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하늘
徐景洙(서경수) (佛敎大講師(불교대강사))
 
-사랑의 줄이 묶기운 것이 아프기는 아프지만, 사랑의 줄을 끓으면 죽는 것 보다 더 아픈 줄을 모르는 말입니다. 사랑의 속박은 대단히 얽어매는 것이 풀어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대해탈은 속박에서 얻는 것입니다.-
 
<韓龍雲(한용운) 님의 침묵에서>
 
  가을이 되면 저도 모르게 한없이 높고 푸른 하늘을 쳐다보는 버릇이 생겼다. 그러노라면, 불현듯 옛날 좋아서 외워두었던 시한 구절이 떠오른다. 앞뒤는 기억에서 다 떨어져나가 가장 감격을 주었던 부분만 남아있다. 이제 나이 들어 그때, 젊은 정열에 벅찬 감격을 주던 구절을 다시 깊이 되새겨 본다.
사람은 누구나 얽매인 노예의 신분에 놓여지기를 단연코 거부한다. 무엇보다도 고귀한 자유를 송두리째 빼앗긴 고통에는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한가지 있다. <사랑의 줄>에는 도리어 꼭꼭 묶겨서 노예의 신분에 놓여지기를 바라니 말이다. 꼭꼭 묶어주지 앉음을 오히려 안타까워한다. 이것은 사랑만이 깊이 간직하고 있는 신비스런 오의 (奧義)다.
  정말깊은 사랑에 빠져서, 철저하게 사랑할 때 사랑은 도리어 <사랑의 줄>에 얽매이는 아픔가운데서 <야릇한 자유>를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랑의 독백은 대단히 얽어매는것>이 오히려 <풀어주는 것>이라는 역설(逆說)이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대해탈 (自由(자유))은 속박 (奴隸(노예))에서> 얻어 진자는 옛날, 인도의 철인들은 이 이치를 예리한 아주 직관으로 통찰하였다. 그들은 無限(무한)에 달리는 자유가 有限(유한)에 갇힌 속박을 벗어나 넘어선 먼 곳에 있다고 보지 않았다. 도리어, 유한에 갇힌 속박 안에 무한에 달리는 자유가 들어있다고 보았다. 그러니까 무한은 유한을 넘어서 밖에 있는 것이 아니고, 유한<안에 있다.>있다는 말이다. 위대한 <히말라야의 達官(달관)>이다.
  온 천하에 가을이 왔음을 알려고 온 천하를 다 돌아다니면서 살필 것까지는 없다. 푸른 하늘을 쳐다보는 동안에도, 휘날리며 떨어지는 낙엽 한 잎에서 천하의 가을은 알 수 있다.
  유난히 푸른 가을 하늘을 쳐다보면서, 이 같이 부질없는 상념을 일으켜보았다.
  그렇다고, 하늘을 쳐다보는 버릇을 고칠 뜻은 없다. 도리어, 하늘에 적어도 5분간이라도 푸른 하늘을 쳐다보는 버릇을 키우라고 남에게 권하고 싶다. 하늘을 쳐다보는 동안, 상념은 하늘을 날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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