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과 비교할 시간에 나만의 건물을 짓자’

난 부산에서 태어났다. 초등학생이 되었을 때는 온 가족이 서울로 올라왔다. 고향 친구들과 다시는 못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펑펑 울면서 올라오던 날, 눈물에 흐려진 동공으로 처음 보았던 서울의 63빌딩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지방촌놈의 눈에 보인 63빌딩은 하늘과 금방이라도 부딪힐 것 같은 높이로 뻗어있는 그 모습이 경이로워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왔던 기억이 난다. 이렇듯 하늘에 가까워지고 싶은 인간의 욕심과 그것을 실현한 창조물은 이를 보는 모든 이들에게 경이로움을 선물해준다.

화려한 두바이를 만나다

인도에서의 3개월간의 기나긴 여정을 마무리하고 다음 목적지인 중동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저가항공을 타고 이동하는데, 중동으로 넘어가는 길 중간에 두바이라는 곳을 거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두바이라는 나라는 ‘미션임파서블3’에서 인상 깊게 본 나라이기 때문에 꼭 한 번 들리고 싶은 곳이기도 했고 마침 좋은 기회가 된 것 같아 경유하기로 결정했다.

두바이의 첫인상은 ‘세련됨’이었다. 인도에 너무 오래 머물러 있던 탓일까? 노후 된 건물들과 지저분한 길거리에 익숙해져있던 나에게 깔끔하고 정돈된 모습의 두바이는 또 다른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모노레일을 타고 고층 빌딩들로 가득 차있는 사막 한 가운데를 지나며 바라본 두바이의 모습은 마치 오아시스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이렇게 말끔히 정리 정돈된 도시가 존재한다는 것이 참색다른 재미로 다가왔던 것 같다. 사실 모노레일을 타고 도시를 가로질러 가는 나에게 이미 목적지는 정해져있었다. ‘버즈 칼리파’,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 말로만 들었던 그 크기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발걸음을 재촉했다.

하늘과 맞닿은 버즈 칼리파

직접 가서 본 버즈 칼리파는... 높았다. 어마어마하게 높았다. 내가 살면서 이렇게 높은 빌딩을 보게될 줄이야. 고개를 한껏 젖히고 보아야 그 꼭대기가 보일 듯 말 듯 했고 카메라에 그 모습을 담으려면 몸을 바닥에 포복한 상태로 사진을 찍어야 할 정도였다. 세상에서 하늘과 가장 가까운 버즈 칼리파 빌딩의 모습은 어릴 적 63빌딩을 보며 놀라했던 동심으로 다시 데려가 주었다. 하늘에 가까워지기 위한 사람의 끝없는 욕망을 현실로 구현한 ‘버즈 칼리파’, 비록 바벨탑의 결말은 좋지 않았지만 그와 상관없이 존재감만으로도 가치가 충분한, 참으로 경이로운 모습이다.

두바이에는 사실 버즈칼리파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외에도 수많은 빌딩들과 호텔들 그리고 해변에는 요트들로 가득 차 있다. 마치 부자들만 사는나라 같을 정도로 사막 한가운데의 오아시스로 피어나는 화려한 생활의 극을 달린다. 솔직히 화려하고 안정적인 여행보단 거칠고 다이나믹한 여행을 즐기는 배낭 여행자에겐 잘 맞지 않는 여행지일 수도 있다. 나또한 그 곳의 사람들과의 괴리감으로 자신감을 잃었었다. 두바이의 7성 호텔에서 두 밤만 자도 내 세계여행 자금이 날아간다고 하니 그들과 나의 차이는 분명했다.

나는 세계를 보고 품기 위해 나온 호기로운 세계 여행자였는데 어느 순간 자신감은 쪼그라들고 내 자신이 초라해 보일 정도로 작아져 버렸다. 나는 왜 갑자기 작아져버렸을까?

타인과의 비교, 나만의 건물

그것은 ‘비교’ 때문이었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비교에 관대하다. 타인과 나를 비교하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하고 또한 남들을 비교하고 평가하는데 서슴없다. 그에 따른 질투까지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린 어렸을 때부터 비교를 하고 비교를 받으며 살아간다. 친구 부모님과 우리 부모님의 경제적 차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간 대학교의 간판차이,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한 직장 연봉의 차이까지, 우린 끝도 없는 비교 속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우리는 생각해 보아야 한다. 비교의 끝은 존재하는 것인지, 만약 비교하는 것이 습관으로 굳혀진다면 평생 질투의 굴레를 못 벗어나지는 않을지.

어떤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비교가 없다면 발전도 없다고. 하지만 난 그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왜 꼭 남과 비교를 해야만 하는 것인가. 남이 아닌 1년 전의 나와 한 달 전의 나, 그리고 지금의 나와 앞으로의 나를 비교한다면 내가 발전하는 모습에 만족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빌딩을 신경 쓸 필요는 없다. 그저 나의 토지에 묵묵히 벽돌을 하나씩 쌓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나만의 아름다운 건물이 지어질 것이다. 또한 경이로움이 느껴지는 두바이의 버즈 칼리파와 같은 건물도 쌓게될지도 모른다. 그저 우린 우리의 벽돌을 쌓아 가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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