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분과 요가 & 불교명상

연기적 관계성에 대한 철저한 인식전환으로부터 얻게 되는 일상적 삶의 경이로운 재발견이야말로 한국불교가 지향하는 선종의 근본적 가르침이다. 복잡계적 관점에서 생명체의 특성이 개체고유성과 개방성이라고 지적한 것처럼 열린 관계에 깨어있을 때 아상(我相)이 고통의 원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다양한 존재가 어우러지는 화엄의 근거가 된다.

한편, 복잡계적 접근으로 분명해지는 것은 수행에서의 끊임없는 정진의 중요성이다. 정진이야말로 깨어있음이라는 창발적 상전이를 위해서 자신을 극한의 임계상태로 만들어 가는 것을 의미한다. 대오각성에 있어서 깨달음이 곧 깨어있음이라는 현재진행형의 바탕이 되기 위해서는 깨달음마저 놓아버려야 할 것이며, 이때 탈속적이고 초인적인 수행보다는 나무하고 물 긷는 일상의 삶이 곧 진정한 수행이 된다. 
그동안 한국 불교의 승가는 조선시대의 숭유억불을 통해 천민의 지위 속에 이어져 왔고, 일제시대에는 일본 불교와의 강제적 통합을 통해 그 정체성 혼란은 극대화되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간화선 수행과 철저한 깨달음을 강조한 성철은 한국 불교의 위상과 정체성을 일거에 높여 한국 불교 중흥의 기초를 이루는데 한 획을 그었다. 성철과 같은 스승이 있었기에 역사적으로 토속신앙이나 무속 차원으로 떨어진 한국 불교가 제 위치를 찾아가게 되었다.

그러나 이제 한국 불교에서 필요한 것은 성철 다음이다. 여전히 성철이 쌓아놓은 탑 위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입전수수(入廛垂手)해야 한다. 한국 불교의 미래는 성철을 극복하고 그가 닦아 놓은 기반을 넘어 미래를 모색하는 것에 있으며, 그것은 한국 불교가 철저하게 일반인들의 삶속으로 뛰어 들어야 한다는 점이고, 이를 위한 고민과 실천 방법을 승속이 함께 모여 풀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한국불교가 매달리고 있는 산중의 ‘목적으로서의 관념적 깨달음’으로부터 우리들의 삶 속에 있는 ‘과정으로서의 살아있는 깨어있음’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상을 종합하면, 자기와 환경은 법성(法性)에 있어서 일체이고 서로 관계하며, 그 불이(不二)의 전체가 자기이다. 여기에는 ‘환경이 바로 자기이다’라는 명료한 철학이 있다. 

우희종
(서울대학교 교수)

정리=이송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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