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단통법(이동통신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의)과 호갱님(호구와 고객님의 합성어), 처음 들었을 때 무슨 의미인가 어리둥절했다. 올해 10월 1일부터 실행된 단통법의 중요한 추진 배경 가운데 하나가 이런 호갱님을 줄여보자는 것이다.
단통법은 가격 차별의 핵심이 되는 번호이동, 기기변경, 요금제 등에 따라 차별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이 법은 34만 5000원을 지급할 수 있는 보조금의 최고 상한선으로 규정한다. 이 보조금 상한제로 통신사들 간의 과도한 경쟁이나 스마트폰의 잦은 교체가 줄어들 것이라 기대한다.
하지만 11월 초 우리가 경험한 ‘아이폰 대란’에는 단통법이 약속한 효과는 찾아볼 수 없었다. 판매점들은 ‘아이폰6’ 출시 후 신규고객을 잡기 위해 통신사에서 지급된 리베이트를 활용해 페이백(pay back)이라는 명목으로 ‘묻지마 가격할인’을 진행했고, 소비자들은 좀 더 싼 폰을 사기위해 새벽부터 수십 미터씩 줄을 서거나 더 싼 매장으로 한꺼번에 몰려가기도 했다. 통신사들은 이 혼란에 공식적인 사과 표명은 했지만, 혼란의 책임을 판매점에 돌리는 모습은 그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이번 사태로 분명해진 것은 단통법이 호갱님을 없애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정된 법안을 기준으로도 최고의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매달 7만 원 정도의 요금제를 2년 간 약정해야 한다.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비싼 요금제를 피할 수 없다.
우리는 이번 ‘아이폰 대란’에서 단통법이 규정하는 보조금 상한제도 무참히 무시되는 것을 보았다. 통신사와 판매점은 페이백, 중고기기 보상금 등 여러 다른 형태의 할인 제도를 고안하여 보조금 아닌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이 규정이 소비자 보호에 큰 실효성이 없고 단지 단말기 제조사나 통신사의 담합만 부추긴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단통법 원안에는 통신사의 단말기 지원금과 제조사의 판매 장려금을 분리해 공시하는 ‘분리공시’ 조항을 두어서 통신사가 지급하는 보조금이 소비자들에게 그대로 드러나게 해 통신비 가격 할인을 유도하려 했었다. 하지만 이 조항은 규제개혁위원회의 권고로 삭제되었고, 법안의 알맹이는 없어져 버렸다.
그렇다면 정부는 통신 소비자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현재 우리나라의 단말기와 통신요금은 OECD기준으로 보아도 비싼 편이다. 통신시장에서 담합과 폭리구조를 없애기 위해서는 우선 제조사와 통신사의 제조원가를 소비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단말기 제조사나 통신회사는 보조금 지급이 아닌 제품가격으로 경쟁하여 실질적인 가격인하 효과가 있을 것이다. 또한 정부는 통신요금 인가제도를 보다 원칙적으로 운영하여 더 이상의 가격인상은 어렵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통신비 원가자료 수집과 검토에 시민을 직접 참여시키는 것도 통신비의 투명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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