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그 두 번째 이야기

▲ 인도의 콜카타에만 남아있는 인력거. 인도의 과거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지만 요즘에도 종종 사람들에게 여행 관련 문의가 들어온다.

“이 곳은 어때요?” “여기는 여행하기에 안전한가요?” “이제 곧 여행을 떠나려 하는데 준비물은 어떻게 가져가면 효율적일까요?”등등 참 다양한 질문들이 들어온다. 그럼 그 때마다 진심어린 답변을 해주는 편인데, 그 중에서도 자주 받는 질문이 있다.

“인도는 여행하기에 안전한가요? 그리고 굳이 갈만한 가치가 있을까요?” 그럼 이렇게 답변한다. “안전하지 않을 때도 많아요. 그리고 굳이 가야할 만한 곳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 기억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곳임에는 틀림없어요.”

인도, 바라나시의 삶
인도 바라나시에서의 생활이 벌써 열흘이 지났다. 어느덧 도착했던 날부터 괴롭히던 몸살감기도 다 나았고 마치 블랙홀처럼 날 잡아 끌던 숙소의 침대를 나와 바라나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역시나 길거리에 소똥은 넘쳐났고 여기저기서 커다란 눈으로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인도인들, 세상을 체념하고 무기력한 얼굴로 앉아있는 노숙자들하며, 역시 이곳은 내가 살던 곳과는 너무도 다른 세상이었다. 이렇게 어지러운 곳에서 2주 가까이 머무르게 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바로 마음의 안정감이었던 것 같다. 여기서 누군가는 이런 질문을 던질지도 모른다. 아니, 그렇게 정신없고 어지러운 곳이라면서 어떻게 마음이 안정될 수 있냐고. 그건 지금 여러분이 한국에 있으니 할 수 있는 소리다. 인도에 떨어진다면 이곳 바라나시만큼 안정적인 곳이 없을 것이다. 세상은 대체로 상대적인 것이다. 내가 값비싼 뷔페음식을 먹고 라면을 먹으면 그 맛은 그저 그렇지만, 밥을 쫄쫄 굶다가 라면을 먹으면 그 맛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맛이 될 것이다. 인도는 이렇게 사람의 행복감을 상대적으로 바닥까지 낮춰준다.

문화 충격, 성벽을 강타하다
바라나시를 걸어 다니다보면, “람~람~ 사테헤~”라는 소리로 행진을 하고 그 행진이 끝나는 지점에서 자욱한 연기가 피어나고 있는 것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무언가 타는 냄새가 가득한 그 곳에 가보면 생전 보지 못한 장면들이 적나라하게 보이고 있다. 바로 시체가 타고 있는 것이다.

인도인들에게 갠지스 강은 어머니의 젖줄이라고도 불릴 만큼 매우 신성한 강이다. 그들은 이곳 강가에서 태워져 뿌려지면 현세의 윤회를 끊고 극락에 갈 수 있다고 믿는다. 이 곳에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죽음을 기다리는 집’이 따로 있을 정도니 그들의 믿음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곳에 처음 온 사람들은 보통 문화적 충격에 빠진다. 처음엔 천으로 둘러싸여있던 것이 나무 장작에 둘러싸여 타다가 천이 녹아내리니 사람 시체가 적나라하게 나타나는 광경을 보고 어느 누가 덤덤할 수 있을까 싶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조금 무섭기도 하고 징그러운 광경에 처음 10분간은 말을 잇지 못하고 뚫어지게 바라만 보았다. 분명 사람 몸이 타고 다리가 뚝 떨어졌는데 그걸 사람이 집어서 불 속으로 넣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니 주변 상황들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화장터를 둘러싼 수많은 인도인들 그리고 관광객들. 그 곳에 있는 인도인들도 대부분 관광객들 같았다.

가족이라고 하기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고 그들의 표정 또한 우리처럼 그저 방관자 같은 느낌이었다. 시체를 태우고 있는 그 주변은 또 어찌나 산만하던지, 동네를 돌아다니던 떠돌이 개들이 와서 뭐 건질 건 없나 두리번거리고 있었고 마찬가지로 동네를 떠돌던 소들은 시체를 치장했던, 바닥에 떨어진 꽃들을 정신없이 먹어대기에 바빴다.

그들과 우린 다르지 않다
사실 인도에서의 3개월은 이런 문화 충격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조금이라도 적응하고 나태해진다 싶으면 또 어김없이 충격 요법으로 다시 긴장하게 만드는 곳이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곳이기도 했다. 화장터에서만 하더라도 저 적나라한 모습들을 바라보며 어찌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겠는가.

저들은 나와 무엇이 얼마나 다르길래 저렇게도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것인지, 그 믿음이라는 것이 얼마나 강하길래 저런 것이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는 건지, 참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갑자기 의문이 들었다. 저들이 보기엔 우리의 모습이 정상으로 보일까? 우리가 다르게 여기는 만큼 저들도 똑같이 다르게 느껴질 것인데 말이다. 저들 입장에서 보면 우리가 정말 이상할 수도 있다. 경쟁, 속도, 성공에 치중한 우리네 모습이 그들에겐 무섭게 그리고 징그럽게 다가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인도의 문화를 편견 없이 받아들이기 시작한 때가. 그들은 나와 다른 것이 아니라 같다. 단지 환경이 달랐을 뿐이다. 나는 저들과 다를 것이 없는 똑같은 사람이기에 이들의 문화를 못 받아들일 이유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닫혀있던 나의 생각과 마음만 열면 해결되는, 아주 쉬운 문제였다. 사실 이 모든 것들은 인도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길고 짧은 시간을 살아가고 경험한다.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나만의 세계를 만들고 내 눈이 보이는 곳까지만 성벽을 쌓는다. 하지만 이 넓은 세상 속에서 이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겨우 내가 보는 곳까지의 성은 한없이 작다. 적어도 난 이 성을 조금은 허물었고 덕분에 좀 더 많은 것을 받아들이고 배울 수 있었다.
지금 여러분의 성은 어디까지 펼쳐져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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