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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의 ‘개밥바라기별’을 위하여

“사람은 XX... 누구나 오늘을 산다.”

   

▲ 개밥바라기별

황석영 지음, 문학동네, 284쪽

지금은 폐지된, MBC의 ‘무릎팍도사’에 출연한 황석영이 ‘꿈을 가진 청년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답하며 한 말이다. 이 문장은 2008년 네이버 블로그에 연재되어 큰 호평을 받았던 그의 소설인 ‘개밥바라기별’에서 독자들이 뽑은 명대사로 손꼽힌다. 작가 자신의 사춘기를 회고하는 자전적 소설인 이 작품을 가리켜 작가는 ‘나의 문학적 연대기의 기술에서 하나의 새로운 표지석’이라고 지칭한다. 그에게도 이 작품은 도전과 방황, 모험으로 시작한다. ‘개밥바라기별’은 작가의 말과 여러 인터뷰에서 그가 밝혔듯이 20대부터 30대까지 이르는 젊은 독자들, 특히 인터넷을 매체로 움직이는 ‘새롭고 젊고 어린 독자들과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 중학교 시절부터 입대 전까지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가출을 하며 전국을 방랑하고 노동자와 선원으로서의 삶, 베트남전 참전과 방북과 망명, 투옥과 같은 실제 그가 살아낸 과거의 이야기들을 그려냈다. 
 
더, 가까워지기 위해

43년생. 올해 나이 일흔 하나. 만주 신경(新京)에서 태어나 숱한 현대사의 역사적 사건들을 직접 겪어내고 ‘객지’, ‘삼포 가는 길’, ‘무기의 그늘’ 등 뛰어난 민중소설을 집필한 작가이자 ‘오래된 정원’, ‘손님’으로 국내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하고, ‘바리데기’와 ‘낯익은 세상’ 같이 신화적이며 대중적인 소설까지 섭렵한 그가 신문이나 문학잡지가 아닌 인터넷 포털 사이트 내 블로그에 ‘개밥바라기별’을 연재한다고 발표했을 때의 놀라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환호와 우려가 동시에 쏟아졌다. 독자와 평단은 거목의 실험에 집중적인 관심을 보였다. 블로그의 방문객은 180만을 돌파했고 몇 백여 개의 댓글이 삽시간에 달렸다. 연재 기간 내 그는 직접 댓글을 달고 블로거 독자들을 자비로 초대하여 대담을 나누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인터넷 연재로 이미 많은 독자들을 확보한 소설을 종이책으로 출판한다고 했을 때 출판계와 언론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누구나 쉽게 인터넷에 접속해 무료로 볼 수 있을 글을 책으로 소장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종이책으로 출판된 ‘개밥바라기별’은 인터넷 매체가 가볍다는 편견도, 본격 문학은 대중들에게 어필하지 못하리라는 통념도 깨고 각종 서점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고 굳건한 베스트셀러의 위치에 올라 문단과 대중들로부터 모두 호평을 받은 명작이 되었다. 지금도 황석영의 블로그를 통해 인터넷으로 연재된 ‘개밥바라기별’을 볼 수 있다. 이미 종이책을 소장하고 있는 독자라면 블로그 연재본과 종이책으로 출판된 소설의 결말이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살아있는 작가 ‘황석영’

그는 올해 등단 50주년을 맞았다. 반세기를 이야기꾼으로서 살아온 그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작가’다. 황석영의 소설들은 자전적인 요소들이 강하고 실제 체험에 기반을 두는 이야기들이 많다. 인간이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들과 동시대의 사건들을 화살처럼 뚫어내는 본질의 문제를 드러내기에 그의 작품은 날카롭고 또한 무겁다. 늘 동시대인들의 삶에 침착하려 하는 것이다. 건실한 리얼리즘 기반의 시각은 노령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예리함을 더해 작품과 그의 말 속을 꿰뚫고 있다. 근래 벌어진 사상 논쟁에서 보이듯 작가 자신의 시대의식은 여전히 투철하여 논란의 중심에 서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렇게 무겁고, 날카로워 가슴 속 깊숙한 어딘가가 뜨끔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황석영을 읽는다. 사람이 사람을 미워하고 죽이는 전쟁과 폭력과 혁명 속에서도 그는 여전히 사람을 초저녁의 별, ‘개밥바라기별’이라며 따스하게 불러준다. 가난과 상처와 방황의 지난날을 ‘축제’였노라고, 우리 모두는 ‘목마르고 굶주린 자의 식사처럼 맛있고 매순간이 소중한 그런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그는 노래한다.  
 
작가는 문학을 위해 전부 바친다

신간인 ‘황석영의 한국명단편 101선’은 지난 3년간 문학동네 네이버 카페를 통해 그가 직접 선정한 한국 명단편 101편에 대한 글들을 모은 책이다. 염상섭의 ‘전화’에서부터 김애란의 ‘서른’으로 끝나는 그의 해설들은 가식 없이 예리하고 노골적으로 정직하다. 단편들을 논하며 그는 과감하리만치 작품의 단점과 아쉬운 점을 질타하면서도 작가의 개성과 가치를 명징하게 읽어낸다. 매서운 회초리 같은 문장들 속에서 함께 문학의 길을 걸어온, 혹은 걷고 있는 동료들에 대한 애정과 믿음이 가득 느껴진다. 단편들에 대한 해석 뿐 아니라 소설가들에 대한 이야기와 그들의 삶에 대한 언급들이 어우러져 있어 하나의 거대한 르포르타주와 같은 분위기를 준다.

그는 어느 일간지 인터뷰에서 이 책을 소개하며 말한다. “독자들은 대개 작품만 읽지 그 작품을 쓴 작가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합니다. 저는 작품 해설만이 아니라 작가에 대해서도 제 나름대로 충실하게 소개하고자 했습니다. 작가란 문학을 위해 자기의 삶 전부를 바친 사람이거든요” 라고.이 소개들 중에는 그가 방북했을 때 직접 겪고 들은 월북 문인들의 이야기와 이제는 고전이 된 김승옥와 이문구에 대한 개인적 사연들, 젊은 소설가들과의 인연들도 포함되어있다. 황석영. 그의 문장들을 읽다보면 뒷이야기가 궁금해져 초조하게 발가락을 꼼지락거릴 수밖에 없는 아이처럼- 언제나 새롭고 젊게 탄생하는 이 무한한 ‘꾼’의 이야기가 끝나지 않길 바라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이창용 과장  중앙도서관 학술정보서비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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