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터 시내의 한 기념품 가게는 영국 문화를 소재로 한 재밌는 엽서들을 판다. 그 엽서는 오가는 관광객들에게 무척 인기다. 나 또한 그 엽서들 앞에서 한참 웃었던 기억이 있다. 엽서가 담은 소소한 이야기들이
곧 내가 직접 보고 경험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도 가장 기억에 남는 세 가지 엽서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첫 번째 엽서. 첫 그림은 먹음직스런 소시지와 맥주가 놓인 테이블 앞에서 미소를 짓고 있는 독일인들. 그 옆에 예쁘고 달콤해 보이는 디저트를 만족스럽게 음미하고 있는 프랑스인들이 있다. 세 번째는 파스타와 피자를 맛있게 먹고 있는 이탈리아 사람들의 그림이다. 그리고 마지막.

큰 접시에 올려져 있는 것은 레드 빈(Red bean) 깡통과 감자튀김 부스러기. 그 앞에 냅킨을 두른 채 나이프와 포크를 들고 앉은 영국인은 울상을 짓고 있다. 주변 나라들보다 상대적으로 음식문화가 발달하지 못한 영국. 그래서인지 우리 호스트맘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파스타였으며, 저녁에는 항상 프랑스, 이탈리아, 인도, 태국 등 다른 나라 요리를 많이 해주시곤 했다.

두 번째 엽서. 배경은 펍과 클럽이 있는 평범한 영국 도시의 한겨울 밤. 두꺼운 외투를 입은 사람들이 밤거리를 다니는 가운데, 몇몇 젊은 여성들이 한 여름에나 입을 법한 얇은 원피스를 입고 다니는 그림이다. 약간 과장되긴 했지만 여하튼 실제로 그 비슷한 모습을 본 내겐 무척 재밌는 엽서였다. 2월 의 늦겨울 밤, 친구들과 함께 택시를 기다리고 있는 나는 겨울 코트를 입었음에도 추위에 떨고 있었다.

그 때 추워하면서도 결코 두꺼운 외투를 입지 않은 영국 젊은 여성들이 주변에 많았다. 이것이 외국인뿐만 아니라 영국 남성들의 눈에도 꽤 이상했나보다. 내 친구의 호스트아저씨는 자신의 딸에게 왜 추운데도 옷을 입지 않는지, 아니면 추위를 안타는 것인지 실제로 물어봤다고 한다. 그랬더니 그 딸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우리도 당연히 춥죠. 그런데 클럽에서 외투는 필요 없는데다 갖고 있기 불편해요.”

세 번째 엽서. 두 영국인 남성이 펍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다. 1~4파인트(1pint, 568ml)를 마시기까지는 큰 변화가 없다. 이후 한 파인트씩 더 마실수록 말이 빨라지고 유창해지며 거의 정신을 못 차리게 된다.

마지막으로 8파인트의 맥주를 마셔 취할 대로 취한 그들은 결국, “미국식 영어를 시작한다.”영국 어학원은 대부분 ‘Queen's English’라 불리는 영국식 표준어를 교육한다. 그리고 몇몇 선생님들은 물론, 평범한 영국인들도 영국식 영어에 대해 매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엽서는 이러한 미국식 영어에 대한 영국인들의 시각을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었다.                   

 최민희(사과대 신방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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