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교통중심지 삼랑진역

대전, 익산하면 대표적인 철도요충지다. 하지만 두 지역보다 인지도가 낮은 철도요지가 있으니 바로 삼랑진이다. 잊혀진 교통요지 삼랑진에 과거의 영광은 남아 있는지 궁금해진 나머지 올해 1월 첫 여행지로 삼랑진을 찾았다.
 

▲ 삼랑진역의 상징 급수탑 뒤로 열차가 달린다.

1905년 1월 1일 경부선 열차가 첫 기적을 울렸다. 그리고 같은 해 5월 26일에는 삼랑진역을 기점으로 마산선(지금의 경전선)이 뻗어나갔다. 이어 1923년 군북까지, 1925년 진주까지 연장돼 경남선의 역사가 열린다. 이는 곧 삼랑진의 번영을 알리는 일이기도 했다.

과거 삼랑진의 모습은 어땠는지, 지역 주민 한 명에게 들어봤다. “철도 분기점이라 사람이 많이 찾았기 때문에 직원들이 많이 상주했다. 그래서 역 인근에는 철도직원관사도 몇 채씩 존재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실제로 당시 직원들은 열차가 오면 기관차를 점검하고 급수탑을 통해 기관차에 물을 공급하고는 했다. 주민은 이어, “삼랑진역 인근에 낙동강역이 있었는데, 그 역 인근에 선창이 있었다. 배로 운송된 곡물들이 선창으로 모였고, 그 곡물들은 다시 열차에 실렸다. 화물을 위해 선창까지 선로가 연결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삼랑진 일대가 얼마나 활기찼는지 알 수 있었다.

▲ 삼랑진역 인근에 있었던 낙동강역. 지금은 터만 남아있다.

그러나 삼랑진의 활발함은 오래 가지 않았다고 한다. 밀양에서 경전선으로 바로 들어가는 선로가 생기니 서울에서 온 열차는 굳이 삼랑진을 거칠 필요가 없어진 것. 그래서 삼랑진역의 업무량과 직원 수가 줄어 여러 채 있던 관사는 지금 한두 채만 남아있다. 이 와중에 인근의 밀양시내는 점점 개발되니 삼랑진은 정체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삼랑진 읍내는 전형적인 시골마을과 다르지 않았다.

그렇지만 삼랑진역은 지금도 여전히 교통요충지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삼랑진역은 여전히 영호남을 잇는 경전선의 기점이기에, 역 통로를 오가며 열차를 갈아타는 승객을 목격할 수 있었다. 과거의 영광도 간직하고 있으니, 바로 급수탑이다. 주요역마다 설치된 급수탑은 증기기관차에 물을 공급하는 역할을 했다. 삼랑진역 급수탑은 1923년 건설돼, 하부는 석조로, 상부는 철근콘크리트로 지어졌다. 상부에는 줄눈을 그려 석조 무늬를 표현했고, 철제 물통실을 설치했다. 이러한 미적 가치, 그리고 교통 요충지로서의 기능을 수행했다는 점 때문에 2003년 1월 28일에 등록문화재 제 51호로 지정됐다. 과거만큼은 아니지만, 삼랑진역은 여전히 제 역할을 묵묵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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