즐겨 듣는 ‘단군 신화’부터 국문학자가 연구하는 고전 ‘향가’까지, 일연스님의 삼국유사는 오늘날까지도 우리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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