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현대인은 음식물뿐만 아니라 모든 물건을 함부로 취급한다. 한두 번 사용한 연필과 볼펜을 버리기 일쑤고, 멀쩡한 종이와 노트, 옷, 가구 등을 내다버린다. 몽당연필도 귀하여 아껴 썼던 1960년대와 비교하면, 실로 낯설고 놀라운 풍경이다. 하지만 우리는 물건 하나하나에도 그 나름의 존재이유가 있고 존재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달아 물건들을 소중하게 여기고 소중히 사용해야 한다.
초기 불교 경전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와 만난다. 우전왕의 왕비는 5백 벌의 가사를 아난존자에게 보시하였다. 우전왕이 아난존자에게 물었다.
“이 많은 옷을 다 어떻게 하시렵니까?”
아난존자는 답하였다. “여러 스님께 나누어 드릴 생각입니다.”
“그러면 스님들이 입던 낡은 옷은 어떻게 하시렵니까?”
“스님들의 낡은 옷으로는 이불 덮개를 만들겠습니다.”
“헌 이불 덮개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헌 이불 덮개는 베갯잇을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왕의 질문은 계속되었지만 아난존자의 대답은 막힘이 없었다.
“헌 베갯잇으로는 방석을 만들고, 헌 방석으로는 발수건을, 헌 발수건으로는 걸레를 만들고, 헌 걸레는 잘게 썰어 진흙과 섞어 벽을 바르는 데 쓰겠습니다.”
500벌이나 되는 가사를 보시 받은 아난존자를 의아하게 생각했던 우전왕은 마음속으로 깊이 뉘우치며 존자를 더욱 존경하게 되었다.
살아있는 것들의 생명, 인간의 생명과 수명이 실로 소중한 것처럼 물건의 수명 또한 여간 소중하지 않다. 그 수명을 최대한 늘려 쓰는 것은 물건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대접일 것이다.
박경준
불교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