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의 생김새를 공부하는 학문이 해부학이다. 해부학은 눈에 보이는 것을 공부하는 맨눈해부학,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현미경으로 공부하는 조직학으로 나눈다. 그 중에서 맨눈해부학은 오래된 학문이고, 그 결과 다 밝혀진 학문이기 때문에 더 연구할 가치가 없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맨눈해부학은 더 연구할 가치가 있다.

첫째 생각과 달리, 해부학 교과서에 틀린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둘째 해부학 교과서에 주로 서양 사람의 자료가 있으며, 따라서 한국 사람의 자료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셋째 동물 실험과 달리 맨눈해부학은 연구 결과를 임상에서 바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맨눈해부학을 알면 우리 몸의 쓰임새를 쉽게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문은 손가락으로 물건을 집을 때 미끄러지지 않게 한다. 같은 이유로 손바닥에 지문과 비슷한 것이 있는데, 이것을 손바닥문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발가락에 있는 것이 발문이고, 발바닥에 있는 것이 발바닥문이다. 손금을 사람의 진화와 연관지으면 다음과 같다. 사람의 먼 조상은 기어다녔다. 사람이 일어선 다음에 손가락이 길어졌고 엄지손가락이 90도 꺾어졌다. 손과 발을 견주면 이 차이를 뚜렷하게 알 수 있다. 참고로 원숭이는 손가락이 길지만 엄지손가락이 90도 꺾여 있지 않다.

사람은 이처럼 자유롭게 움직이는 손가락으로 도구를 쓰게 되었고, 따라서 뇌도 좋아지게 되었다. 글을 쓰면서 무엇을 외우는 것을 보아도, 손가락이 뇌와 관계가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손가락을 자유롭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손바닥의 두꺼운 피부가 잘 접혀야 하며, 이를 위해서 손금이 생긴 것이다. 즉 손금은 사람의 손가락과 뇌가 진화한 것의 한 자취라고 볼 수 있다.

박진서
의과대 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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