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마지막 이야기

 
오래 전, 한 나라를 다스리던 인자한 왕이 있었다. 그리고 그에게는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아내가 있었고, 이 부부의 금슬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나라 전역에 소문이 자자했다. 그러던 어느 날 부인은 위중한 병에 걸리게 되고 시름시름 앓다 얼마 못가 이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부인을 잃은 슬픔에 괴로운 나날을 보내던 왕은 결심한다. 그녀를 위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덤을 만들겠노라고.

어느덧 즐기고 있는 나
인도 전역을 돌아다닌 지 어느덧 2개월이 훌쩍 넘었다. 처음 인도에 들어왔을 때 허둥지둥하던 모습을 떠올리면 어느새 입가에 미소가 지어질 정도로 이젠 인도에 많이 적응해 즐기고 있는 단계가 되었다.
사실 인도를 돌아다니면서 나에게 큰 인상을 심어 주었던 일들은 모두 사람으로부터 오는 것들이었다. 길을 걸을 때면 커다란 눈으로 날 주시하고 있는 인도 사람들 하며, 시시때때로 사기를 치려고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장사꾼들, 여행의 기억 속에 인도인들의 모습은 항상 설레게 만드는 강한 매력이 있다. 하지만 인도를 떠올릴 때 그들의 얼굴만 떠오르는 것이 아니다. 내 기억 속의 사람들 뒤에는 항상 아름다운 건축물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인도’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건축물 중 하나가 바로 ‘타지마할’이다. 이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렇듯 워낙 유명한 관광지인지라 이를 꼭 보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가는 곳이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 하고 찾아갔간 것이 솔직한 마음이었다.

‘타지마할’을 찾아가다
타지마할은 ‘아그라’라고 하는 도시에 있다. 이곳을 가기 위해선 수도 ‘델리’에서 약 3시간 정도 기차를 타고 가면 된다. 기차역을 나오자마자 여느 때처럼 택시와 릭샤(인도 오토바이택시)의 외침이 들려왔지만 가볍게 무시하고 정찰제 택시 박스로 가서 표를 끊고 시내로 들어갔다. 이런저런 정보의 조합 결과 ‘타지마할’은 새벽 동이 틀 때 입장하는 것이 보편적인 룰인 것을 알아냈고 숙소를 잡은 뒤 다음 날 새벽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잠이 들었다.
새벽에 숙소를 나와 매표소에 도착해보니 유명한 유적지 아니랄까봐 사람들의 줄이 상당히 길었다. 이에 뒤쳐질세라 나 또한 바로 줄을 서서 표를 끊었고 동이 틀 무렵이 되니 입장이 시작되었다. 입구에 들어설 때까지만 해도 왜 입장 시간을 일출에 맞춰서 하는지 의아했었지만, 지평선 위로 떠오른 지 얼마 되지 않은 햇빛에 비춰진 타지마할을 본 순간 의아함은 사라져버렸다. 타지마할의 정확히 오른쪽 면이 분홍빛을 내며, 마치 자신의 하얀 속살을 보여주는 것을 부끄러워하듯 오묘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 곡선이 매우 아름다웠다.
지금까지 보아온 유적지들은 거대하고 멋지긴 했지만 이렇게 아름답다는 느낌을 주진 못했다. 사실 세계여행을 하면서 보아온 수많은 유적지들 중에서 타지마할의 아름다움은 가히 압도적이라 할 수 있다. 그 날 약 반나절을 타지마할과 함께 했지만 내 기억 속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일출 때 비친 분홍빛의 타지마할이었다.
이 외에도 인도에는 수많은 유적지들이 존재한다. 크기와 웅장함에 압도되는 유적지부터 시작해 한 도시 전체가 유적지인 블루 시티, 반짝이는 황금으로 만들어진 암리차르의 황금사원까지. 인도는 이런 유적지들만으로도 충분히 멋진 여행지이다. 그리고 그들의 역사와 삶을 더 자세히 살펴보기에도 이런 유적지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된다.

인도를 마무리하며
사람들은 인도라는 나라를 주로 코끼리에 비유한다. 누군가는 귀를 만지고 솥뚜껑이라 하고 또 다른 사람은 코를 만지고 밧줄이라 한다. 그리고 다리를 만지고 기둥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솥뚜껑도 밧줄도 기둥도 아닌 코끼리다. 마찬가지로 인도를 짧은 시간의 여행으로 그들의 면면을 안다고 말하기는 부끄럽다. 또한 단 세 번의 연재로 내가 보고느낀 점들을 설명하기에는 너무 크고 다양한 모습을 가진 곳이 인도이다.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전달하지 못해 아쉬움도 남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직 더 많은 여지를 남겨두었다는 점에 만족스럽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인도가 궁금한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인도, 그 곳에는 당신이 상상하는 그 이상의 것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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