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명 최미혜 기자
- 입력 2008.05.1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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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이 재정확보를 위해 기부금을 모으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의 지원금에는 한계가 있고 대학에서 수익사업을 벌여 성공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립대학의 경우에는 대학재정에서 등록금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기부금 모금이 절실하다. 이는 비단 국내 대학들뿐만 아니라 미국 대학들도 마찬가지다. 한국보다 기부금 모금에 주력한 역사가 깊고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미국대학들의 사례를 통해 우리대학의 현실과 앞으로의 전망을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학교 조벽 석좌교수와의 대담을 통해 조언을 구했다.
美 대학 기부금, 최고 8,320억 원
지난해 우리학교 총 기부금은 54억 원으로 집계됐다. 우리학교는 매년 기부금 목표치를 50억 원으로 책정하여 이를 초과달성해 왔으며 올해는 이보다 두 배 가량 많은 10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교육후원위원회에 따르면, 작년에 미국 전체 대학들이 받은 기부금은 300억 달러(28조 2000억 원)를 기록해, 전년보다 6% 늘어났다. 소위 말하는 ‘좋은 대학’일수록 많은 기금을 확보하고 있다. 상위 1%의 대학이 미국 전체 대학의 기부금중 25%를 차지한다.
스탠포드 대학이 지난해 가장 많은 기부금을 모았다. 그 금액은 8억 3천 2백만 달러(8,320억 원)에 달한다. 이외에도 하버드대학이 6억 1천 4백만 달러(6,140억 원), 콜롬비아 대학이 4억 2천 3백만 달러(4,230억 원), 예일대학이 3억 9천 1백만 달러(3,910억 원)의 기부금을 모았다. 조벽 석좌교수는 “명문 대학들에게 기부금이 편중되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100억 원 정도는 상위 몇몇 대학이 아닌 평범한 일반대학이 1년 안에 충분히 모금 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기부금 모금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학 스스로 기부금이 가지는 의미부터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조 교수는 대학의 입장에서 기부금은 어떤 의미인가, 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기부금 모금을 위한 접근 방식부터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 대학이 어려우니 돈을 달라’, ‘지난번에 기부했으니 한 번 더 하는 것은 어떠냐’식의 접근 방식으로는 기부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기부금 모금은 구걸이 아니다. 기부자들이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대학이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에 함께 동참하지 않겠냐’, ‘우리 대학의 꿈에, 그 꿈을 이뤄나가는데 투자할 의향이 있느냐’는 식의 생각으로 접근해야한다.”
기부금모금, 담당인력 뒷받침돼야
다른 대학보다 한 단계 높은 기부 금액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기부금 모금을 담당하는 조직시스템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미국의 미시간 공과대학의 경우 학생 수가 약 2만 여명인 규모의 대학이다. 지난해 미시간 공대의 총 기부금은 2억 9천 3백만 달러(2930억 원)다. 현재 기금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은 총 154명이다. 기금모금 및 투자업무는 미시간 공대 대학본부 내에 있는 부서에서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독립된 기관으로 전문가를 고용하여 처리하고 있다. 많은 전문 인력이 고용된 만큼 세부 부서별로 다양한 일들을 한다.
하버드 대학의경우도 기금모금 부서 조직원은 200여 명, 플로리다 주립대학은 150명이다.
우선 동문을 비롯한 개인 기부자와의 관계유지, 재단ㆍ기업과의 관계유지를 담당하는 직원이 나눠져 있다. 또한 기부금 기록 작업, 기부자를 유치하기 위한 행사, 유산기탁 및 자산관리, 법적 관리, 동창회 관리 등의 세부 부서로 나눠져 기금모금 업무를 하고 있다. 특히 유산기탁 및 자산관리는 고령의 기부자들에 대한 서비스로 매년 일정수준의 연금을 보장해 주면서 재산관리를 해 주고 남은 유산 기탁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준다.
한편 현재 우리학교의 재정확충을 위한 사업개발 및 금융투자 업무를 맡고 있는 부서는 사업개발 본부다. 사업개발본부의 직원은 8명이다. 종전에 대외협력처가 담당하던 발전기금의 모금만으로는 재정마련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돼 이러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대학본부 내에 대학재정확보를 위한 본부를 신설했다.
