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삼모 경제학과 교수.

최근 주요 통화 대비 환율의 움직임이 매우 차별적이어서 우리나라 경제에 혼란을 주고 있다. 원·엔 환율은 계속해서 절상하고 있는 반면에 원·달러 환율은 절상 추세를 보이다 지난 8월 이후 절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3년 1월에서 2014년 10월까지로 기간을 축약해 보면 원·달러 환율과 원·엔 환율은 각각 1.26%와 22.91% 절상하였다. 일본에서 아베가 수상으로 취임한 후 금리인하 및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하면서 엔화가치가 크게 하락하였기 때문이다. 기존 연구들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무역수지에 원·엔 환율이 미치는 영향은 큰 편이다. 특히 최근 원·달러 환율보다 원·엔 환율의 절상폭이 훨씬 크므로 원·엔 환율이 원·달러 환율보다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원·엔 환율의 급격한 절상에 대비한 기업과 정부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원·엔 환율의 절상이 우리나라 무역수지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됨에도 아직까지는 무역수지 흑자기조가 지속되고 있다. 그 이유는 몇 가지를 들 수 있다. 먼저 2013년 이후 기간에는 미국과 유럽의 경기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여 무역수지 흑자에 도움을 주었고, 원·엔 환율 절상의 악영향도 반감되었다. 둘째, 환율이 무역수지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므로 앞으로 악영향이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다. 셋째, 일본의 수출기업들이 달러로 표시된 일본 제품의 가격을 조정하지 않아 한국의 수출경쟁력이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넷째, 우리나라 기업의 기술력이 향상되어 가격효과가 그리 크지 않은 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엔 환율의 절상이 앞으로도 지속되는 경우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커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국내 기업이 달러로 표시한 가격을 조정하지 않아 아직까지 수출의 규모는 줄어들지 않고 있으나 원화로 표시된 순이익이 대폭 감소하여 기업 실적이 악화될 수 있다. 둘째, 유럽과 중국 등의 경기가 지금까지는 좋은 편이었지만 악화될 우려가 있어 우리나라의 무역수지도 악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 G20 정상회의에서 우리나라 정부는 공개적으로 엔저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였다. 일본의 자국경제를 위한 아베노믹스가 주변 신흥국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을 표명한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0년 유럽발 재정위기를 극복하는 데 있어서 주변국과의 정책공조는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금융위기가 잦아지면서 정책공조보다는 자국경제의 회복만을 생각하는 것은 매우 편협한 행동이다. 주변국 경제의 악화는 결국 자국경제의 침체로 이어 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근립궁핍화 정책을 지속하는 경우 차후 아시아에 금융위기가 재발할 때 어떻게 정책공조가 다시 가능하겠는가? 특히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지역경제의 선진국인 일본의 리더십이 절실하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따라서 일본도 이를 인식해 환율정책을 수정하는 정도를 걷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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