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라이더, 표절…튜터링·멘토링 제도로 도움닫기 기틀 마련해야

 
개강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등교한 새내기 박수진 양은 첫 수업부터 팀 프로젝트(이하 팀플)를 접하게 된다.
교수가 임의로 구성한 팀원 중에는 중국인 유학생도 포함되어 있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얼떨결에 조장도 맡게 된 박 양. 역할을 나누고 팀플을 하는데 자료조사를 맡은 팀원이 인터넷에서 자료를 그대로 베껴왔다. 중국인 유학생이 찾아 온 참고 논문은 온통 중국어다.
결국 박 양은 주제 선정부터 자료조사까지 혼자 도맡아야 했다. 드디어 발표 날, 발표용 PPT를 가지고 있는 발표자가 오지 않는다. 전화를 걸었는데 전원이 꺼져 있다.

소통의 부재, 괴로운 팀플로 이어져
박 양과 같은 경우는 캠퍼스 내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토론식 학습문화 고취를 위해 도입된 팀플은 언제부턴가 대학생들의 기피대상 1호로 자리 잡아 버렸다. 심지어 ‘팀플은 지옥’이라는 말도 오가는 실정이다.
팀플을 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히는 것은 ‘프리라이더(무임승차)’ 문제다. 이주영(경영학과2) 양은 교양수업 팀플을 하던 중 팀원 한 명이 연락을 끊은 경험을 토로했다. 그는 “팀원 4명이 협동 글쓰기를 하는 과제였는데 한 명이 맡은 부분을 완벽히 마무리하지 않은 채 연락을 끊고 수업 끝까지 나오지 않는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2012년 ‘조별과제 경험’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불성실한 조원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89%에 달했다. 이중 절반에 달하는 42%의 학생들은 이에 아무런 조취도 취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손승표(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이에 관해 “우리나라 학생들이 토론 문화가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협동이 익숙하지 않아 소수의 학생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곽민선(산업시스템공학3) 양은 “각 팀플마다 소위 ‘능력자’가 한 두 명씩 있기 마련인데 이를 믿고 주어진 일도 제대로 하지 않고 묻어가려는 학생들이 많다”며 프리라이더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팀플을 비롯한 토론식 학습을 경험하며 연대와 협동 정신이 문화적으로 자리 잡아 있는 미국이나 유럽 등과는 대조적이다.
문화적 차이로 인한 팀워크 문제는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우리대학 학생커뮤니티 ‘디연’에서 익명으로 사례를 수집한 결과 팀원들 간의 의사소통 부재도 문제로 지적됐다. 인터넷에서 그대로 베낀 자료를 사용하고 소통을 하지 않은 것이다. 한국말이 서툰 유학생 때문에 의사소통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
중국 거주 경험이 있는 최희돈(국문·문창2) 군은 팀원 중 한 명인 중국인 유학생이 말을 알아듣지 못해 직접 통역을 해주어야 했다. 그는 “상의 끝에 중국인 유학생에게는 자국 관련 자료조사를 배정해 주었지만 모일 때마다 자료를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개인보다 팀이 효율적…팀플이 답
팀플은 2000년대에 토론식 학습문화의 정착을 위해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19세기 이후 등장한 자연과학, 사회과학은 탐구 방법을 스스로 터득해야 하는 ‘문제 중심’의 학습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대학에서도 2014년에 개편된 다르마칼리지 교양필수 과목의 팀플 활용도는 77%에 달한다. 다르마칼리지에서는 학생들의 자주적인 탐구 습관과 능력을 기르기 위해 팀플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팀 프로젝트 경영교육방식이 학생들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문을 발표한 바 있는 김소형(상지대 회계학과) 교수는 개인보다 팀제 운영방식이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다양한 학습 및 지식공유로 빠른 문제해결을 할 수 있는 팀제가 조직에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팀제 운영을 통해 개인보다 더 뛰어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김 교수는 “대학은 지식의 전당이지만 또한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하여 사회 구성원으로 훌륭한 재목이 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의무도 있다”며 팀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교수들마다 팀플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나름의 방식도 있었다. 수업 평가의 40%를 팀플로 대체하는 손승표(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팀플을 시작하기 전 팀의 리더를 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지를 먼저 조사한다. 리더가 하고 싶은 사람은 앞으로 나와 왜 리더가 하고 싶은지 발표하게 하고 다른 학생들은 자신에게 잘 맞을 것 같은 팀을 선택한다. 강제 배정된 팀에서보다 개인이 선택한 팀에서 강한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 손 교수의 생각이다.
손 교수가 꼽은 팀플의 장점은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상대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상대방이 실수하더라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에 익숙해진다. 또한 상대와 의견을 공유하려는 태도를 가지게 된다. 마지막은 모든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는 공유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팀플을 통해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의견을 뒷받침하는 연습을 할 수 있게 된다.

제도적 기반이 탄탄한 도움닫기 되어야
팀플을 잘 몰라서, 익숙하지 않아서 시행착오를 겪는 학생들이 많다. 어렵지만 꼭 필요한 팀플, 더 잘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우선적으로 시행되어야 할 것은 튜터링·멘토링과 같은 제도의 강화이다. 팀플 경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많은 만큼 탄탄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어야 한다.
아직 우리대학에는 팀플 진행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제도는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부분적으로 튜터링·멘토링 제도가 도입된 사례는 찾아볼 수 있다. 수학과에는 학과생 뿐만 아니라 타과생을 위한 튜터링 제도가 활성화되어 있다. 튜터는 주로 3~4학년이며 교수가 전공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의사를 물어보는 식으로 선정된다. 하루에 두 명씩, 매일 3시부터 5시까지 과학관에서 진행된다.
작년 한 해 동안 튜터로 활동한 신주섭(수학과4) 군은 “보통 미적분학을 듣는 타과생들, 특히 공대 학생들이 많이 찾는다”며 “이용자가 많은 것으로 보아 학업 활동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수학습개발센터에서 시행하는 ‘동국 튜터링’ 제도는 학생들의 자율적인 협동학습을 위해 시행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담당 교수의 추천을 받은 우수한 학생이 수강생들의 학습을 돕는 프로그램으로 일반튜터링, 영어강의튜터링, 글로벌튜터링으로 나뉘어 있다. 튜터는 주당 2시간 이상 8주 동안 활동하며 장학금 30만 원을 받게 된다.
같은 수업 수강생들끼리 팀을 이루어 스터디를 진행하는 ‘Do Dream 학습동아리’ 제도에도 교수의 부분 튜터링이 도입되어 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매주 스터디를 진행하고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며 4주차 이후 지도교수의 피드백을 거쳐야 한다. 지도교수는 팀원들의 보고서와 결과물을 검토하고 각자에 맞는 피드백을 해 준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튜터링·멘토링 제도를 팀플에 맞게 변용하면 학생들이 팀플을 보다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이미 수업을 수강한 선배를 활용하는 것이다. ‘동국 튜터링’을 팀플에 적용시키면 직전학기 우수 수강생이 같은 수업에 튜터로 참여해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들은 같은 팀플을 경험해 보았기 때문에 학생들 입장에서 공감하고 보다 현실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가능하다.
팀플의 도약을 위해서는 제도라는 도움닫기가 필요하다. 아직 팀플이 낯설기만 한 학생들에게 옳은 방향을 제시해 주고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팀플이 탄탄한 제도를 등에 업을 때 비로소 날개를 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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