천억 원 이상의 기부금을 모금하는 미국의 대학들은 그에 상응하는 수의 조직원이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는 우리학교의 현재 시스템과 비교 했을 때, 단순히 조직원 개개인의 능력보다 조직 규모와 시스템 자체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조벽 교수는 “충분한 인력 없이는 기대하는 만큼의 기부금을 모금하는데 한계가 있다. 기금 관련부서의 인력은 꼭 대학의 규모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매년 모금하는 기부금 액수가 어느 수준 이상이 되어야지만 독립된 기관이 전문적으로 기금조성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따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어느 시점에 어느 정도의 인력을 투입할지는 각 대학이 판단할 문제다”라고 말했다.
기부자와의 긴밀한 관계유지
미국 대학들도 기부금액이 매우 큰 경우 기부자의 최종결정을 앞두고 총장이 직접 나선다. 이 때,단 하나의 프로젝트나 건물을 짓기 위한 모금이 아니라 일종의 메뉴얼처럼 다양한 기부메뉴를 제시한다. 몇 백억 단위부터 몇 억 단위, 장학금부터 도서관, 기숙사와 같은 건물 설립 기금까지 기부자가 원하는 곳에 기부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는 것이다.
또한 단순히 문서를 제시하거나 프레젠테이션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건물이라면 설계도부터 실제 모형까지 만들어 확실한 결과물을 눈으로 확인 할 수 있게 해준다. “기부자들은 돈을 주기 싫어서 기부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무의미 하게 돈이 쓰여 지는 것을 싫어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비전을 확실히 보여주고 기꺼운 동참을 이끌어 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 교수는 조언한다.
한 번의 기부로 그치지 않고 다음 기부로 이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기부자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다. 한 번의 기부를 위해 오랜 시간과 사람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부담 없이 관계를 이어오며 학교와 한 배를 탔다는 인식을 꾸준히 심어주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조벽 교수는 “공을 들이지 않고는 어떤 결과도 이끌어 낼 수 없다. 한 명의 직원이 담당할 수 있는 기부자 수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기부자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관계유지를 위해서는 각각의 기부자에 대한 담당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학교 뿐만 아니라 최근 각 대학들은 여러 기부 대상자 중 동문을 대상으로 한 기부금 유치에 총력을 기울인다. 모교 출신이라는 끈끈한 애정과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액수 면에서 보면 일반 동문들이 기부하는 금액은 기업들이 내는 액수에 비해 적지만 재학생, 교직원과 함께 학교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동문 참여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다. 우리학교는 현재 총동문회의 동문 연락처와 방학 중에 동문 콜 센터에서 작업한 명단 중 연령대와 경제적 상황을 고려해 추린 4만여 동문들에게 발전기금 마련 홍보를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동문들의 기부금 참여비율이 60%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재학생의 부모가 기부를 하는 경우, 오랜 기간 대학에 재직했던 교수의 기부 참여도 종종 이뤄진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동문 참여율이 10%이하다. 이는 국내 대학들에 시사 하는바가 크다.
전문가 확보로 ‘모금기술’가져야
한국 대학들이 기부금모금을 본격적으로 시도한지는 10여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우리 학교도 마찬가지다. 현재는 모든 대학이 전문적이 아닌 아마추어의 수준이다. 앞으로 조금 더 시간이 흐르면 각 대학마다 기부금모금에 대한 노하우가 쌓이고, 전문적인 기술을 가진 프로들이 나올 것이라고 조벽 교수는 전망한다. “한국대학들과 미국대학의 기부금 모금액 차이가 큰 이유에 기부금 문화에 대한 인식 차이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이러한 문화 차이가 모든 것을 설명할 수 는 없다.
기부금 모금과 관리에 대한 전문 인력과 기술차이가 더 크다. 앞으로는 프로들의 전쟁이 될 것이다. 한 차원 더 높은 수준의 기부금을 모금하기 위해서는 말 그대로 ‘기술’이 필요하다. 관건은 어느 대학이 얼마만큼의 투자를 통해 얼마나 빨리 이 분야의 전문가를 확보하고 활용하느냐 이다” 이제 대학의 기부금이 돈 많은 재벌의 체면치례로 모아지는 시대는 지났다. 대학이 먼저 발 벗고 나서는 시대다. 잠재 기부자 데이터베이스를 충분히 확보하고 이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학교에 대한 신뢰와 비전을 심어주느냐를 고민해야 한다. 마지못해 하는 기부가 아니라 스스로 학교발전에 동참하는 의미에서의 자발적인 기부참여를 이끌어 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 초기비용을 감소하더라도 기부금 모금을 위한 현재의 적극적인 투자와 연구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