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분과 한국불교

종합과 화쟁의 특징을 가진 원효사상을 잘 드러낸 저술이 ‘십문화쟁론’이다. 원효 연구자들은 ‘십문화쟁론’의 복원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에 전체 10문을 복원하면서 잔간 중에서  ‘공유이집화쟁문’, ‘불성유무화쟁문’, ‘인법이집화쟁문’ 등 3문을 복원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인법이집화쟁문’은 다른 판본으로 판명된 ‘이장의’에서 복원했기 때문에 여기에서 ‘인법이집화쟁문’을 제외시켜야 한다. 그럴 경우 ‘공유이집화쟁문’과 ‘불성유무화쟁문’ 두 문만이 남게 되지만 여기에도 문제는 남는다. 잔간의 ‘공유이집화쟁문’이라고 하는 부분은 공유 하나의 쟁점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공유화쟁’과 ‘삼성동이화쟁’이라는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십문화쟁론’ 잔간에는 ‘공유화쟁’과 ‘삼성동이화쟁’ 및 남은 부분의 ‘무성유정유무’에 관한 것을 합하여 모두 3개 부문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십문화쟁’이라는 제목이 시사하는 것처럼 화쟁이 10문으로 구성되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그것이 십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잔간의 내용으로 보면 구체적으로 이러한 10문을 지시하는 표제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완전한 판본이 발견된다하여도 십문을 알기 위해서는 전체 내용을 파악하고 그것을 간별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십문화쟁론’이 비록 잔간이지만 화쟁의 핵심적인 내용이 남아 있다는 것은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공유’, ‘삼성동이’, ‘무성유정유무’ 등은 당시 불교학계의 가장 핵심적인 쟁점으로서 불교적 진리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들이다. 원효는 이러한 과제들을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화쟁한다. 그의 화쟁은 논리를 통해 논리를 극복함으로서 진정한 진리에 이르려는 데 있다. 이것이 그가 시대를 뛰어넘는 불교사상가로 평가받는 이유이다.

이정희
(동국대학교 불교문화연구원 교수)

정리=이송이 기자
thispaper@dongguk.edu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