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분과 선불교

한국 근현대 불교계의 인물들은 대승불교에서 한국 간화선의 특징을 보여준다. 대표적인 선사로는 근대 한국선의 중흥조로 회자되는 극 보수적인 간화선 전통주의자 경허, 전통불교 수호와 함께 불교의 대중화 및 활성화라는 이중적인 성격을 가진 온건한 개혁주의자인 용성, 마지막으로 불교수행자인 동시에, 시인이었고, 소설가였으며, 조선의 독립을 위해 일관되게 투쟁한 극단적인 진보적 개혁주의자 만해가 있다.

경허선사(鏡虛禪師)는 서산이후 단절되어 적막한 상태에 있는 한국 불교 선문의 법맥을 회복하고 새로이 선법을 선양함으로써 그것을 더욱 번창시키려 했다. 그는 구한말 격동하는 정세 속에서 묵묵히 산사에 중심을 두고 선풍진작을 통한 불교중흥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며, 당시 불교계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한국 선의 나아갈 길을 분명하게 제시한다. 경허는 정혜결사를 통하여 조선 후기의 불교계에 새바람을 불어넣는다.

용성선사(龍城禪師)는 근대서구문명과 전통이 충돌했던 근대조선에서 불교의 개혁을 통해 불교의 이상사회를 실현하고자 했다. 용성에 의하면 개혁이란 철저하게 석존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며, 옛 조사들의 수행방법을 본받는 것이다. 즉 개혁은 하되 전통과 역사를 중시하자는 것이 용성 개혁의 요체이다. 용성은 산중 수행을 고집하기 보다는 중생을 제도하는 대중 교화에 평생을 일관하여 바쳤다.

만해선사(萬海禪師)는 선이 깨달음이라는 결과물을 세상으로 환원하는 시혜적 행위나 세상을 구제하겠다는 구도를 취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만해는 한편으로는 불교를 통해서 세상을 구하겠다는 강렬한 구세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조선불교계의 세상을 벗어나려는 출세간적인 면모에 대해서 강렬한 비판의식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의 구세의식은 깨달은 자의 우월의식이 아니라, 저자거리에서의 동참의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해에 의하면 진정한 선수행자는 자기희생이 전제된 채 입니입수(入泥入水)하는 동류의식을 갖춘 보살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만해의 보살행은 구원이나 시혜라기보다는 ‘더불어 삶’에 더 가깝다.

이덕진
(창원전문대학 교수)

정리=이송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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